교회를 다녀오니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하얀닭 털이 한움큼 뽑혀있는 것이 보였다.
닭이 죽어 있었다.
여기저기 털이 뽑혀 날리고 작은놈 큰놈 할 것 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옷을 갈아 입을 새도 없이 개부터 살폈다.
아내는 개를 좋아하지 않아서 늘 걱정을 했었다.
여름에 지인의 부탁으로 산수골에 받아드린 울프란 시베리안허스키의 짓이다.
결국 아내가 걱정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닭장망은 부서지고 닭장안에는 십수마리가 죽어 있고,
망이 있으나 없으나 산으로 밭으로 돌아다니며 살던 닭들이어서
이곳 저곳에 죽어있는 닭들을 주워들이는 마음에 삶과 죽음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한 두마리 죽이는 것은 개의 본능이어서 이해를 한다 해도 이건 해도 너무했다.
전부 모아놓으니 기러기 암놈을 포함해서 40마리나 되었다.
토종닭을 이렇게 키우려면 적어도 칠팔개월이 걸린다.
전부 알을 품어서 기른 자연산 닭이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오는 토요일에 백숙파티를 하려고 준비를 했기에 더욱 허탈했다.
이놈의 개를 당장 죽이고 싶은 분노가 치솟았다.
그런 와중에 손님이 오셨다.
오랜만에 오신 반가운 분과 차를 마시며 흥분을 가라 앉혔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에 안정을 찾으니,
자연에서 나타나는 생존에 대한 생명성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삶과 죽음에 처한 닭과 개의 역할에서 나는 무엇인가?
사냥개에게 물려서 이리 저리 도망을 하다가 한마리씩 죽음을 당한 닭들의 공포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사냥개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살생을 잘한 것으로 알고 있는 개가 끼친 물질적 정신적 손실로 화가난
사람의 놀란 가슴과 끓어 오르는 분노가 산수골 오후의 대기를 흔들었다.
서울 이모님댁으로 가신 할머니가 안계신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계셨으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혼자소리를 꽤나 하셨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몇년전 진도개의 닭사냥 사건때 어머니의 안타까워 하시던 일도 생각이 났다.
할머니는 산수골에 오신지 두달만에 서울에 사는 둘째따님댁으로 가셨다.
100세의 생신을 잘 잡수시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서울길을 나선 할머니는
외손주며느리의 손을 부여잡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셨다.
겨울을 나고 봄에 오시라는 나의 말에 오지 말래도 오신다고 일침을 놓으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괜히 눈시울이 젖는다.
이렇게 할머니가 떠나신 다음 날에 일어난 일이어서 잊지못할 사건으로 기억될 일이었다.
어쨌든 혼자서라도 털을 뽑고 닭을 잡아야 할 일이니 보통일은 아니다.
큰 통에 가득 담아서 뚜껑을 닫아 놓았다.
내일은 몇몇 아는 분들과 함께 닭을 잡고 일부는 보관하고 일부는 백숙파티를 할 일이다.
이렇게 하루가 후딱 지나갔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살생을 하고 싶은 분노에서 벗어나는 마음을 배우는 하루였다.
죽음으로 배워야 할 것은,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함에서 생명의 빛기운으로 꼭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만나서 낄낄 거리며 웃을 일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아하~ 그때 그랬구나!
하면서 웃을 일이다. 그래서 죽음은 영원함을 알게 한다.
지지난여름 한욱아우님의 죽음이 그랬고,
지난여름 어머니의 죽음이 그랬다.
오늘 닭들의 죽음과
반가운 손님이 오심으로 죽음을 모면한 개와
죽음으로 영원함을 느낀 사람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개와 닭도 죽어서 만날까?
맛있게 백숙을 해서 영양보충을 한 나와도 만날 수 있을까?
픽~~
김빠진 웃음에 아내와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전히 둘만의 장난을 하면서......
낄낄 거린다. 이때가 제일 행복하다.
2006년 11월 19일 산수골에서 허구헌날 웃으려는 사람이 사냥개의 닭사냥을 보고 마음을 담았다
첫댓글 죽어버린 닭들... 안타깝네요. 이어서 혼줄이 날 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가득했는데... 개가 당 할 고비는 모면했네요. 어쩌겠어요...아까운 닭은 이미 죽어 엎지러진 물이 되었고... 개에 대한 선처를 부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저지른 잘못이니까요. 제가 개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이렇게 개 편에 치우친 이야기만 늘어 놓고 있네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저도 개를 싫어하지 않아서 지금 용서받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아주 잘생긴 허스키거든요. 덕분에 자연의 생명성에 대한 공부를 했기에 감사함으로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엄나무,마늘,황기,대추,양파,찹쌀등을 넣고 백숙을 해서 동네 잔치를 했습니다.무지하게 맛이 좋았습니다. 행복하세요.
요 며칠 매스컴을통해 바이러스로 인해 키우던 닭이 살 처분 됨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농민의 안타까움을 보았습니다.......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