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명의 무당이 나온 함양 백무동
천황할머니는 지리산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어느 날, 지리산에 법우스님이 들어와 동굴에서 좌선 수도에 들어갔다. 열심히 수도에 정진하던 스님이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왔다.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을 뺏긴 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다 길을 잃고 말았다. 천황할머니가 아가씨의 모습으로 나타나 길을 안내해줬다. 그날부터 법우스님은 아가씨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천황할머니에게 결혼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결국 둘은 결혼했고, 여덟 딸을 두었다. 그들은 전국으로 보내져 유명한 무당이 되었다. 이후 이 마을을 무당 100명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해서 ‘백무((白武)마을’이라 불렸다.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馬川面) 강청리(江淸里)는 창암산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산촌 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섬말, 백무 등이 있다. ‘섬말’은 마을 양쪽으로 냇물이 흘러 마치 마을이 섬처럼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무(白武)’는 고지대에 위치한 산마을이다. 본디 ‘백무(白巫)’ 즉, 백 사람의 무당이라는 뜻이었으나 나중 사람들이 ‘백무(白武)’로 고쳤다고 한다. ‘백무(白巫)’라는 지명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천황할머니는 지리산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마음이 너그럽고 넉넉하여 모든 사람이 잘 살기를 기원해 주었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천황할머니에게 빌었는데 그들의 어려움을 딱하게 여긴 천황할머니는 사람들의 바람을 들어주기를 자주했다. 까닭에 사람들은 천황할머니를 더욱 공경하고 모시기를 극진히 했다. 어느 날 ‘법우’라는 스님이 도를 닦기 위해 지리산에 들어왔다. 그는 깊은 동굴 하나를 찾아 들어가 밤낮없이 좌선(坐禪) 수도(修道)에 정진하였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법우스님은 도 닦기를 멈추지도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법우스님이 좌선을 마무리하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햇살은 따사롭고 나뭇잎은 푸르렀다. 아름다운 경치에 취한 법우스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방이 어디인지 구분할 길이 없는 깊은 골짜기 속에 들어와 있었다. 들리는 것은 물소리에 새소리며 보이는 것이라고는 하늘을 빽빽이 가로막은 나무들뿐이었다. 이 노릇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스님은 천황할머니에게 빌어보기로 했다. ‘천황할머니, 이 어리석은 중생이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부디 저에게 길을 안내해주소서.’ 간절한 기도가 들렸던 까닭일까?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앞에 웬 아름다운 아가씨가 서있었다. 아가씨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천황할머니였던 것이다. 얼떨떨하게 서 있는 법우 스님을 안내해 할머니는 수도를 하던 동굴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날 이후 법우 스님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름다운 천황할머니 생각만이 간절했다.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좌선은커녕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결국 법우 스님은 천황할머니에게 소원을 빌기로 했다. ‘천황할머니, 저와 혼인해 주십시오.’ 그는 온 마음을 다해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천황할머니는 법우 스님의 기도를 들었지만 스님인 그와 결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법우 스님의 기도는 멈출 줄을 몰랐다. 날로 수척해지는 법우 스님을 바라보며 천황할머니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고, 급기야는 법우 스님과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둘은 혼인하여 여덟 명의 딸을 낳았다. 딸들은 모두 이름 높은 무당이 되어 전국 팔도로 흩어졌다. 그중 셋째딸은 하동 지방에 정착하여 그 지방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었다고 한다. 결국 천황할머니와 법우 스님으로부터 백여 명의 무당이 나왔다고 해서 그들이 살던 마을을 ‘백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는 셋째딸이 백 명 무당의 시발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하는데, 실제 하동은 함양군 마천면과 접해 있는 까닭에, 이야기가 두 지역에 걸쳐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자료
단행본
하동군지편찬위원회. 하동군지. 하동:하동군지편찬위원회, 1996.
웹페이지
디지털하동문화대전, "백무 이야기", 디지털하동문화대전
웹페이지
두산백과, "강청리", 네이버 지식백과
지방문화원
하동문화원 GO
함양문화원 GO
집필자
박은영
|
첫댓글 " 백 명의 무당이 나온 함양 백무동"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ᆢ 고맙습니다 ᆢ
늘 역탐방에 등불을 주시니 ᆢ
술한잔 사야 겠네요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