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남겨 놓은 바위(出紅流洞)
石面紛紛墨間紅(석면분분묵간홍)-바위 위에 여기저기 검고 붉은 먹물 글씨
山頭日日雨和風(산두일일우화풍)-산 위에는 하루하루 비 뿌리고 바람 부네.
人生自有傳名處(인생자유전명처)-인생에는 본래부터 이름 남길 곳 있나니
不在鼪林鼯穴中(부재생림오혈중)-날다람쥐 숲과 굴은 그런 데가 아니라네.
조긍섭(曺兢燮)
“부용주” 이름을 내려놓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
SBS 월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오는 1월 17일 20회 방송이 끝난다고 한다.
그동안 매우 재미있게 시청을 하였는데 아쉬운 생각이다.
필자가 흐뭇한 것 하나가 배우 서현진에 관해서다.
서현진의 제스처, 말하는 모습 표정, 감정 등의 연기가 장면 장면마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어 “저 서현진 탈랜터 연기상 받겠는데” 하였는데
정말 2016년 말 연기상을 받는 것을 보았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26.7%라는 높은 시청률이기 때문에 드라마 내용을 말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한국 드라마의 보편적인 내용 전개와 줄거리는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끝을 맺는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착한 행실을 권장(勸奬)하고 악(惡)한 행실을 징계(懲戒)하는 것으로 선행은 해피엔드로 악행은 불행의 결과로 끝난다.
“낭만닥터 김사부”도 그렇게 될 것이라 예측된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계선편(繼善篇)에
子曰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
착한 일을 행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내려 주시고
악한 짓을 일삼는 자에게는 하늘이 천벌을 내린다
는 글도 있다.
드라마에서 부용주는 “신(神)의 손”이라 불릴 만큼
이름 날린 써전(surgeon 외과 전문의)이었다.
드라마의 전반에 흐르는 내용 중에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중간 중간에 축약(縮約)되고 함축성(含蓄性)있는 대사(臺詞)들이었다.
*집중 !
*컷
*환자는 접수순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위급한 순서로 치료한다.
*사실(事實)이 위선(僞善)에 가려지고 왜곡 당하는 세상
*사실이 사실답지 못하면서 “이것이 팩트”라고 우기는 세상
*진실(眞實)을 알면 그 진실(眞實)을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는가?
*써전(surgeon, 외과전문의)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살리지도 못할 거 왜 수술했냐?
*부용주는 그 무한 책임감이 작동해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선택하면서
“부용주”라는 이름을 버린 후 “김사부”로서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
등등~~
요즘 유행어가 되고 있는 “팩트(Fact사실 실제로 존재했다)”라는 이 단어,
SBS에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2016년 11월 7일부터 방송하기 시작했고
2016년 11월 19일
청와대 홈페이지 오보·괴담 바로잡기에는 10번째로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뭐 했나?에서
“이것이 팩트입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가 “낭만닥터 김사부” 팩트를 따라한 것은 아닌지--
지금 헌법재판소와 특검이 이 “팩트(Fact)”밝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위에서 김사부는 본디 자기이름 “부용주”를 버렸다고 했다.
인간에게 이름을 버린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름은 곧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는 “이름”을 매우 소중히 생각하였다.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며 함부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임금이나 스승, 부모만이 자신의 본명(本名)을 부를 수 있었는데
임금도 함부로 신하의 본명을 부르지 않았다.
흔히 성년(成年)이 되는
스무 살이 되어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찌고 어른이 되던 예식(禮式)인
관례(冠禮)뒤에 본이름 대신으로 부모나 집안 어른이 지어주는 “자(字)”를 사용했다.
“호(號)”는 대개 스승이나 가까운 친구가 지어주기도 하여 “자(字)” “호(號)”를
같이 사용했다.
우리사회는 자기의 신분을 상대방에게 알릴 때 “명함(名銜)”을 사용한다.
이때 “함(銜)”자의 뜻이 “소나 말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뜻이다.
입에 재갈을 물리듯이 함부로 이름을 아무렇게 사용하지 말라는 글자다.
이처럼 이름은 개인에게 소중하다.
“부용주라는 이름을 버린 후 김사부는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다.
우리사회는 이름에 얽매여 산 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도
대통령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고
대통령 이름을 버리지 못하여 촛불의 저항을 받고 있다.
우리의 삶에는
아버지, 어머니, 자식의 이름값 때문에 원천적(源泉的)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불교경전 금강경 제14분에서는
我相(아상) 人相(인상) 衆生相(중생상) 壽者相(수자상)을 버리라 하였다.
*아상(我相)은 나를 내 세우고자 하는 나의 오만한 마음
*인상(人相)은 사람이 가장 우월하다는 자만심
*중생상(衆生相)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
*수자상(壽者相)은 오래 살고 싶어하는 생각
등 이렇게 자기중심의 이름을 버려야 만이 진정한 “자유인(自由人)”이라 하였다.
대통령의 집착을
아버지로서의 자애(慈愛)가 아닌 권위(權威)를
부부간의 맹종(盲從)을
친구로서의 아집(我執)을 내려놓아야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부용주는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