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사 > 남조선別曲
<前注>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이하여 북한 동포 한 분이 어렵사리 남북관문을 뚫고 남조선 땅을 찾아들었겠다.
오매불망 그리던 남조선을 와서 보며 그는 감개무량하여 아래 글을 지어 남겼으니,
그 제목이 <남조선別曲>이다.
남한이라 남조선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遠山 近景이 이리 눈에 익단 말가!
한 눈에도 알겠구나, 이 산천이 내 땅임을.
내 나이 50줄, 이제야 남녘 왔네.
오랜 세월 가슴 깊이 그리워만 하옵다가,
이제야 문안드리니 백번 천 번 늦었구나.
산하도 청천의 백운도 이 몸을 반겨주니
송구하고 미안하기 그지없도다.
산은 울울창창, 골마다 벽계수라.
금수강산 예 있으니 딴 데 가서 찾지 마오.
계절이 엄동이라 들판은 비었지만,
반듯반듯 논밭 정리, 눈밭 같은 비닐하우스.
절후 되면 황금들판, 사시사철 선채백과(鮮菜百果).
어화, 배부르네, 몸도 튼튼 마음 튼튼.
생활 형편 유족하여 이웃돕기 내 일일세.
‘이밥에 고깃국’은 북녘의 묵은 소원,
남녘에선 이런 말 없어진지 오래라오.
어화 벗님네야, 한양 땅 찾아보세.
한양이 어디메요, 서울이 한양이지.
성곽이 둘러 있고, 사방에 대문이라.
남방에는 숭례문, 북방에는 창의문,
동방에는 흥인지문, 서방에는 돈의문.
한양 지경 좁다는 말 꺼내지도 마소.
성곽 너머에는 산천이 확 틔어서
북에는 북한산, 남에는 관악산이,
동에는 수락산, 서에는 인왕산이
각각 사방 맡아 한양 땅을 호위하네.
서울 땅을 살피자면 목멱(木覓)이 제일이라.
정상에 선 ‘남산타워’ 한달음에 올라서면
사방천지 환하여 다시 개안한 것 같고,
한강을 경계로 남북이 정연한데
그 아래 서울 천지가 한 눈에 들어오네.
천기가 맑으면 인천 바다 둥실 뜨고,
검단산 봉우리 석양빛에 은은하네.
번쩍이는 건물들 하늘을 떠받치고
그 사이를 대로들이 사방으로 뚫려 있네.
길마다 자동차는 홍수처럼 넘쳐나나,
누구의 공덕인지 질서가 정연하네.
평창이 어디메요, 강릉도 구경 가자.
호법에서 영동으로 길 더듬어 굽어드니
도로 위에 또 도로라, 찾아들기 쉽지 않네.
여주휴게소는 큰 장터 방불하여
음식이며 잡동사니 없는 것 빼곤 다 있구나.
원주, 문막 스쳐지나 평창을 찾아가네.
막히면 굴을 뚫고 골 깊으면 다리 놓아
곧은 길 탄탄대로라 잠에 들까 저어되네.
대관령 어간에서 횡계로 굽어드니
심심산골 평창 땅이 도회가 되었구나.
만국기가 펄럭이며 오륜잔치 흥 돋우고
각색 피부, 각색 두발 인종이 여럿이네.
‘雪上 경기장’이 곳곳에 자리 잡고,
운동복 차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각종 맛집 찻집들이 거리에 즐비하여
구경꾼의 발길을 ‘어서 오소!’ 붙잡는다.
백두대간 가로 질러 강릉으로 건너가세.
선자령 산마루에 바람개비 씽씽 돌고,
그 아래 풀밭에는 牛羊이 한가롭네.
어화, 동해 벽파 우리를 반기는 듯,
흰 포말 일으키며 쌍수 들어 환영한다.
명주(溟州) 땅 경포호는 벽옥 같이 반짝이고,
오죽헌 선교장이 옛 이야기 하는구나.
송림 속 초당동은 순두부 고장이요,
그 곁에 ‘빙상경기장’은 햇빛 받아 반짝이네.
오륜 형편 살폈으니, 돌아갈 일만 남았구나.
어화, 내 땅 여기 두고 빈손 어이 돌아갈까?
떨어지지 않는 걸음, 터벅터벅 옮겨 짚어
한 맺힌 휴전선을 기어이 넘는구나.
철조망은 말없이 북남을 갈랐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 평생을 가슴앓이.
앞으로도 얼마나 더 탄식 속에 날 지샐까!
이보소, 세상 진 사람들아,
남북 생령(靈靈)들의 원성을 잘 들으소.
순리대로 풀지 곧 않으면,
천지개벽 날 것이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