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은 인류가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훌륭하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모든 언어를 마스터할 순 없고, 훌륭한 혁신기업도 해당 시장에 진출할 땐 현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결국 언어는 사람이 만든 장벽이고 사람만이 허물 수 있는 장벽이다. 과거엔 이를 허무는 역할은 전문번역가가 대부분 했다.
비용이 많이 들었고,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터넷이 범용화되자 사람들은 ‘이것 좀 해석해주세요’라는 부탁을 웹에 올리기 시작한다. 자동번역기도 등장했다. 하지만 정확성 부분에선 큰 구멍이 여전히 존재한다. 플리토(Flitto)는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언어 장벽은 사람들의 ‘집단지성’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문제가 됐던 신속성 부분은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조금만 손을 대서 정확성만 확보해 시스템화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플리토의 탄생 배경이다. 플리토 애플리케이션에선 마치 사람들이 놀이하듯 올라온 텍스트를 번역하고, 보상을 얻어간다.
창업자 이정수 대표는 “번역은 그동안 어렵고 재미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진입 장벽도 높았다”면서 “하지만 플리토는 번역을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로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커뮤니케이션’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보다 빠르고 자동번역기보다 훨씬 더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실시간성도 높이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플리토와 플리토 창업 계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2007년 대학 시절부터 고민했던 것이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세상은 변했는데, 언어는 그대로라는 것이었다. 이 장벽을 허물면 훨씬 더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컴퓨터 켜고 앉아야’ 번역할 수 있는 시대라 ‘실시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스마트폰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된 이유다. 사람들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 모이게 해 번역을 하게 하면서도, 딱딱하거나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며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플리토의 핵심이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개인 간 번역 요청 등을 중개해주며 수익을 내고 있는 부분이 있고, 유저들이 그동안 해왔던 번역한 것을 데이터화해 이를 외부에 판매하고 제휴를 맺는 방식이 있는데, 후자가 현재로선 가장 큰 수익 모델이다. 네이버의 인도네시아어 사전·영어 사전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네이버 사전에 들어간 예문 번역을 우리가 해주고 우리 브랜드를 노출하는 식이다. 또 자동번역기를 만드는 업체들(구글도 포함)이 있는데, 이들에게 우리가 데이터화한 번역 콘텐츠를 판매도 한다. 이 시장 수요가 상당히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또 다른 개인에게 번역을 요청함으로써 나오는 매출이 높아져야 좋다는 생각은 한다.
―향후 회사 확장 전략은.
▶번역이라는 굳건한 기둥을 뿌리내리고, 여기에서 가지가 뻗듯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싶다. 처음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번역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번역이라는 콘텐츠, 혹은 재주를 통해 사용자들이 서로 건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스토어를 만드는 게 핵심이 됐다.
사실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다. 번역을 통한 글로벌 스토어를 구축하고 스토어에서 유저들이 자유롭게 거래하고, 이를 통해 필요한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장이 섰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며, 이것이 플리토의 확장 전략이다.
―언어의 밸런스 문제는 없나. 예를 들어 영어에 지나치게 쏠린다든지.
▶없진 않다. 글로벌 언어라고 하면 사실 전 세계적으론 영어이고, 아시아에선 중국어니까. 그런데 의외로 초기엔 중국어 사용자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어 수요를 채우기 위해 마케팅을 했더니 중국어 이용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유저들이 같이 엄청나게 유입됐다. 예를 들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중국인만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어를 잘하는 인도네시아 화교가 들어와 인도네시아어 자원까지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플리토엔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 번역을 해줄 사람을 찾을 때 굳이 한국인만을 찾지 않는다. 한국어를 잘하는 인도네시아인을 찾는 게 사실 비용 면에선 훨씬 더 유용하다. 프랑스어·영어 번역은 프랑스인보다 오히려 아프리카에 위치한 프랑스어와 영어 능통자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잘해줄 수도 있다. 이게 플리토가 가진 장점이자 재미라고 생각한다. 언어 밸런스 문제도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플리토의 포지셔닝은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사실 번역 앱이라는 것이 조금은 특수한 분야인데.
▶온라인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고 있듯이 번역계의 에어비앤비가 되고 싶다.
우리는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에 대한 보상 체계를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상대방이 받아들이면 된다는 점에서 에어비앤비와 흡사하다. 물론 우리가 중간에서 잘 모니터링해 올바른 질서가 서도록 해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에어비앤비에 들어오는 사람이 ‘우리 방은 하루에 10만원’이라고 설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용자가 10만원을 내고 그 방을 쓰듯이 우리도 유저 스스로 ‘나는 번역 한 자에 100원’이라고 세팅하면 이를 ‘OK’하는 상대방과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번역을 통한 공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