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지나간 인생을 사계절로 나누어 본다.
설날 아침에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가끔씩 할 것이지만,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는 인생을 사계절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사계四季를 인생의 사계와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인생에 있어서 최초의 30년도, 또 최초의 20년도, 또 최후의 20년도 계절과 상응하는 것이 아니다. 즉, 머리카락과 눈(雪 )의 흰색, 혹은 그와 유사한 색채의 변화로 비유하는 일에 만족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가정해보라. 그 최초의 30년은 평생을, 일반적으로는 인생을 준비하는 일종의 긴 설날인 것이다. 또한 최후의 20년은 앞서 체험한 모든 일을 바라보며 내면화하고 또한 종합과 조화를 낳는 시기인 것이다.
그것은 비록,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 지나간 일 년에 대해 하는 일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중간에서는 실제로 사계와의 비교가 가능한 시간이 끼어 있다. 즉 20세에서 50세에 이르는 기간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는 획일적으로 십년 단위로 상정하지만, 각자는 자기의 경험에 따라 이런 대략적인 계산을 보다 정확하게 자기에게 적용함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삼십년은 여름과 봄과 가을이라는 세 계절과 상응한다. 인생에는 겨울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드물지 않게 끼어들곤 하는 괴롭고 춥고 외롭고 희망도 없는 불모의 ‘질병을 앓고 있는 기간’이 인간에게 있어 겨울이라고 할 경우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이십 대, 즉 정열적이고, 지루하며, 천둥이 치는 날씨, 풍요한 활동, 그리고 지쳐버리고 마는 시기, 날이 저물어 저녁이 되면 하루를 찬미하며 이마의 땀을 씻어내는 시기, 또한 일이 힘들고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 “이러한 이십 대는 인생의 ‘여름’이다.
그에 반해서 30대는 인생의 봄이다. 대기는 이따금 너무 따스하기도 하고 혹은 싸늘하기도 하며, 늘 불안정하고 자극적이며, 끓는 수액, 만발한 잎사귀, 꽃의 향기로 넘치며, 수많은 매혹적인 아침과 밤, 새소리에 잠을 깨어 일하러 가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동, 자신의 정력에 대한 일종의 향유, 예감에 찬 희망에 의해 강건해지는 그러한 시기이다. 끝으로 사십대, 즉 온갖 정지靜止처럼 신비에 쌓여 있는 시기, 상쾌한 바람이 부는 높고 넓은 고원지대, 구름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의 낮과 밤을 부드러운 심정으로 바라보는 시기, 즉 수확의 시기, 진심으로 나온 쾌활한 시기, 이것이 인생의 가을이다.”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나이’라는 글이다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사이
나로부터 비롯된 자식들이 다 장성해서 저마다의 살림을 꾸리고 있으니
세월이 강물같이 빠름을 실감한다.
물론 니체가 살았던 시기와는 그 모든 것이 비슷하지 않지만
훌쩍 지나가 버린 지난날들이
기억 속에 아스라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시간 탓이다.
하지만 가버린 세월을 되돌릴 수 없는 일,
그저 지금의 시간에 충실한 것이 최선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노라.!
모든 것이 시간과 함께 흐르고
변하노니
......
한 때 있던 것은 사라지고 없던 것이 생겨난다. 매 순간
새롭게 생성 된다.“ 오이겐 로트의 말을 되 새기며,
설날 아침에 세상의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 1월 29일 을사년 설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