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되신 대구의 유명한 문인수 시인께서 거조암 가서 전생의 자신을 닮은 애락존자를 찾았다면서 지나가는 말을 던지기에 나도 나를 찾아 나섰다.
영천의 오백나한이 모셔져 있는 거조암에 갔다. 한 분 두 분 지나면서 유심히 살폈다. 앉은 자세도 얼굴표정도 각각 달랐다. 우습기도 재미있기도 무섭기도 했다.
전생에는 모두 부처님의 제자들이었다니 웃을 수도 흉볼 수도 없고 경건하게 엄숙하게 합장을 해서 둘러보았다. 십 원 동전이 오백 개, 백 원 동전이 오백 개, 쵸코파이가 오백 개, 땅콩 알사탕이 오백 개, 장미꽃이 오백 송이를 보니 시주하시는 보살님들의 정성에 탐복했다. 몇 줄을 돌다 보니 애락존자가 보였다. 문인수 시인의 말씀이 생각났다. 자세히 보니 어딘가 닮아 보이기도 했다. 팔 다리가 가늘고 얼굴에 핏기도 없고 살점이 없고 눈 꼬리가 처진 것도 닮아 보였다. 다시 천천히 돌다보니 어린아이같은 짖굿은 표정하며 토라진 표정하며 혓바닥을 내밀고 메롱하는 표정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사 울고 웃고 아프고 병드는 것이 하나 다를 게 없다는 것에 공감 할 때쯤, 보현존자가 눈에 들어왔다. 짙은 눈썹 우뚝 솟은 코 혓바닥은 입천정에 붙일 듯 말 듯 섹시한 장미꽃에 마음 뺏긴 듯 고심하는 듯 콧날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 아 ! 전생의 나를 찾은 듯 반가웠다. 어느 스님께서 주신 법명이 보현행이기도 했지만 이끌리는 데가 있었다. 윤회, 윤회해서 지금 나는 여기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