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득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구역의 이장이라는 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권상진씨 내일 비가 온다는 데 한번 만날 수 있겠어요?"
"아 네 현장으로 오세요"
카스는 김해 장유라는 신도시에서 도로를 개설공사 중인데
기존의 논밭을 보상을 다 해주고 난 뒤 하는 공사라
주민에게 불편하게 해 주는 것도 없고
거의 민원이 일어날 소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동네 이장이라고 하니 굳이 오신다길래
마다 않고 오라고 했던 거였죠.
참고로 카스는 고등학교때 이미 토목을 선택할 정도로
토목에 대해 아주 애착이 많고 늘 배우려는 자세로 노력을 하고 있기에
현장소장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남에게 굽신거리지 않고 이장이라고 해서 아쉬운 소리나
부탁드리거나 그런 일이 거의 없다보니
뭐 떳떳하게 오라고 했죠
현장사무실로 들어오더니
"소장한테 긴히 드릴 말이 있는 데 괜찮겠어요?"
'올래면 진작 오시지 꼭 이런 분들은 식사시간 맞춰 온단 말이지'
뭐 할 수 없어서 현장 반장 동반해서 셋이서
근처 갈치 잘하는 집으로 안내를 했죠
점심을 먹으면서 이 분은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데
"권소장 울 동네에서 노인들 나들이 가려는 데
좀 도와주셔"
연세 지긋한 이 이장은 아주 가볍게 말을 해 오는 것이다
잠시 생각한 카스는
"아 네 협찬 해드려야죠.근대 울 현장상황이 좀 어렵습니다.
그러니 울 현장 옆에 현대한테 좀 많이 받구여
저한테는 어르신들 소주값정도만 받아주시죠,
뭐 솔직이 저희가 공사하는 데 주민들께 피해줘가면서 하는 공사도 아니구요"
이 이장 나 안들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중얼거리는 말을 울 반장도 듣고 나도 들었는 데
'소주 한박스 해봐야 2만5천원인데'
'이론 그럼 뭘 더 바라는 거얌'
못 들은 듯이
"이장님 얼마나 원하세요"
"많이는 안 바라고 2백이면 안 되겠소?"
켁
난 머리속으로 한 5십 정도 생각했었구만 2백이라니
내 월급에 맞먹는 돈을 ㅋㅋ
마음 같아서는 혼을 내 주고 싶었지만
뭐 그래도 잠시 진정시키고
"네 그 정도 금액은 저 스스로 결정 못하구요
일단 울 회장님께 보고해서 결제가 나면 입금처리토록 해드리죠"
술도 담배도 안하는 나이 칠순에 이 이장은 곧 여자들한테 전화를
해대는 것이다
몇번의 통화를 한 결과 두 여자가 식당으로 오게 되었고
그래도 어찌 그냥 가겠나 싶어서
두 여자랑 그 이장이 앉은 방으로 가서
식사값 보태어 내시라고 10만원 던져 주고 나왔는 데
바로 회장님 친동생인 상무님께 전화해서는
"상무님!!! 제 성질 같아서는 밥 사준걸로 끝내고 싶지만
상무님께서 알아서 입금 해 주세요 그냥"
"한 오십이면 되겠어요?과장님?"
"오십요?30만 주십시요"
ㅋ
그 이장 그 삼십받고 다시는 울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가끔 일은 잘되어갑니까 하면서 전화만 오네요
우리 건설회사 기술자들
이전에 돈으로 건설현장 움직이는 시대 지났고
실력있는 젊은 기술자들이 이젠 어디든 자리매김하면서
건설현장을 이끄는 데 왜 기성세대들은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려고만 하는 걸까요?
저 자신있거던요.
감독이나 감리 동네 이장 물 안먹이고 공사해도
떳떳하게 제대로 시공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건설회사는 봉이다 이런생각은 정말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생활을 오래한 수도권은 그나마 주민들 의식이 선진화되어서
이런 적 거의 없는 데
이궁
제가 태어나서 자라온 늘 고향이라 자랑하는 울 동네가
이런 현실이니 걍 답답하기만 하네요.
선진국에서는 civil engineer(시민 공학)라구 해서 대우가 그렇게 좋다는 데
왜 기술선진국이라고 자타 공인하는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노가다라니 기름쟁이라니 폄하하는 인식이 있는 지
한심하네요.
기술없이 어떻게 사람이 살고 나라 발전이 있는 것인 지
수많은 기술자 중에 한 조각인 카스
두서없이 한마디 적고 갑니다.
토목기사 권상진 올림 ^^*
첫댓글 권상진씨로 닉을 바꾸셔야겠습니다? 만방에 다 고했습니다...^^*
민주주의의 투명한 이시대에도 아직은 이장님이 우리네 세상살이는 이런면도 있다고 가르침을 주시는군요.^^
저역시 그런경험을 많이 했고 또 지금도 자주 들어오는 요구입니다.20만원을 더 주면 안됨니다.
예전의 관행을 지금도 착각하시는 분들께 좋은 본보기가 되셨네요.
동네 노인분들이 놀러 가신다는데... 성의 표시 해 드리는건 좋은데...헉~!! 200만원 씩이나~~ 쫌 심했네...
바카스님!!잘하셨습니다.한번쯤은 이런사람 본을 보여 줘야해요. 근데 시원한 바카스 한박스 추가 했더라면 더 좋았을걸...ㅋㅋ 상쾌한 하루 되세요*^^*
공감이 갑니다. 아직도 건설회사는 봉이라 생각하는지 손벌리러 오는 사람이 그리도 많네요~~~
장가 언제 갈라요~??
ㅋ 글세요 이궁 오늘도 역시 혼자 야구를 보고 왔지요.잠실에서 보러 다닐대만해도 별 못느꼈는 데 고향근처에서 혼자 봐서 그런지 이전만큼 그리 신나지가 않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잘 보고 스트레스 풀고 왔지여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