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폭넓은 인맥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동창회나 각종 모임에 얼굴을 내밀고 많은 사람과 만나려고 한다. 그러나 여기저기 돌리는 명함은 늘어나지만 막상 필요한 순간 연락할 만한 사람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넓은 관계가 깊은 관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네트워킹은 짝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 애인을 만드려고 여러 모임에도 얼굴을 내밀고 나이트클럽에 드나들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는 걸.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간다고 진정한 파트너를 찾을 수는 없다. 오히려 친구를 통해서 소개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 상대방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고 친구가 자기를 괜찮은 사람으로 선전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전문가 데릭 코번 캐드리(Cadre) 대표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네트워킹은 명함만 돌리고 눈도장을 찍어 사람 수를 늘리는 규모 산업(volume business)이 아니다. 오히려 친구나 기존의 고객들로부터 사람을 소개받고 스스로 모임의 장을 만드는 게 오래가는 인맥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데릭 코번 대표와의 일문일답.
―많은 사람이 인맥을 넓히기를 기대하면서 여러 모임에 나간다. 네트워킹만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도 있을 정도다.
▶네트워킹 모임의 가장 큰 문제는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온 전문가들의 짬뽕이란 것이다.
자기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인맥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몇몇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어젠더와 목적을 가지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모임에서 깊은 관계를 맺긴 어렵다. 모임에서의 짧은 만남만으로는 오래가는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거기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을 빨리 많이 알아놔야겠다는 단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온다. 인맥을 구축하는 데는 긴 시간 꾸준히 공들이는 인내가 필요하다. 모임에서 낯선 사람에게 처음 다가가는 용기와 사교성은 인맥 형성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직업이나 성격에 따라서 가벼운 만남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알고 있는 친구나 고객들이 별로 없는 경우엔 네트워킹을 위한 모임이 최후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여러 모임을 배회한다. 전략이나 목적 없이 나간다면 모임에서 주고받은 수많은 명함은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굳이 모임에 나가려고 한다면 당신의 열정이나 관심사와 일치하는 모임을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나라. 많은 이벤트가 등록된 참석자들을 미리 알려준다. 이것을 보면 어떤 이벤트에 가야 원하는 사람을 만나는지 알게 된다. 들이는 시간을 절약하면서 네트워킹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하고 그 바닥에 완전 초짜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네트워킹 모임도 나쁘진 않다. 이럴 때는 아무리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관계라고 하더라도 시간을 들일 가치는 있다. 그러나 고객이 늘어나면 당신은 이제 네트워킹 모임에 들이는 시간이 아까워져야 한다.
―주변에 인맥이 별로 없어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 영업사원이 고객을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차라리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전화를 걸어서 얘기해라. 내가 사업에 처음 뛰어들 때는 무작정 전화를 돌렸다.
보통 300명에게 전화를 하면 30명은 전화를 받아준다. 그리고 6명은 만나는 준다. 그 6명 중 1명은 내 고객이 된다. 확률로 따지면 0.3%다. 300명에게 전화를 하면 보통 하루가 넘게 걸리지만 초반에 의지할 곳이 없다면 그런 것도 괜찮다. 모임에 가서 명함을 돌리는 것보다 낫다.
―왜 모임에 가는 게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연락하는 것보다 나쁘다고 하나. 얼굴을 맞이하는 만남이 전화나 이메일보다 낫지 않겠는가.
▶네트워킹 모임과 달리 전화를 통해서는 매몰차게 거절을 할 수 있다. 첫 만남에 아예 명함을 받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없지만 걸려오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는 건 쉽다. 그렇기 때문에 거절이 두려운 사람들은 모임에 나가서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하는 걸 더 선호한다. 그러나 거기에 함정이 있다. 아무도 당신과 관계를 맺기를 원하지 않고 그냥 명함만 받는 모임에서 인맥을 쌓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친절한 사람들과 친절한 대화를 하면 기분은 좋을 수 있지만 심리적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고객 한 명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전화를 돌려서 미팅 약속을 잡고도 고객이 안 나타나는 불상사를 모두 견뎌야 한다. 뼈아픈 거절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네트워크를 쌓는 데 효과적인가.
▶전문가 네트워크를 폭넓게 구축하는 좋은 방법은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들로부터 추천을 받는 것이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연결시켜서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객이 아니더라도 친구, 헬스트레이너, 이웃 등 기존의 관계를 총동원해 인맥을 가지치기해 보면 된다.
당신이 세우는 네트워크 전략은 점점 발전해야 한다. 인맥관리 초보라 할 수 있는 1단계는 상대방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느냐에만 관심을 둔다. 2단계 네트워크로 진화하면 방금 만난 사람들을 위해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심이 된다. 당신이 뭔가를 해줄 수 있을 때 관계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고봉인 3단계 네트워크는 기존 고객과 동료들에게 당신이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들에게 가치 있는 관계와 자원을 제공할 때 당신의 네트워크는 점점 깊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기존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당신이 주체적으로 네트워크의 판을 만들면 된다. 남이 만들어놓은 모임에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저녁식사 자리를 만들어주고 고객들끼리 이어줘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큐레이터가 되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엄선된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이라는 게 알려지면 참석하려는 사람은 많아질 것이다.
수많은 인맥 중에서 스스로를 차별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다른 고객들에게 연결시켜서 그들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당신의 고객들도 당신처럼 유용한 인간관계에 목말라 하고 있다.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이며, 그들이 앞으로 맺을 인간관계의 이득을 공유할 수 있다. 내가 자산관리사로 있을 때는 열심히 고객의 인맥을 넓혀줬다. 그러니 다른 자산관리사들이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해도 고객들은 날 떠나지 않았다.
―인맥을 얻기 위해서 직접 자리를 만드는 건 부담스러워 보인다.
▶좀 수고스럽긴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 친구 티엔 왕은 테크2000(Tech2000)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인데 파티나 이벤트 모임을 많이 주최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수도 없이 많은데 테크2000이 특별한 이유는 IT 인맥의 허브기 때문이다. 초창기 티엔은 열정적으로 고객들과 파트너, 잠재 고객을 파티로 모았다. 고급 양주와 스테이크를 주는 파티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모아서 강의를 하는 기업가 프로그램도 그가 운영하는 이벤트였다. IT 전문가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가 티엔의 파티나 강좌의 문을 두드렸다.
―고객들로부터 소개를 받는 게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했다. 고객들이 당신을 어떻게 소개하면 되는가.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고객들이 이메일을 써서 당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당신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이메일 템플릿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나눠줘라. 이때는 당신과 고객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전화나 직접 대면을 통해 소개해주는 것이 가장 좋아 보이지만 내가 굳이 이메일을 추천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별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요즘 사람을 찾는데 SNS인 링크드인(LinkedIn)을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
▶링크드인이 좋은 점은 사람을 산업별·지역별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당신 인맥 지도에서 어떤 산업군의 사람들이 빠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링크드인에서 찾으면 된다.
그러나 링크드인은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양방향으로 소통할 계기가 별로 없다는 단점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트위터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고 폴로(follow)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많은 사람이 조언을 구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 사람들을 폴로하다 보면 당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트윗이 등장할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 돈독한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킹은…` 아마존 올해의 책 뽑혀 ■ He is…
데릭 코번(Derek Coburn)은 네트워킹 컨설팅 회사 캐드리(Cadre)의 창립자이자 CEO다. 올 초 ‘네트워킹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Networking is not working)’란 책을 발간해 인터넷서점 아마존 에디터들이 뽑는 2014년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