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로 한 것을 딸이 (학원 두 군데 방학이 서로 다르고 해외봉사도 6일을 다녀오기로 하여서) 여행까지 가면 수업을 너무 많이 빠져서 보강하기 힘들다고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하겠다고 말하였다.
그것을 남편에게 전달하자 처음에는 받아들였다.
어제 저녁통화에서 남편이 다음 말들을 늘어놓았다.
탁구 치는 아줌마들도 자기만 쏙 빼놓고 같이 안치려 하고 자기들끼리 속닥거린다, 갱년기 우울증인 것 같다, 진작 날짜를 잘 정했어야지 이게 뭐냐? 딸이 자기를 무시한다, 당신도 나를 무시한다, 친구네만 왔다 가라고 할까? 여행을 아예 취소를 할까? 아들도 오지 말라고 하고 어른들만 여행할까? 진주여행을 하고 나서 익산에 올라갈 거니까 당신은 친구네 차를 타고 와라..
외롭다는 말이기도 하고, 가족이 모두 함께 하길 바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볼지 갈팡질팡하기도 한 것이기에 맞장구치며 잘 들어주었다.
한 가지, 내 차를 운전하고 가는 것이 더 편하다는 말을 하긴 했는데, 친구네 차를 타고 오라고 한 것에 대해서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익산으로 올 때 남편은 자기 차를 혼자 운전하고 오게 될 것 같아서 외로운 운전이 힘들다는 뜻인 것 같다고 짐작하니 이해가 되었다.
그동안 남편이 이럴 때마다 투덜이라고 생각해 왔다. 투덜거릴 수도 있고, 아내한테 투덜거리지 누구에게 하겠는가. 그대로 들으면 나 좀 알아줘라는 자기표현이고, 못 알아차리면 투덜거림이다.
아침에 다시 통화할 때에는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서, 어제 한 이야기 기억나는지 물었더니 기억나지 않는다고 웃는다.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다.
내가, 딸만 못 간다고 했으니 딸이 빠진 여행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정리를 하였다.(친구네 딸도 캐나다에 있는 이모댁에 다녀오기로 해서 진작에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친구네 아들은 울 아들이 간다고 하니까 가기로 한 것이고) 그랬더니 알겠다고 한다.
그동안 남편과 대화하면서 주로 들었던 내용을 떠올려 보면,
‘너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해’였다. 이걸 비난으로 들었다.
무시한다는 말도 그 말에 걸려서 속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서운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주고
지금 상황에서 서로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결정하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자기 표현을 비난으로 들으면, 그 표현(속마음)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만든 장막 때문에 그대로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이구나.
첫댓글 그러지요... 상대의 말을 나를 책망하는 것으로 들으니 그것이 걸림이 되어 대화가 안되는 것이지요 또 상대 맘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구요 ... 그대로 듣고 상황을 정하면 통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소통이 되어지지요.
네. 책망한다고 들으니 걸림이 되고 원망심이 올라오는 것을 알겠습니다. 듣고 상황을 정하면 통하게 되므로 소통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