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6일, 하인드마쉬 스테이디엄에서 열린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와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골드 코스트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후반전에 한 선수가 교체투입되었다. 데뷔무대였는데 이 경기에서 해당선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이 선수의 생년월일은 1996년 5월 18일로 데뷔한 날의 나이는 15세하고도 212일로 A-리그 최연소 데뷔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비록 그 경기에서 애들레이드는 3대0으로 골드 코스트에게 지고 말았지만(참고로 네덜란드인 감독이었던 리니 콜렌은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경질되고 존 코스미나 감독이 새로이 임명된다) 티보이 카마라(Teeboy Kamara)는 많은 관심을 받게되었다(세계적으로도).
카마라는 라이베리아에서 태어났는데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아직 카마라가 태어나기도 전 반군들에게 살해당했고 둘째형이 정부군과 반군과의 총격전에 휘말려들어 사망하자 어머니의 결심으로 라이베리아를 떠나 이곳저곳을 난민으로 떠돌다가 마침내 호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눈에 띄는 실력으로 U17대표팀에서 막내로 월드컵에도 출전했던 카마라는 어머니(사진에 나오는)마저 지병으로 몇달전 사망했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최연소데뷔기록을 세울 수 있었고 아챔에서도 포항과 분요드코르와의 경기에서 출전했으니 한국에도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병이 발견되어 한동안 축구를 못했지만 최근 훈련에 복귀했으니 다음 시즌 그라운드에서 볼지도 모르겠다.
애들레이드에는 또다른 아프리카계 유망주가 있는데 이름은 아워 마빌(Awer Mabil)로 수단에서 태어났고 전쟁으로 인해 케냐의 난민촌에서 몇년간 살다가 호주에 난민비자를 받고 정착하게 되었다.
아직 열일곱살로 시민권이 없어서 그렇지 시민권만 있었다면 U20대표팀에 뽑혔을게 거의 유력하다. 같은 팀의 수단계 혼혈인 오사마 말릭(Osama Malik)과 친한 것 같다. 자신의 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 시즌에 보여준 것을 보니 다음 시즌에는 더욱 진보된 기량으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다른 아프리카계로는 골골 메브라투(Golgol Mebrahtu)가 있다. 에리트리아계로 골드 코스트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했는데 당시 감독이었던 미론 블라이버그가 헬리콥터를 타고가다가 운동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메브라투를 보고 며칠전 입단테스트를 봤던 선수란걸 기억해내고는 감명을 받아 영입했다고 한다. 골드 코스트의 마지막 시즌에서 주전으로 뛰었지만 이름 때문에 골골한건지 팬들은 이름은 골골인데 골을 못넣는다고 깠다-.- 그뒤 멜번 하트에 입단했는데 한동안 못나오다가 교체투입된 데뷔전에서 골을 넣는데 성공한다. 이 선수가 골을 넣으면 해설자가 "골골골(Golgol goal)" 하면서 말장난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계가 요즘 호주축구계에서 뜨고 있다. 위에 언급한 선수들 뿐 아니라 퍼스 글로리의 은둠바 마케체(Ndumba Makeche, 잠비아. 발음이 맞는건가-_-?), 센추럴 코스트 매리너스의 버니 이비니-이세이(Bernie Ibini-Isei, 나이지리아), 브리즈번 로어의 줄리어스 데이비스(Julius Davies) 등이 있고 유스팀이나 지역리그팀을 비롯 연령별 국가대표팀까지 아프리카계가 꼭 한명씩은 있다.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호주에서는 출생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아프리카계라도 출생한 곳이 아프리카가 아니면 아프리카인(African)이라 부르지 않는다. 애들레이드의 스트라이커 브루스 지테(Bruce Djite)는 코트디부아르인 아버지와 토고인 어머니를 뒀지만 미국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아프리카인으로 분류되지 않고 콰베나 아피아-쿠비(Kwabena Appiah-Kubi) 또한 가나인 부모를 두고도 뉴질랜드에서 태어났기에 역시 "키위"라고는 불려도 "아프리칸"이라고는 불리지 않는다. 즉 "아프리카인"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외에 다른 곳에서 출생하거나 혹은 한쪽 부모가 아프리카인이라 아프리카 혈통을 가진 선수들까지 "아프리카계"로 친다면 생각보다 많은 선수들이 아프리카와 관련된 것이다. 이것은 비단 축구에만 그치지 않고 타종목들에서도 아프리카계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축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위에도 이미 언급했지만 많은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난민"으로 호주땅을 밟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더이상 난민을 배출할 수 없는 국가로 분류되면서 아프리카인들은 더 많은 난민쿼터를 차지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최근에는 더 많은 아프리카 난민들이 오게 된다. 인구가 너무 시드니나 멜번으로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난민들이 대부분 퍼스에 정착하도록 권장하고 있어서 아직 시드니에서는 이러한 난민의 러쉬분위기를 못느끼지만 직업을 찾아 대도시로 모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시드니에도 서서히 아프리카계의 인구가 늘고있다.
알다시피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난하기에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는 공과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축구다. 지금은 벨기에로 이적했지만 2011년 U20월드컵에서도 참가한 적 있는 코피 대닝(Kofi Danning, 가나)은 어린 시절 플레이스테이션 같은게 없어서 하루종일 공만 차고 놀았고 위에 언급했던 티보이 카마라도 아프리카에 있을적에 난민촌에서 다른 아이들과 하루종일 하던게 공차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런 축구에 대한 사랑은 호주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역시 위에 언급했던 아뭐 마빌은 호주에 오자마자 부모를 졸라 근처의 지역축구클럽에 가입했다고 한다. 게다가 원래부터 있던 축구클럽에 가입하는 것 외에 아프리카인들은 국가별로 팀을 만들어 호주내에서의 "아프리칸 컵 오브 네이션스"를 열기도 한다. 아직은 조기축구회 수준이지만 그래도 힘든 삶에 지친 아프리카인들에게 즐길 거리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지 않을까?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축구계로 뛰어드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스포츠야말로 차별없이 실력만으로 정당하게 평가받는 분야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호주에는 아직도 인종차별이 있고 특히나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온 시커먼 흑인들이라면 그 차별의 강도는 더욱 심할 것이다. 게다가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기술이나 돈없이 무작정 몸만 온 신세이기 때문에 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스포츠, 특히 아프리카에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있던 축구는 가장 매력적인 커리어가 아닐까?
아프리카계가 호주축구계에 진출한 역사는 길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성인국가대표급에는 영향이 미미하다. "아프리카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브루스 지테가 잠깐 뽑히기는 했지만 크게 임팩트를 줄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대 이하의 유소년레벨에서의 아프리카계의 약진을 보면 이제 곧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블랙 사커루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추세대로 가면 십년 후에는 사커루의 반이 흑인이 되지는 않을까 예상하기도 한다. 호주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는 것이 아프리카계가 실력으로 보탬이 된다면 일차적으로 좋은 것이고 또한 흑백이 섞여있는 대표팀을 통해 호주는 인종화합이 잘되어 있고 또한 난민으로 아무것도 없이 온 사람들이 기회를 얻어 성공할 수 있는 나라라는 홍보가 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계 선수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라이베리아에서 태어났지만 불안한 정정 때문에 시에라리온으로 갔다가 그곳에서도 다이아몬드 전쟁이라 불리는 내전이 터져 아버지를 잃은 후 할머니, 누나와 함께 호주에 난민으로 온 줄리어스 데이비스는 아직도 시에라리온에 남아있는 어머니를 초청할 생각이다. 얼마전 정식으로 연봉 4만불에 프로계약을 맺은 아뭐 마빌도 데이비스와 비슷하게 아직도 케냐 난민촌에서 지내고 계신 조부모님들을 데려올 계획이다. 이것은 이들이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직업을 얻었기에 추진할 수 있는 일들이다. 축구가 헤어진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하고 행복을 되찾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사커루의 꿈도 키우며 오늘도 열심히 뛰고있다.
여지껏 영국계(같은 영국계라도 세대에 따라 특성이 다른데 세대가 오래되고 대대로 호주에서 살아온 "전형적인 호주인" 영국계들은 럭비나 오지룰, 크리켓 등을 좋아하지만 세대가 일,이 세대 정도로 짧은 영국계는 축구를 좋아한다), 이탈리아계, 전(前)유고슬라비아계, 그리스계, 폴란드계 등 유럽계들의 천하였던 호주축구계에는 신진세력(?)인 아프리카계들이 뜨고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프리카계보다 이민의 역사가 더욱 오래된 아시아계는 유독 예전부터 힘을 쓰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아시아계가 이민오면 자녀들을 공부에 집중시키게 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그 많은 아시아계들 중에 혼혈말고 당당히 축구선수로서 호주축구계에서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당당하게 그린 & 골드를 입고 다른 흑백선수들과 함께 동료로 뛰며 A매치에서 활약할 에이션 사커루(한국계였으면 좋겠음)가 탄생하길 바란다.
첫댓글 아프리카 출신들이 호주 국대로 발탁된다면 호주의 전력에 많은 도움이 되겠군요.
"실력"이 있어야 국대발탁이 되는거죠. 아프리카출신이라고 더 실력이 좋으란 법은 없고요.
라이베리아보니 조지웨아가 세삼 생각납니다. 아프리카출신 발롱도르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