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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禧)와 희년(禧年)
한자 禧(희)를 살펴보면 禧는 示(볼일 시, 가르칠 시)+喜
(기쁠 희, 즐거울 희)로 되어 있다.
示와 喜로 이루어진 禧는 福(복)과 吉(길)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로 보아 禧는 기쁨(喜)을
보이면(示) 복(福)되고 길(吉)하다는 의미가 있는 한자이다.
우리 집 뜰에는 지금 함박꽃을 비롯해 아이리스(붓꽃)와 꽃양귀비
등이 고운 빛으로 화사하게 피어 혼자 보기에 아까워 친지들에게
연락하여 5월의 싱그러운 꽃을 보여주는 기쁨이 크다.
이는 나의 큰 복(福)이요 바로 희(禧)인 것이다.
우리는 무엇으로나 남에게 기쁨(喜)을 보여주어(示) 복(福) 곧
희(禧)를 누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禧자를 보면서 창세기의 천지 창조 때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인 떠올랐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하시니 빛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창세1,3-4) 하였고,
창조를 마치시고 창조한 세계를 보시면서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1,31)
라고 기록되어 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기쁨(喜)을 보여주어(示)
복(福) 곧 희(禧)를 누리며 살도록 이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창조사업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시며
복(福-禧)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시면서,
“너희는 엿새 동안 일을 하고, 이렛날에는 쉬어야 한다.”
(탈출23,12ㄱ) 하셨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쉬셨든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도 이렛날에는
쉬면서 하느님이 주시는 희(禧) 곧 복(福)을 누렸으니 이것이
안식일(安息日)이다.
또 하느님께서는 여섯 해 동안 일하고 일곱째 해에는 땅을 놀리고
묵히라고 하셨다.(탈출23,10 레위25,1-7 참조)
땅도 여섯 해 갈고 한 해를 묵혀야 옥토(沃土)인 식토(息土)가 된다.
여기에 근거하여 7년마다 안식년(安息年)이 생긴 것이다.
안식년도 우리에게 복(福)된 삶을 위해 마련해 주신 해이다.
너희는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나 마흔아홉 해가 되고 오십 년째 해는
너희의 희년(禧年)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은 나자렛 회당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 소식을,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임의
은혜로운 해인 희년(禧年)를 선포하셨다.(루카4,21)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주님의 은혜로운 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안식일, 안식년, 희년은 모두 주님께서 우리에게 기쁨(喜)을
보여주시어(示) 복(福) 곧 희(禧)를 누리도록 하시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예수님은 소외되고 묶인 이들의 해방을 보여주시고(示) 우리에게
기쁨(喜)을 주시어 우리를 복(福)되게 하셨으니 희년은 바로
주님 은총의 해이다.
예수님의 ‘해방과 구원’의 선포가 ‘오늘’ 우리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름지기 예수님처럼 모든 이에게
기쁨을 보여주면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일 것이다.
희(禧)를 묵상하면서 나의 행복은 남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웃에게 기쁨을 보여 주는데 있다는 생각을
마음에 새겨 본다. 2009. 5. 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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