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변화란 좋은거죠. 하지만 아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그것을 해낸 감독이 있는데요.
안녕하세요 축구보는 기자입니다.
오늘은 아스날과 리버풀의 리그 36라운드 경기에서 나타난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아스날의 전술과
그로 인해 아르테타 감독이 어떤 것을 노렸는지 에 대한 분석을 준비했습니다.
소개된 아스날의 포메이션
아스날은 3-4-3 포메이션으로 소개됐고 리그 재개 이후 꾸준하게 쓰리백을 써왔으며
이번에도 라인업만 보면 쓰리백이 맞겠거니 싶지만
사실 아스날은 이 경기에서 완전히 다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날 아스날은 소개된 포메이션과 라인업에서부터 상당히 많은 의문점을 낳았습니다.
좌측 윙포워드에는 오바메양 대신, 항상 오른쪽으로 나왔던 페페가 나왔으며
왼쪽 윙백에는 부카요 사카가 나왔습니다.
왼쪽으로 나왔던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왜 왼쪽 ‘윙백’으로 사카를 넣은 것일까요?
티어니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티어니를 쓰리백의 좌측 센터백으로 놓았는데
아스날에서 가장 좋은 폼을 보이고 있던 선수들 중 하나였던 티어니를 좌측 센터백으로 출전시킨 이유는 또 뭘까요?
이 자리는 콜라시나츠가 주로 나오던 자리였는데 그가 지난 토트넘 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일까요?
중앙에선 우측 중미로 꾸준히 나오던 세바요스가 빠지고 토레이라가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토레이라를 넣음으로써 아르테타 감독이 얻고자한 이점은 뭐였을까요?
우측면에선 왼쪽으로 간 페페 대신 넬슨이, 배예린 대신 소아레스가,
우측 센터백에는 기존의 무스타피 대신 롭 홀딩을 두며 우측면 또한 완전히 구성이 달라졌습니다.
즉 라카제트, 자카, 다비드 루이즈 척추의 셋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달라졌다고 해도 무방할 수준의 아스날인데
이 중요한 경기에 이 정도의 변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만 했습니다.
아르테타 감독이 어째서 이런 변화를 가져갔고 그로써 무엇을 노렸는가에 대해,
전술 분석과 함께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습의 아르테타
반면 리버풀은 거의 나오던대로 나왔습니다.
헨더슨이 없는 상황에서 바이날둠, 체임벌린, 파비뉴가 중원을 구성했습니다.
아르테타 감독은 리버풀을 이기기 위해 지금까지와의 전술에서 크게 두 가지를 바꿨는데
첫 번째로 점유율 위주의 공격 탈피였습니다.
아스날은 직전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점유율만 높은 효율적이지 못한 축구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날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는데
아르테타 감독은 과감하게 빌드업과 점유율 모두를 포기하고 롱 패스를 통한 역습 위주의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37개의 패스 중 단 1개만의 롱 패스를 기록했던 마르티네즈는
이 날 47개의 패스 중 무려 30개를 롱 패스로 처리했으며 그리고 이 중 22개가 좌측 방향으로 길게 뿌려졌습니다.
우측은 거들뿐
두 번째로는 리버풀의 우측 공략입니다. 아스날의 입장에서는 좌측이죠.
지금까지 아스날은 우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만 이 날만큼은 달랐습니다.
그것도 기본적으로 사용하던 포메이션과 전술, 선수들의 역할을 크게 뒤바꾸면서까지 단행한
이번 아스날 전술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아스날은 좌 공격, 우 수비의 컨셉을 들고 왔습니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우측에서의 공격은 버렸다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이 날 아르테타 감독이 들고 온 아스날의 경기 내 실질적인 포메이션에서부터 드러나는데요.
그것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좌측 센터백으로 나선 티어니와 우측 센터백으로 나선 홀딩의 터치맵입니다.
물론 수비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아스날이기에 티어니도
수비 진영에서의 터치가 상당히 존재하지만 확연히 홀딩에 비해
측면과 전방 쪽으로 많이 전진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센터백에 위치한 홀딩보다는 오히려 우측 윙백으로 나온 소아레스의 터치맵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아스날의 경기를 많이 봐오신 분들이라면 이 날 느꼈을 겁니다.
지금까지의 티어니에 비해서는 많이 전진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사실 이 점 때문에 이번에 아스날이 티어니를 좌측 센터백으로 썼다고 느끼실 분들이 많았겠지만
센터백으로 보자니 지나치게 측면 지향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 날 티어니는 좌측 센터백이 아닌 좌측 풀백으로 나섰습니다.
즉 아스날의 포메이션은 쓰리백이 아니라 포백이었습니다.
티어니와 소아레스를 각각 좌우 풀백으로 보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집니다.
그것도 평소에 비해 매우 수비적인 롤을 맡은 풀백입니다.
그렇다면 좌측 윙백으로 소개된 사카는 어땠을까요?
터치맵을 보면 거의 좌측 측면 미드필더 내지 윙어와 같은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측 윙은 누가 맡았을까요?
넬슨이 우측면을 커버하는 모습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넬슨은 기본적으로 톱 위치에 있었습니다.
라카제트도 지금까지 보여주던 약간 처진 위치의 스트라이커 내지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아스날이 우측 공격을 버렸다고 표현한 이유입니다.
아스날은 이 날 우측면 윙에 아무도 두질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테타 감독은 지금까지 중용하던 세바요스 대신
활동량과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토레이라를 우측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비력보다는 공격적인 역할에 어울리는 배예린 대신
소아레스를 선발로 출전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우측면의 숫자 하나를 빼면서 수비에 집중하게끔 만들고
대신 좌측면에 자원을 하나 더 투자하면서 이 부분에서의 숫자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던 것이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적 컨셉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아스날의 풀백은 모두 오롯이 수비에만 집중하며
리버풀의 강력한 측면 공격에 항상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좌측의 티어니는 자신을 대신해 측면을 공격해주는 사카와 페페가 있기 때문에 나갈 필요가 없었으며
우측의 소아레스는 애초에 우측면 공격을 버렸기 때문에 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약점과 실점장면 분석
이 전술에서의 약점은 결국 수비에 집중한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우측면에서는 리버풀에게 수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
이를 라카제트와 토레이라, 넬슨의 활동량으로 커버해야만 해서
수적 부담,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스날이 당한 유일한 실점 장면이 이 약점을 잘 보여줬습니다.
리버풀의 전방압박에 밀린 아스날이 마르티네즈에게까지 볼을 뒤로 넘긴 상황입니다.
바이날둠이 홀딩을, 마네가 다비드 루이즈를, 살라가 티어니를, 피르미누가 토레이라를 마크하면서
마르티네즈가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을 할 수 없게끔 유도했습니다.
심지어 마네는 마르티네즈에게까지 압박을 가하면서 그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이 날 경기 내내 좌측 위주로 볼을 투입했던 마르티네즈는 이 때 우측으로 볼을 보냅니다.
여기에는 넬슨이 있었지만 월드클래스 센터백 반다이크가 그 뒤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그가 이 볼을 받기는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습니다.
자 이 상황부터 아스날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반다이크와 파비뉴의 합작으로 따낸 이 볼을 로버트슨이 받자
우측 풀백인 소아레스가 그를 저지하려 나갑니다.
로버트슨이 이를 전방에 있던 바이날둠에게 투입하는 것에 성공하자
이번엔 우측 중앙 미드필더인 토레이라가 자신이 마크하던 피르미누를 버리고 바이날둠을 저지하려 들죠.
그러자 바이날둠이 이 볼을 다시 자유로워진 피르미누에게 넘겨줍니다.
피르미누가 측면에서 노마크로 볼을 잡고 있는 상황,
이젠 이를 우측 센터백인 롭 홀딩이 막아야만 합니다.
다만 홀딩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가
볼을 못 뺏으면 골키퍼와 1:1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요.
그래서 박스 내에서 피르미누를 견제만 하면서
아까 벗겨졌던 수비 자원들이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벌려합니다.
이 때 홀딩과 루이즈 사이의 공간으로 로버트슨이 언더랩을 합니다.
이 움직임에 최종적으로 다비드 루이즈가 끌려나가게 됩니다.
홀딩은 피르미누를 봐야만했었으니까요.
모든 아스날 선수들이 피르미누와 로버트슨에게 시선이 집중된 사이
마네가 자리를 비운 루이즈와 티어니 사이의 공간으로 슬쩍 들어갑니다.
이 때 티어니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자신의 앞에는 마네, 뒤에는 살라라는 최악의 2:1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로버트슨이 잡은 이 볼이 결국 마네에게 정확하게 연결되면서 아스날이 먼저 실점을 당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굳이 범인을 따지자면 마네에게 향하는 낮은 크로스를 커트하지 못한 자카를 꼽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전에 근본적으로 아스날이 의도적으로 숫자를 줄인 우측면에서 결국 수적 열세에 밀리며
하나씩 무너졌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리버풀의 반격과 아스날의 대응
리버풀은 전술 컨셉상 드러나는 약점인 아스날의 우측면을 지속적으로 공략하려 했습니다.
때문에 마네가 69개의 터치를 기록한 반면 살라는 고작 27개의 터치만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슨도 아놀드에 비해 약 30개가량 많은 터치를 가져가며 공격적으로, 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후반 57분 경에 대규모 교체 이후 아스날은 4-4-2 내지 4-4-1-1과 같은 포메이션을 취했습니다.
리버풀이 아스날의 우측을 계속해서 공략하려했기 때문에 이 포메이션 변경을 통해
이전에 비해 좀 더 확실한 두 줄 수비를 구축할 수 있게끔 만들고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 투입된 오바메양은 약 10분 간 우측 윙어 역할을 맡았으나
이후 페페와 자리를 바꾸면서 윌록과 함께 투톱처럼 움직였습니다.
이 날 아스날의 전술은 딱 리버풀 맞춤형으로 들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반다이크, 로버트슨이 버티는 리버풀의 좌측보다는 아놀드, 고메즈가 있는 우측이 공략하기 쉽다는 점,
이를 위해 좌측에 공격 자원들을 대거 투입하면서도 풀백들의 오버래핑을 자제시켜
거의 항상 후방에 4명의 수비 자원들을 둠으로써 측면의 수비를 챙겼다는 점은 확실히 강점이었으나
한 쪽 방향에만 집중된 공격, 그로 인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공격 전개,
수비 시 우측면을 커버하기 위해 라카제트와 토레이라 등에게 지나치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해야한다는 점 등의 명확한 약점들이 있어
꾸준하게 나올 수 있는 전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 리버풀을 공략하는 데에는 꽤 효과적이었으며 비록 아스날의 득점들이
리버풀의 수비진들의 치명적인 실수들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르테타 감독이 들고 온 맞춤형 전술의 가치는 인정해야만 한다고 총평하면서
이만 영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추천은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축구보는 기자입니다.
오늘은 아스날과 리버풀의 리그 36라운드 경기에서 나타난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에 대해 분석해보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직접 작성하신건가요?
네 제가 작성했습니당
@축구보는기자 와 대단하시네요 정독하겠습니다!
@페어 메르테자커 감사합니다!
잘볼게요. 감사!
감사합니다!
우리도 좀 알려주라.. ㅜㅜ
첼시 파이팅...
메모
나두 메모
메모
나두 메모 2
재밌어요 감사합니다ㅋㅋㄱㅋ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프리뷰도 진행하고싶은데 경기들이 너무 다닥다닥붙어있어서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아스날 팬은 아니지만 전술분석은 항상 재밌군요. 잘보고 갑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분석글이네요:D
굳
잘읽었어요
잘봤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