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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분들이 그 집안에 딱 한명 있었던 천주교 신자인 며느리가 다니던 성당의 연령회(煉靈會) 회원들이라는 것과 연령회라는 조직이 천주교 신도들의 상장례 봉사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례기간동안 돈 한 푼 받지 않고 체계적으로 봉사를 하는 이분들로 인해 우리는 딱히 할 일이 없게 되었고 그렇게 다음날 서울로 상경을 하였다. 그 후 친구의 집안이 천주교로 개종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봉사를 하던 분들 가운데 누구도 '성당에 나오라'고 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절친한 친구의 모친상을 맞았다. 대학 시절 불교학생회에서 만난 그 친구와는 형제와 같은 사이인데, 그 어머니께서 필자를 아들처럼 대해 주셨기 때문이다. 호상을 맡아 임종부터 안장까지 모든 장례를 함께 하면서 독실한 불자이셨던 어머니께서 말년에 천주교로 개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생 불자로 사셨던 분을 성당에서 영결미사를 통해 보내드리면서, 또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하면서 슬픔에 더해 알 수 없는 아픔에 젖었던 것은 왜일까?
그 전에도 평생을 불자로 살다 마지막으로 병상에서, 또는 임종 직전에 개신교나 천주교로 개종한다는 사례를 종종 들어왔지만 막상 그 일을 곁에서 겪고 나니 뭔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기간 동안 천주교 연령회 회원들이 묵묵히 보여준 정성스러운 봉사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그 모습을 본 개신교인들조차 감탄하는 것이었으며 어떤 이는 '젊어서는 교회에 다니다가도 나이 들어 천주교 장례식을 보고 나면 다 천주교로 넘어간다'고 한탄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임종하는 순간에서 마지막 매장까지 장례미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일을 평신도들이 진행하는 것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어머니의 개종에 천주교의 상장례 절차라든가 교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천주교 공원묘원 등의 제반 인프라와 시스템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또한 아프게 다가왔다.
이렇게 우리는 평생을 불자로 살다가 임종 직전 세례를 받거나 영세를 받아 타종교인으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과 타종교인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개종을 하는 가족들이 나타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종단의 상조사업을 논하기 전에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다던 상조회사들
이제 상조회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작년 1년 동안 케이블 방송이나 공중파에서 수없이 광고를 하던 상조회사의 대표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뉴스를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업계 1, 2위를 다툰다던 보람상조의 회장은 301억, 현대종합상조의 회장이 131억, 그리고 업계 10위 안에 든다던 한라상조 회장이 25억, 국민상조 대표가 121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들은 고객의 돈을 마치 쌈짓돈처럼 쓰면서 부동산을 구입하고, 호화 주택에 살며 외제 승용차를 타는가 하면 자녀들의 유학비도 고객의 돈을 빼내 조달했다. 또 차명 계좌 등을 이용해 거액의 고객 돈을 빼돌리고 정기예금이나 펀드 등에 들기도 했다. 고객의 돈을 마치 개인의 사금고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이렇게 공금을 유용하면서 회사의 경영은 부실에 빠졌고 결국 검찰에 구속되면서 상조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문제를 야기하였다.
당시 이들 상조회사에 가입한 회원 수는 보람상조 72만여 명, 현대종합상조 50만여 명, 한라상조 15만여 명, 국민상조 10만여 명 등 모두 15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작년 9월말 현재 상조업체에 가입한 회원 수 2백75만 명의 절반을 넘는 수이기도 하다. 이들이 광고에서 수없이 떠들어댔던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습니다'는 말은 모두 허구였던 것이다.
이런 부정과 비리가 가능했던 것은 상조업체들이 법적인 관리·감독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300개가 넘는 이들 업체들을 관리하는 주무 기관도 없었고, 가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증 시스템도 전무했다. 이러다 보니 자본금 5천만 원만 있으면 누구든지 상조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고, 그 뒤부터는 회원들의 납입금을 마음대로 쓰면서 신규 회원의 납입금으로 기존 회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려막기'를 일삼았던 것이다.
뒤늦게 관리감독에 나선 정부당국은 작년 9월18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법을 공포하고, 설립 요건 등을 까다롭게 변경했다. 우선 자유업이던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로 명시하고 등록제를 도입해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회사만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회원들이 낸 선수금의 50%를 금융 기관에 예치하거나 지급 보증 또는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같이 각종 피해방지 및 구제 장치를 도입하고 자본금 3억 원 이상 회사만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마련함으로써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가입자의 불신을 촉발한 상조사업은 구조조정 상태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잡음은 오히려 조직과 자금을 갖춘 대기업이 상조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계기가 되었다. 즉 규모 7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상조 사업은 고령화시대의 블루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원 10만 명의 상조회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3만원의 회비를 납부 받을 때 산술적으로 매월 들어오는 수입은 30억 원이 되고 1년이면 360억 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만약 3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 매년 1천억이 넘는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이런 황금어장을 그냥둘리 만무한 것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상조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돈만 된다고 하면 뭐든지 다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 기존 상조회사들의 방만하고 무책임한 운영이 도마에 오르게 되자 상조회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자금력과 공신력을 갖춘 회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대기업은 상조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절호의 호기를 맞은 것이다.
이미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에스원이 상조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고 농협과 각종 연, 기금들의 상조사업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상조업체의 규모로서는 최대라고 할 수 있는 자본금 500억을 출자한 교직원공제회의 예다함은 상조시장의 혼란 속에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자본금 5억으로 시작된 재향군인회상조회 역시 공신력을 앞세워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지금은 재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연, 기금 업체와 보험업 전문 업체, 그리고 일부 대기업 등이 상조업계를 빠르게 재편하면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조계종과 상조사업
상조업계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난 해 7월 15일 조계종은 재향군인회 상조회와 장례(상조)업무 협약식을 체결하고 상조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로 인해 조성되는 기금은 종단의 숙원사업인 승려노후복지 기금으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 대한불교조계종은 2010년 7월 재향군인상조회와 장례업무 협약식을 체결하고 상조사업을 시작했다. |
그런데 그 사업의 구조를 보면서 이른바 공신력 있다는 업체와 제휴하는 '손쉬운 길' 외에 조금은 더디더라도 우리 스스로 그 일을 만들어가는 '어려운 길'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주인이 할 일을 객에게 맡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종단의 상조사업을 '손쉬운 길'이라고 표현한 것은 현재의 구조가 종단이 상조회사와 신도를 연결해주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상조회사에는 회원 모집에 대한 대가 즉, 모집수당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서 상조회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를 운영하였다.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사항을 표준약관으로 정하여 따르게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조서비스 표준약관(제 10056호) 제 15조에 따르면 모집수당은 상품 금액 대비 최대 15.3%로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조계종의 상조사업은 제휴업체와 신도가 계약한 상조상품 계약액의 15.3%의 범위 안에서 모집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계종과 재향군인회상조회가 그것을 몇 %로 정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표준약관에 정한 15.3%의 범위 내외에서 계약이 체결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모집활동이 본, 말사에서 이루어질 경우 본, 말사에도 각각 3%의 모집수당이 지급된다고 작년에 실시된 전국 교구본사 사무장 교육에서 언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것은 종단에 할애된 범위 안에서 종단이 본, 말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나누어주는 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업체의 입장에서는 조계종과 업무협약에 따라 모집되는 회원에 대하여 당연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셈이고 종단으로서는 신도를 회원으로 가입시키면서 그에 따른 정당한 '커미션'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자비의 논리로
그런데 이런 사업시스템이 간과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 그 하나는 이 사업의 대상이 되는 신도, 즉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불교계가 스스로 해야 하는 본연의 사업, 즉 일이다. 그리고 이 둘을 간과함으로 인해서 우리는 스스로의 장점과 본연의 사명도 간과하게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사람을 간과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이 사업이 상조업체와 종단이라는 두 이해 관계자를 성립시키고 그 사이에 사업의 연결고리로서 '슬픔에 잠긴 신도'를 존재하게 한 것을 말한다. 즉, 슬픔을 어루만져주어야 할 대상인 신도가 종단에 몇 퍼센트의 이익을 만들어주는 사업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그 슬픔을 달래고 위무하는 종교적 책무 대신 상조 고객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그동안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던 종단 내부의 수많은 상, 장례 봉사 인력과 조직이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을 간과했다고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죽음으로 영원히 이별하는 과정은 극심한 슬픔과 고통을 수반한다. 상실감과 공포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다가온다. 그러한 고통에 가장 큰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종교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위안을 받은 사람이 종교에 귀의하게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소중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곳이 어디일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서두에서 언급한 천주교라고 할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천주교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망자와 그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연령회(煉靈會)라는 조직의 존재도 한 몫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사회에서 상을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심없이 봉사하는 연령회는 천주교 선교의 핵심단체로 부각되고 있다. 이 연령회의 활동이 한국 천주교회의 선교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천주교 내부적으로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내부에도 이런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정도 이상의 신도를 확보한 사찰은 대부분 지장회, 연화회, 염불 봉사부라는 이름으로 상, 장례 봉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직은 대부분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시작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사찰에 따라서는 수십 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하고 상조 기금을 확보하여 운영하는 곳도 있다. 또 그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장을 비롯한 여러 대통령의 국장과 여러 큰 스님들의 장례를 주재하는 조직으로 발전한 곳도 있다.
이들은 그동안 불교식 상, 장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음은 물론 지역 연합 조직을 만들어 지역 간의 교류도 진행해 왔다. 이는 이런 상, 장례 봉사 조직이 자발적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여도 상, 장례 봉사가 가진 포교적 중요성은 물론 불교식 상, 장례 문화의 정착에 대한 사명감까지 인식하고 발전해왔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종단의 상조사업은 이러한 조직과 노력에 주안하지 않았다. 사람을 간과한 것과 함께 일을 간과했다는 것은 바로 이것을 일러 하는 말이다. 즉, 지금의 사업의 시스템 속에서 신도를 비롯하여 그동안 상, 장례 봉사 조직을 이끌어 온 '사람'들이 간과되고, 이들 조직이 고민해왔던 상, 장례 포교와 불교식 상, 장례의 틀이나 문화, 봉사 활동 등의 '일'이 간과된 것이다.
앞서 상조업체들에 대한 언급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상조업체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런 논리와 종단의 수익사업을 결부시키다 보니 불교적 수익모델이 가져야 할 '자비의 논리'를 잊은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신도를 '몇 퍼센트의 수익을 창출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허점도 나타난다. 우선 조계종이 추천하는 향군상조회에 가입한 신도가 국내 유일의 불교종합병원인 동국대병원 영안실을 이용할 때 향군상조회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동국대병원의 영안실은 직영체제로 운영되면서 이른바 상조회사의 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에 가입한 상조서비스를 해약하고 동국대병원의 영안실을 이용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 다른 하나는 과연 본, 말사가 신도를 상조회사에 가입시키는 것에 적극적일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찰들이 상조회사와 연결하면 현재 종단에서 약속한 퍼센트 이상의 모집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구조에 적극성을 가질 것인가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조계종이 스스로 자체적인 상조회사를 설립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불교적 수익모델을 만들고자 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불교의 수익모델은 '자본(資本)의 논리'가 아니라 '자비(慈悲)의 논리'로 움직여야 하고 '금전(金錢)의 논리'가 아니라 '복전(福田)의 논리'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과 일을 간과하거나 그로 인해 사업의 명분을 잃을 일도 없을 것이다.
천주교와 비교해보면
혹자는 천주교 역시 상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천주교도 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에서 상조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천주교의 상조사업과 우리의 상조사업은 그 방식이 극명하게 다르다.
▲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평화상조'홈페이지의 한 장면.평화상조는 단순한 상조회사가 아니라 봉사와 선교의 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
그런데 평화상조는 다른 상조회사와 운영의 틀을 달리한다. 먼저 평화상조는 고객의 적립금을 100% 유지하고 있다. 고객의 적립금을 마음대로 유용하여 문제가 되었던 다른 상조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적립금은 올 2월 현재 161억 5500만원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고객 환급 의무액 대비 111%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입자 모두가 환급을 요구할 때 환급을 해주고도 남는 적립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해약 환급금의 경우 대부분의 상조회사들이 만기시 80.5% 만을 돌려주는데 비해 평화상조는 만기 후 해지시는 100%, 중도 해지시는 10%의 수수료만을 공제한 후 환급을 하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하는 사항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또한 평화상조는 (주) 평화드림의 장례용품본부에서 직접 제작한 관, 수의는 물론 각종 장례용품을 공급받아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장례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가톨릭대학이 운영하는 여러 병원의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상조와 장례식장의 효율적 연계를 지속하고 있다.
평화상조가 이렇게 운영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수십 년 동안 운영되어온 상, 장례 봉사단체인 연령회의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학교법인, 병원, 장례식장, 상조회, 용품 제작 등의 모든 과정이 일관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평화드림 CEO이자 평화상조 CEO인 김한석 신부의 인사말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가톨릭교회는 사람이 지상 순례를 끝내고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소중히 여겨 왔습니다. 부활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장례는 가톨릭문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일이었고,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봉사를 통하여 존중받고 증거되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교회의 전통 안에서 세워진 신뢰와 평안함을 바탕으로 (주) 평화상조는 장례문화를 재창조하려고 합니다.
(주) 평화드림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을 활용하여, 봉사와 선교 개념의 장례절차를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며, 교회와 학교법인의 관리감독으로 사업을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얻은 수익금을 환원하여 빈곤층에 대한 장례지원 등 사회복지를 실현하고자 합니다."(평화상조 홈페이지에서 인용)
이 인사말에는 평화상조가 단순한 상조회사가 아니라 가톨릭 장례문화를 정립하는 곳이며, 봉사와 선교의 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투명한 사업 운영과 수익에 대한 사회 환원까지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봉사라는 언급은 연령회 조직의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통해 볼 때 천주교의 상조사업은 단순한 장례서비스가 아니라 주도면밀한 선교의 일환이며 가톨릭 장례문화 확산의 일환이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종단의 상조사업이 '어려운 길' 대신 '손쉬운 길'을 택했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주교 내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연령회라는 상, 장례 봉사조직을 운영하고 연도(煉禱)라는 일을 꾸려온 것이 오늘날 평화상조를 선교와 가톨릭 장례문화 확산을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즉, 천주교는 어려운 길을 따라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어려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우리 자체에 이미 어려운 길을 걸어온 자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외면하고 손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손쉬운 길은 우리에게 사람도, 일도, 명분도 주지 않는다. 다만 신도 한사람, 한사람과 맞바꾸는 수익이 있을 뿐이다.
상조사업을 바르게 하려면
옛말에 사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불교계는 수익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바로 사람과 일을 간과해버렸다. 수익만 있고 사람과 일은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종단 수익사업으로서의 상조사업은 그 첫걸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의 구성은 사람이 근본이 된다. 구성원이 없는 조직은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이 사업, 바로 일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조직을 꾸려도 추구하는 일이 없으면 그 조직은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조직의 사람을 묶어내고 일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운영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불교조직 역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앞서 생수사업에 대한 생각에서도 말했듯이 종단이 추진하는 수익사업이 불교적 가치와 철학에 맞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업을 통해 '사람'과 '일'을 엮어낼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렵고 더디더라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손쉬운 길이 주는 달콤한 꿀은 언젠가 독이 될 수 있고, 어려운 길이 주는 역경과 땀은 언젠가 찬란한 열매를 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적 수익모델로서의 상조사업은 그것의 포교적 역할에 가장 먼저 눈을 두어야 하고, 불교식 상, 장례 문화의 정립과 확산, 그리고 그를 담당할 인력과 조직의 양성 등의 중요성은 물론 사회에 대한 기여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선택은 분명해진다. 비록 돌아가더라도 차분히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하나씩 하면서 스스로 사업을 꾸릴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이미 그에 대한 노력도 충분히 진행되어 왔기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천주교가 보여주는 모습이지만 벤치마킹해야할 것은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길,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할 때 종단의 수익사업은 건실하게 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종단 수익사업에 대한 생각 3 - 불교적 수익모델의 길 - 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