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거지에게 행복을 물었다.
거지나 노숙자, 폐지를 줏어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불행의 상징으로 볼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린 시절을 청계천 고가도로 아래서 살던 거지가 있었다. 눈이 하얗게 덮인 교도소로 그를 찾아갔었다.
누명을 쓰고 그는 오랜 징역 생활을 하고 있었다. ‘거지와 죄수’라는 우울한 색으로 그의 인생이 물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느냐고 물었다.
“구걸을 하다가 천원짜리 지폐를 몇 장 얻을 때는 정말 재수좋은 날이었어요. 그 돈으로 창녀촌에 사는 여자친구를 불러내서 변두리 극장에서 영화를 같이 보고 함께 짜장면을 사 먹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어요.”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얼굴에는 진한 행복이 떠올랐다. 그의 나머지 소망은 언젠가 석방이 되어 길가 허름한 식당에들어가 밥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6.25전쟁때 부모를 잃고 깡통을 들고 다니면서 거지 노릇을 한 사람에게 그 시절을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거지 아이들끼리 움막에 모여 살았어요. 겨울이면 구걸해 온 밥과 신김치가 얼음덩어리가 되어 있었죠. 그걸 모두 모아서 줏어 온 작은 솥에 넣어요. 그리고 불이 조금 남아있는 버려진 연탄재를 가져다가 그 위에 솥을 놓고 끓여서 똑같이 나눠 먹었어요. 그때는 겨울만 되면 영하 십도 아래로 내려가고 참 추웠어요. 그러면 우리 거지들은 당시 동화백화점 뒷골목 창 밑으로 모두 모였어요. 건물안을 돌던 스팀이 밖으로 나오는 곳이었어요. 거기 옹기종기 모여서 온기를 받으면서 꼬박꼬박 졸곤했죠. 거지 친구들과 그렇게 살 때가 행복했어요.”
행복이란 물질과는 상관없는 것 같았다. 또 다른 거지출신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시골 마을 뒤의 토굴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허리굽은 늙은 아버지가 구걸을 해서 저를 먹여 살렸어요. 아침마다 아버지가 동냥자루를 들고 마을로 갔어요. 저는 저녁때가 되면 아버지가 돌아오는 길목에서 기다렸어요. 멀리서 아버지가 오는데 동냥자루에 보리 한 되가 들어있는 날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죠. 아버지가 하루종일 걸어 다니느라고 피맺힌 발가락을 찢어진 검정고무신 사이에서 봤을 때 가슴이 찡했어요. 그래도 아버지와 있을 때 행복했어요.”
물질의 결핍은 그에게 불행이 아니었다. 거지 아버지의 사랑이 행복이었다. 폐지를 줏게 된 중년의 남자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는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이었다.
“사업에 실패를 하고 바닥까지 내려갔죠. 살아가려면 폐지라도 줏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침에 고물상을 가면 돈을 받고 리어커를 빌려줘요. 그걸 끌고 폐지를 줏으러 다녔죠.
인간이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가 봅니다. 날씨가 좋고 수북이 쌓인 폐지 더미를 보면 행복해지더라구요.”
그의 행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일부는 이해할 수 있는 면을 찾아냈다.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사는 쪽방의 내부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기도 했다. 어떤 사람의 작은 앉은뱅이 책상 위에는 그가 쓰고 있는 소설의 원고가 놓여 있다 . 또 다른 사람의 쪽방 창문 아래는 손때 묻은 성경이 놓여 있기도 했다. 아름다운 저녁 노을은 부잣집 창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쪽방 깨어진 유리창에도 똑같이 비쳐 들었다.
행복의 총량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물질 보다는 순간적인 만족감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에 잡혀있는 남자가 있었다. 창고 같은 막사에 빼곡하게 들어찬 이층 나무 침대에서 잔다. 어느 날 아침 그는 딱딱한 검은 빵 한개를 더 얻게 됐다. 그는 빵을 매트리스 속에 숨겨놓고 영하 삼십도의 얼어붙은 겨울 들판을 행군해 간다. 그는 저녁에 돌아가 몰래 감추어 놓은 빵을 뜯어먹을 생각을 하면서 행복하다. 러시아 소설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읽었던 한 광경이다. 성경 속의 가롯 유다는 예수에게 향유를 바친 여인을 질타한다.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그는 위선자였다. 가난해도 만족감이 있다면 그는 행복하다. 더 나아가 영적인 충족이 있다면 가난이 축복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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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삼보에 귀의합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하신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하신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오랜 세월 지은 죄업 참회합니다.
선망조상님의 이고득락과 일체 중생의 행복을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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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을 존경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님께서는 꼭 성불하실 것입니다.
업장은 소멸되고,바른 깨달음얻어지이다.
원공법계제중생 자타일시성불도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