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지 3년 차 새내기(?)입니다.
모두가 같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겪으신 것처럼 저도 무식하게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쌩고생 다하고 이제 겨우 한숨 돌릴 상황이 됐습니다. 그 간 조금씩 짬날 때 여기 올려주신 경험담들 읽으면서 저도 언젠가는 자리 잡고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버텨 오다가 혹여나 제가 했던 경험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거나 경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 줄 한 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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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세일즈를 했습니다. 사실 이것 저것 많이도 했지요.
첫 직장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팀장님과 같이 분사해서 사업을 하다가 자본금 다 까먹고 정리한 다음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기획실장으로 갔다가 사장님의 경영 방식과 제 생각이 맞지 않아서 불과 몇개월을 일하다 그만두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아는 분이 도와달라셔서 정당 일도 하다가 선거 운동도 하다가 국회의원 지역구 비서일도 한 일년여 했습니다. 결국 송충이는 솔잎을 먹게 되어 있는 건지 맨 첫 직장 선배한테 끌려 다시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러기 한 이년여... 손에 잡히는 뭔가가 없어 나중에 내 아이한테 남겨줄 것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남겨줄 것이 없어 무작정 이민을 결심했습니다.
많이 좋아졌는지 어떤 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겪었던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억압적 학습 환경과 불합리를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더군다나 근래 들어 더욱 치열해진 아이들의 과도한 생존 경쟁을 겪게 하고 싶지도, 감당할 수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났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를 보탠다면 스스로의 발전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살아온 날에 대한 후회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조국에 대해 엄청난 실망감을 느꼈다는 이유를 보탤 수 있겠지요. 그 정도를 예상한 건 아니지만 딱 이민 2년이 되던 날 다시는 그 땅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구요.(정치적 목적으로 글을 올린 건 아니니 저와 견해가 다른 분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주말 여행을 가도 적잖은 시간을 들여 계획을 짜야 불안함이 덜한 성격 탓에 고민하고 준비하면 차일피일하면서 미루다가 결국은 주저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관광비자로 입국만 하면 알아서 하겠다는 여동생 말만 믿고 덥석 뉴욕으로 날아왔습니다.
동생은 제가 올 것을 대비해서 같이 자금을 보태 베이글 가게를 하나 인수해 놓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 5시 반에 출근해서 3시까지 가게 일을 하고 청소, 장보기 등을 하면 5시, 6시... 그렇게 2년을 일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델리, 세탁소, 그로서리 등을 하시지만 저는 정말 힘들어 죽겠더군요. 한국에서 매일 같이 접대에 올빼미 생활에 젖어 있던 놈이 꼭두새벽에 나가는 것만도 제 정신이 아닌 판인데 영어 공부라고는 취업 대비 토플, 토익도 한번 안 쳐다봤던 터라 첨에는 손님한테 주문받는 거 자체가 공포의 도가니였습니다. 물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줌마와 학생이 있긴했어도 의사소통 문제는 도통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문은 잘못 알아듣기 일쑤인 데다가, 말이 통해야 일하는 사람들 일을 시키지 이건 영어 못 한다고 은근히 개기고 뭉개는데 부아가 치밀어도 말이 돼야 야단을 쳐도 치지요. 직원들도 엄청 갈아치웠습니다. 아니 제가 갈아치운 거보다 때려치우가 나간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좋은 직원 구하기는 힘들고 다들 조금만 아프면 안 나오고 타임 펑크내고, 갖은 핑계를 대면서 결근을 하는데 감당이 안 되더라구요.
그리고 베이글이라고는 미국 온 담날 새벽에 처음봤고, 샌드위치를 만들기는 커녕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를 보고 저걸 어떻게 먹나하고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만드는 건 둘째치고 현지의 음식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었지요.
손님 고생 많이 시켰습니다. 다행히 가게가 있는 동네가 백인 동네인데다가 약간은 시골틱해서 사람들이 순했던 덕분에 욕 좀 덜먹고 일을 배우긴 했습니다.
간혹 성질내고 나가는 손님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단골 중에 몇몇은 조언을 해 주기도 하고 베인 손가락에 붙였던 밴드가 샌드위치랑 같이 나가도 말없이 덜어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샌드위치에 넣을 햄을 많이 준다고 두껍게 썰어 넣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기도 안 찰 짓을 한것이지요. 거기다 계란 후라이는 무슨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계란 후라이는 계란 후라이라고 알고 있는 저였는데 여기 와 보니 계란 후라이 종류만도 서니사이드업이니 오버이지니, 웰던이니...
어쨌던 열심히는 했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가게 주인인 바뀌면 손님이 줄기 마련인데 저 난리를 쳤으니 한 6개월은 계속 손님이 줄었습니다.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요. 베이글은 우리 음식도 아닌데다가 음식 문화를 모르고서 시작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 였습니다.
첫댓글 2년 후 이민 갈 계획인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도 샌드위치샵을 생각하던중이라~좋은 정보 부탁드립니다.
다음 글.. 부~탁 해요 ^^
바쁘신중에 쓰시는글이라 더욱 감미롭습니다. 다음편 꼭 부탁해요...加油 !!
ㅎㅎ 저는 베이글을 즐기는데 요쪽으로 이사오심 안될가요? 오늘 아침도 라잍치즈 한쪽 곁들인 베이글...아침마다 엄청 팔아드릴텐디 ㅎㅎㅎ
계속 올려주사와요. 님의 고생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무척 솔직 담백(?) 해서 다른 사람께 도움이 많이 될것 같습니다. 기다려도 되지요?
미국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제게든 단비와 같은 좋은 경험담입니다. 님의 건승을 빌며...제발 To be continued.., pls
화이팅!!!
제작년 미국에서 있었을때..제 동생이 새벽 5시에 출근하면서 다운타운에서 샌드위치 만들었었는데요..그때 동생도 첨엔 힘들어 했는데 점차 익숙해 지드라구용..
올려 주신 글을 읽으니..제작년 미국생활에 떠올랐어용..힘내세용~~~화이팅~!!!!!!!
죄송합니다. 제 여건이 답글에 답을 일일이 달아드리기는 아직 힘듭니다. 글 남겨주신 분들께는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
아름다운 경험담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IT개발기획업무를 해봐서 더욱 공감이 가는 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