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횡행하는 도적盜賊들
대부분의 사람들의 말이 날이 갈수록 흉폭 해지고 있다. ‘ 저 날강도 같은 놈. 이나 ’도적 같은 놈‘은 욕도 아니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 들이 벌통에서 벌떼가 나오듯 터져 나오는 것을 가끔씩 목격하며 불과 몇 년 사이에 세상이 참으로 험악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선이나 악이라는 개념조차 자꾸 희미해져 간 지 오래고, 날이 갈수록 이렇게 많이 변하고 변하는데, 어찌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선하기만을 바라겠는가?
“절도나 강도가 어찌 빈궁한 사람 중에만 있겠는가? 부귀한 사람 중에도 있다. 가난한 사람은 굶주리다 못하여 밤중에 남의 집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곡식이나 돈을 훔치다가 인기척을 들으면 깜짝 놀라 얼른 피신한다. 그러나 부귀한 사람은 탐욕에 바진 나머지 위세威勢를 빙자해서 선량한 사람을 능멸해 대낮에 수많은 재물을 강탈한다.
그 정상을 논할 것 같으면, 가난해서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오히려 불쌍한 생각이 들지만, 부귀한 사람의 강탈은 엄한 벌로 다스려야 할 것이나 그 위세를 두려워하여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온 나라 백성들의 마음에는 이런 자를 엄한 벌로 다스리기를 바라는데, 이것을 어찌 얼굴만 보고 다 알 수 있겠는가?
또 세상을 속여 이름을 도둑질하는 자가 있으니, 이는 스스로 그 이름을 도둑질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런 사람에게 속임을 당한 사람이 더 부끄러운 것이니, 이름을 도둑질한 자를 심하게 꾸짖을 것까지는 없다.
도적이란 이름을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 것은 의義이며 염치인데, 사람이 의와 염치가 없다면 사특한 욕심이 한정 없이 생기므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남의 꾐에 빠지기도 하고, 혹은 나쁜 줄 알면서도 거리낌 없이 범하기도 한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 김정호에게 자기가 가진 지도들과 지도를 제작할 수 있는 물질적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한 최한기崔漢綺의 <인정人政> 제 6권 측인문 6 ’지위‘에 실린 글이다.
TV나 신문 보기가 겁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두려운 세상이다.
잡범이라고 부르는 범법자들도 그렇지만 돈 있고 권력 있는 더 크고 흉악한 사람들이 더 무서운 이 세상, 잡범들은 부끄러움이나 염치를 조금이라도 아는데, 큰 도적놈들은 부끄러움을 아예 모르고 손끝에 가시 같은 양심을 빼버렸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없으므로 두려울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세상에 더 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나가서 법꾸라지라는 소리를 듣고, 프랑스어로 비참한 사람들(Les Misérables)이라는 ’장발장‘ 같은 좀도둑들은 법망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이 시대의 풍속이다. ,
산도, 강도, 길도, 도시도, 사람도 안심할 수 없는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태평한 세상, 모두가 서로를 공경하는 세상
너 어디 있느냐?
2025년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