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선사의 일미법을 잠시 설명하고 가야겠습니다. 무척 어려운 말로, 초의의 일미법을 장광설로 몇 시간이나 논하는 사람들을 보았으나 나는 쉽게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나는 단순하게 보고 생각하니까요. 초의는 차 한 잔에 법열을 느낄 만큼, 차의 진정한 본래의 모습을 알았습니다. 차의 맛은, 본래의 속되지 않은 성품의 원천이라 하여 "무착바 라밀"이라고까지 칭송했습니다. 그는 홀로 앉아 구도를 하는 것만이 선 이 아니요, 일상으로 마시는 차가 바로 선을 구하는 시간이니 차와 선은 하나라고 동다송에서 다선일미를 말하고 있습니다. 다선일미가 바로, 조선 중기에 다도를 중흥시킨 초의선사의 정신이었 습니다. 도 닦는 시간, 차 마시는 시간이 각각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잔의 차를 정성으로 달여 내 몸에 담는 그 시간이 선에 이르는 경지라는 것입니다.
차의 기본은 물론, 초의의 됨됨이를 알아 본 다산 정약용은 그를 가르쳤고 초의는 스물 네살이 더 많은 그를 스승처럼, 어버이처럼 대했습니다. 동갑인 추사 김정희와 더불어 이 세 사람은 차를 통한 마음으로 거리를 초월하여 한 마음이 되었지요. 추사와 초의의 차를 통한 우정은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제주로 유배를 간 추사에게 차를 보내기 위해, 반 년의 시간을 걸쳐 최고의 차를 만드는 초의 선사와 그 차를 기다리는 추사의 벗을 향한 그리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요즘에는 그 때의 기다림의 시간이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초의선사가 운흥사에 머물때 차를 알았고, 대흥사로 옮겨서 아암의 제자 철선의 소개로 다산초당을 찾아가 다산과의 교유가 시작된 것이 차의 길로 들어간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몇 몇 스님에 의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해 오던 음다를 정립하고, 새로 운 다도의 세계를 열어간 초의선사의 동다송은 그 결정체입니다.
이미 올바른 제다법과 탕법이 사라져, 차를 아무렇게나 대하던 조선 중후반기의 우리의 차가 다시 되살아난 것이지 요. 동다송을 여기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동다송만을 연구하는 차인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나는 이야기꾼답게 가볍게 이야기하며 지나갑니다. 이 정도가 재미있습니다. 한중일 삼국의 다도 이야기는 좀 뒤로 미루고 아직 차 종류를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녹차는 발효하지 않은 차 라는 것은 알겠지요? 그 다음 반발효 차라고 해서 10%~70% 발효한 차가 있습니다. 발효의 공정을 더하여 찻잎의 산화 처리를 해서 특유의 향이 나게 만든 차인데,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차입니다. 중국의 광동성, 복건성, 대만에서 거의 만들어지며 녹청색이나 녹갈색의 특유의 색이 있습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 백차, 자스민같은 화차류와 포종차, 오룡차, 철관음, 청차, 우롱차 등으로 나뉘어 집니다.
백차를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야말로 차에 대해 공부를 했거나 차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외에는 잘모르는 백차의 종류는 백호주,백모란,수미,백호 은침 등이 있습니다. 백차를 생산하는 곳은 중국 푸첸성의 중북부 정화현인데, 중국 10대 명차로 이 곳의 백호은침을 꼽습니다. 백차를 만드는 방식은 차나 무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장 어린 새 순만을 따서 덖거나 비비지 않고 서늘 한 곳에 그냥 둡니다. 새순이어서 솜털로 덮인 뾰족한 찻잎이 서서히 수분이 증발되면서 건조가 되고, 그대로 발효를 해서 만드는데 그 과정의 섬세함은 비법이라고도 합니다. 새순이 건조하는 과정에서 도르르 말리면서 침처럼 변하는데, 은빛의 광택이 나는 모습에서 백호은침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예전에는 황족이나 귀족들만의 전유물 이라고 할수있을 만큼 귀한, 백차는 아주 맑고 연한 녹색으로 그 향기조차 서늘한 느낌이 들며 향기롭고 과일맛까지 나는 미묘한 맛이라고 합니다.
백차를 다룰 때는 그 향기와 빛깔과 맛이 손상되지 않도록, 한 치의 분잡도 없어야 된다고 하는데 그 경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오래된 문헌에는 백차의 효능이 자주 나오는데 해열, 소염작용이 탁월하다네요 . 열병으로 누운 사람을 침상에서 일으켜 마시게 하는 탕약 이 백차라고 합니다. 중국 드라마를 보면 후궁이나 공주가 앓아 누웠는데, 황제가 찾아와서 뚜껑이 있는 푸른 무늬 의 찻잔에서, 수저로 떠서 입에 넣어주는 장면이 곧잘 등장합니다. 그 외의 백차 종류도 거의 푸첸성에서 생산됩니다. 한국어로는 복건성이라고 부르는 이 곳은 한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간의 서족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중국 남동부의 성으로 삼국시대에는 오나라에 속했지요. 타이완 해협을 두고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성이기도 합니다. 철관우롱차, 푸저우 재스민차와 더불어 백차의 고향이며 꽃과 과일이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불도장이 이 곳의 유명한 음식이며, 지방극으로도 유명하여, 24개의 공연극장이 있어 관광객으로 사시사철 넘치는 곳이지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