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을 하며
이 정 미
때묻고 끈이 너덜한 운동화면 어떠랴.
그나마 가지런히 챙긴 채
황토의 숨결을 짓이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었다면
조나단의 갈매기도 부럽지 않다.
하늘의 기운을
두팔 벌려 영접하던
내 육신 본연의 몸부림은
오늘에서야 정녕 나를 거부했던가.
내 비록
대문을 나서며 대지의 향기를 담지는 못했어도
내 육신은
석 자 철근 감옥에서도
나를
이삭이 영그는 들판으로
주룩주룩 비 내리는 경춘가도로
몰아내는구나.
귀양살이하듯
더 늙어 죽기 전에 보고 싶은 동창에게 편지를 쓰고
자서전이라도 남기듯 일기쓰는 마음으로
내 시야에 펼쳐진 길 끝으로 무지개 찾듯 달리기만 하는
유년의 올곧음을 간직한 채
내 가슴에
양말신은 내 발 밑으로
비가 내렸으면 좋으련만.
초보운전자 시절,
내 시야의 길이 한없이 좁아드는 그 설레임과 조바심으로
오늘도
29분 59초 셈놀림에다
내 일과를 마무리한다.
출처: 인성헌(吝醒軒) 원문보기 글쓴이: 이정미
첫댓글 우리들 주변의 작은 것도 시인의 눈에 일렁이면 아름다운 생물이 되어 다시 태어나는군요, 잘 읽고 담아갑니다.
첫댓글 우리들 주변의 작은 것도 시인의 눈에 일렁이면 아름다운 생물이 되어 다시 태어나는군요, 잘 읽고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