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해라 할 만큼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관한 많은 사건과 정책입안이 이뤄진 해다. 우선 국내에는 생소했던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국민의 인식 속에 한자리를 차지했으며, 증축부분에서 논란이 되었던 연면적의 30%, 최대 9평 증축의 기틀을 마련한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노년층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많고 정부의 리모델링에 대한 세제 지원 정책 등도 미흡해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4년은 리모델링의 해
2002년까지는 단위세대별로 낡고 부서진 부분을 개·보수하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 들어서면서 조합을 구성 동별 리모델링을 추진해 주거공간개선의 협의의 개념이 아닌 주거환경개선이라는 광의의 개념으로 리모델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후 2004년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우수 건설업체들 대부분이 리모델링 사업을 확장할 만큼 올해의 리모델링 수주는 활발했다. 특히 대림산업, 삼성물산건설부문, 쌍용건설, LG건설 등의 1군 대형건설업체들이 속속 사업에 뛰어들어 일부 사업장에서는 과열을 빚기도 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미 공사를 시작해 내년 5월경 입주를 예정하고 있는 동부이촌동 로얄맨션아파트를 위시해 점보아파트, 방배동 삼익아파트 등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이 되어 있는 상태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은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5차 71동과 72동,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삼호14동, 잠원동 신반포 18차, 용산구 동부이촌동 리바뷰아파트 등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쌍용건설은 올해 재건축아파트에서 리모델링아파트로 전격 사업전환을 한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초구 방배동 궁정아파트·경남아파트, 영등포구 평화아파트 등의 사업 우선협상자로 자리하고 있다. LG건설의 경우 지난 10월 말 리모델링 조합 창립총회를 마친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 서초구 잠원동에 신반포 21차의 사업우선협상권을 확보했고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를 삼성물산과 같이 최종 협상 중에 있다. 이처럼 각 대형건설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업의 수주를 위해 바쁘게 지낸 한해였다. 대한주택공사 리모델링부 김남식과장은 “2003년이 마포용강아파트 리모델링으로 사업의 출발선에 들어서게 한 해였다면, 2004년은 뚜렷한 준공은 없었으나 사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며 올해를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희망적 포문을 연 해였다고 말했다.
▲올해는 리모델링의 지도를 그린 격
리모델링은 정부의 재건축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해 급부상했다. 그러나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명확한 증축규정이 없다보니 시공사들은 구조 안전상의 문제가 없는 선에서 증축규모를 해당 아파트 주민에게 제시, 과열을 불렀다. 최대한의 증축은 결국 아파트 시세 상승이라는 재건축과 유사한 형태를 낳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관련협회와 자치단체에 최대 20%에 7.56평 증축이라는 의견 안을 제시해 예열상태인 리모델링시장에 찬물을 끼얹졌다. 관련업계나 협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30%에 12평의 증축허용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 10월 23일 정부는 경과년수 20년 이상 된 아파트에 한해 30%에 최대 9평까지만 증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관련하여 건설업계는 아쉽지만 일부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다시금 리모델링사업에 힘을 실어 진행하고 있다. LG건설 리모델링팀 함치선팀장은 “2004년은 리모델링이라는 거대한 화선지에 밑그림을 그린 격”이라며 “법적 한도나 원칙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리모델링의 국내 체계를 만듦으로써 리모델링이 가야할 길을 정한 해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건설 리모델링부 박윤섭부장은 “2004년은 정부시책에 따라가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해”라고 지난 한 해를 회고 했다. 과거에 없던 법적 재제조치를 정부가 새로이 제정하느라 이와 관련한 업계는 정부의 움직임대로 사업전환을 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3평이 못내 아쉬워
리모델링이 본격 성장을 위해서는 현재 주택법 개정안에 따라 적용되는 9평 증축부분을 3평이 더 늘어난 12평은 돼야 가능하다고 관련기관이나 업계는 보고 있다. 최고 증축 9평은 단일평형의 단지에는 무관할 수 있으나 여러 평형으로 나뉜 단지에서는 주민의 위화감만 증폭시킬 뿐 오히려 사업동의서 징구 등의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박부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고민도 어느 정도 이해하나 12평의 증축 허용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아쉽다”는 표현을 했다. 이는 불과 3평차이지만 아파트 입주민이 느끼는 것은 사업의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005년(乙酉年)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 본격 발전해 나가는 한 해가 될 거라는 게 관련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쌍용의 박부장은 “2005년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운 봄날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한국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국장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 여름은 아닐지라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는 봄날정도가 될 것”이라고 박부장의 리모델링에 대한 표현에 호응하며, “2~3년 내로 리모델링시장에 본격 활황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은 기존에 수주해놓은 리모델링아파트의 공사가 이뤄지는 해가 될 것이며, 이미 2004년에 착공을 시작한 동부이촌동의 로얄맨선아파트나 방배동 삼호아파트 그리고 한남동 힐사이드 아파트 등의 완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예상 1인당 국민소득(GNP)이 1만4천불 돌파를 예상하고 있어 점차 선진국형 리모델링이 확산된다는 기대를 관련전문가들은 하고 있으며, 2010년 정도면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완전히 자리 잡혀 갈 것으로 전망해 향 후 5~6년은 계속 신장해 나갈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했다.
▲목동·여의도 중심의 차세대 성장엔진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5년을 리모델링 초기 확산단계로 보고 사업수주가 2004년에 이어 계속될 것으로 보았다.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시장이 계속되는 수주로 인해 더욱 커나갈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협회 차국장은 수주전이 목동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크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85년부터 86·87·88년에 이르기까지 준공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곳 아파트가 20년이 지나가고 또한 이곳은 지하주차장이 전무하고 주차시설이 가구당 0.66대 밖에는 구비되지 않아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본 의미의 리모델링 발판마련
지금까지의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증축을 중심으로 사업진행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5년은 증축리모델링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코니 정도만 확장하는 리모델링이 기틀을 마련할 것이란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에서는 발코니 확장정도의 리모델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 하고 있다. 때문에 2005년은 리모델링이 본격적 성장의 일로를 걷는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리모델링 또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까지의 리모델링은 강남과 일부 부촌에서만 이뤄진 형태였다. 때문에 원의미의 리모델링이 확산되게 된다면 강남권에 비해 재정적으로 취약한 강북지역이나 경기도 일대 지역에서도 리모델링이 확산될 수 있어 전국적으로 성장해 나갈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 무엇보다 필요
진정한 의미의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 표현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게 관련전문가의 지적이다. 현재 25.7평 이하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면제의 폭을 전 평형대로 확산해 나가야 하며, 취득·등록세 감면이나 면제 등도 적극적으로 정부차원에서 논의돼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이러한 세제감면해택 확산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국내 리모델링은 완전하게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택공사 김남식과장은 “국가차원의 리모델링 공사 시 주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사비 저리 융자 등이 함께 이뤄질 때 시장은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