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보호 의무 노골적 무시…군부 집권 후 인권침해, 반인권범죄 구성"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제공: 연합뉴스
(제네바·브뤼셀=연합뉴스) 안희 정빛나 특파원 = 미얀마군이 반군부 진영의 임시정부 행사장을 공습해 민간인 등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온 데 대해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강력 규탄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날 오전 미얀마 북부 지역의 깐발루 타운십(구)에서 발생한 미얀마군의 공습 사건을 "끔찍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행사장에서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춤을 추던 학생들이 희생자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헬기가 행사장 건물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얀마군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법적 의무를 무시했고, 이에 관한 국제법도 노골적으로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군부 집권 시점인) 2021년 2월 이후 미얀마군은 함께 손잡은 민병대 등과 함께 광범위한 인권침해 및 학대 행위를 벌인 데 대해 책임져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 근거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인권침해 행위 중 일부는 반인권 범죄 및 전쟁범죄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제사법절차에 따라 언젠가 미얀마 군부에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무고한 민간인 다수의 목숨을 앗아간 군부의 잔혹함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EU는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해왔다. 미얀마군은 전날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의 행사가 열린 깐발루 타운십의 한 회관을 공습했다. 전투기가 회관에 폭탄을 떨어뜨린 뒤 헬기 사격이 뒤따랐다는 증언이 나왔고, 최소 53명 이상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사상자 중에는 행사장에서 제공되는 음식을 받기 위해 들어간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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