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성당의 종은 울리나( 순례 13일차 )
마을마다 있는 성당은 가장 높은 곳에
외부나 내부나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지만
신자는 거의 없고,
성당은 새들의 보금자리.
종탑은 두루미들의 집이 있고,
성당입구 포치엔 비둘기들
성당내부엔 작은 새들이 날아다니기도 함
가장 공들인 인간이 하느님 집을 떠나고
새들이 차지한 현실.
그러나 종소리는 매시간 어김없이 울린다
순례자들의 축복을 빌고
하느님께 돌아오라고~~
오후 6시에 수십 번 종이 울려 성당에 가니
신부님이 미사 준비를 하고 계셨슴.
종이 4번 울리자 신부님 입장
독서와 복음도 신부님이.
봉헌 시 헌금바구니는 몇 안되는 마을 자매가.
순례객 20여명 참석
대부분 시골성당은 관리가 안되어
새들의 놀이터로 전락.
성당입구에 성당을 살리자는 문구.
촛불과 헌금으로 협조함.
영성체 성가는 신부님이 리모콘으로 작동.
미사 전체 준비에서 끝날 때까지 혼자서 하심.
헌금바구니만 제외하고....
영성체 때 제일 먼저 나가 큰 성체 모심.
매일 은총의 까미노 체험
천년 이상을 거룩한 순례길로 자리잡고
까미노를 중심으로 번영을 누리던 이 길위의 성당들
이제는 순례자들을 위한 역할만 할 뿐
초라하게 변해버린 모습을 보며
예수님께서 성전을 바라보며 우시던 모습이 생각남.
또한 길재의 시조도 함께 생각나며 슬퍼짐.
오백 년(천 년) 도읍지(까미노)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 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하지만 까미노는 수많은 성인들이 다녀간 길이며
거룩한 순례자들이 걷던 길로서
성스러운 길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서로의 천사가 되어
목적지인 야고버의 무덤 아니 예수님을 찾아
산티아고로 향하는 것이리라.
메사타 고원지대 무사히 완주.
이곳은 사막처럼 쉴 곳이 없이 작열하는 태양빛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버스나 택시타고 통과함.
내 앞에도 뒤에도 순례자 보이지 않음.
도중에 힘들어 하는 모습 셀카로 찰칵
내일 딸 유나 축일(6월1일)이네
까미노 걸으며 기억 할 께.
오늘은 대도시를 벗어나
순례객 이외는 없는 마을에서 휴식하고,
2일 만에 빨래하고~~
내일도 메세타 지역이네
스마트폰 잭 준 학생에게 매일 감사.
그 후 만나지 못함
수건 3개 모두 분실
(침대에 걸어두었다가 캄캄할 때 출발하면서 못챙긴 것)
구매해야겠다
아직 모든 것이 순조로움
맥주의 힘일까? 아니면 성당의 종소린가?
지금도 종은 울리네
까미노 통신(14일 차)
까미노는 주고 받는 곳
도움도 주고: 테이핑 1번, 물집치료 2번, 맥주 1번 사주고,
도움받고: 스마트폰 잭, 와이파이, 문여는 법,
분실할 뻔 한 여권, 요리한 음식 2번 얻어먹고,
주고 받고: 길 찾는 것 도와주고 받고
인사하고 받고
사진 찍어주고 받고
혼자 가도 곧 친구가 되고
서로 완주를 빌어 주는 곳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하지만 달팽이에겐 수난의 길
길바닥에 밟혀 죽은 달팽이 너무 많아
안 밟으려 피해가도 밟힐 정도
토끼똥도 검은 콩 뿌려 놓은 듯
너무 많아 밟지 않고는 걷지 못함
로드 킬 당한 산토끼 한 마리와 새 한 마리 발견
길 옆 숲 속에 놓아줌
오늘의 여정은 시상을 떠오르게 한다.
아침에 무지개를 보며 워즈워드의 무지개를 낭송한다
워즈워드의 “무지개”(The Rainbow)
하늘에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라,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소박한 경건의 마음으로 이어가기를
운하 옆에 피어있는 노란 붓꽃을 보며
워즈워드의 수선화가 떠올라 읊어 보지만
가사는 잊었어도 내용은 기억
노란 수선화 무리가 호숫가에 피어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과,
호수의 물결이 빛에 반사되어
은하수처럼 보이는 모습이
누가 더 아름다운지 서로 경쟁하듯 보이는 모습이
시인을 미소짓게 한다는~~
나의 지금의 순례여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행한 모든 일들이 워즈워드 시인처럼
한국에 돌아가 눈을 감고 상념에 잠길 때
번뜩이며 기쁨으로 나타나도록
앞으로 남은 까미노 길에서
더 많은 축복의 나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씩씩하게 걷는다.
Daffodils(水仙花)
산골짜기 넘어서 떠도는 구름처럼
지향없이 거닐다
나는 보았네
호수가 나무 아래
미풍에 너울거리는
한 떼의 황금빛 수선화를
은하에서 빛나며
반짝거리는 별처럼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무수한 꽃송이가
흥겹게 고개 설레는 것을.
주위의 물결도 춤추었으나
기쁨의 춤은 수선화를 따르지 못했으니!
이렇게 흥겨운 꽃밭을 벗하여
어찌 시인이 흔쾌치 않으랴
나를 지켜보고 또 지켜보았지만
그 정경의 보배로움은 미쳐 몰랐느니.
무연히 홀로 생각에 잠겨
내 자리에 누우면
고독의 축복인 속눈으로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때 내 가슴은 기쁨에 차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추노니.
숙소도착
숙소가 시끌벅적 줄을 서서 체크인 하는데 1시간 걸림
오늘 숙소는 수녀님들이 운영.
줄 서서 기다린 보람이 있네
오늘 저녁시간은 은총의 시간.
6시 수녀님들과 싱어롱 시간
나를 소개할 때 스페인말로
메야모 스테판 꼬레아
(나는 한국사람 스테파노입니다) 하고,
영어로 난 은퇴했다.
가족이 다녀오라 했지만 나는 오기 싫었다
그러나 딸이 비행기 표를 사 어쩔 수 없이 오게 되었는데
지금 무척 행복하다고 말하자 웃음바다와 박수
노래는 '그대여 걱정하지 말아요'와
'아리랑' 부름(한국인 3명과 함께).
7시부터 클래식 기타리스트의 연주 50분 감상하고
8시부터 미사참례.
오늘도 은총의 까미노
첫댓글 서로의 완주를 빌어주는 인생! 지향해야 할 생각인 듯합니다!
사심없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순례길이기에
시기, 질투, 부정, 불의가 없는 길이지요.
그렇기에 서로 도와주는 천사들만 있는 길 까미노.
우리 인생살이도 그러면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