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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겨울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조금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가 참 좋습니다.
좋은 날들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제5회 동계연수회 첫째날 저녁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반가원유보다례』의 원유다법 중 여덟가지 다법을 찻자리로 펼치고 또 연수회에 함께하신 여러분과 차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럼 천천히 그날의 시간을 둘러볼까요?
연년익수延年益壽 오방오낭차五方五囊茶 -민정은 이사 김정신 고문
<연년익수 오방오낭차>란 오방五方 즉 동·서·남·북·중앙 다섯 방향에 따라 다섯 가지 색과 기운, 즉 에너지가 있어 삼라만상 우주의 기운을 모아 다섯 개의 보에 복을 싸듯 차를 담아, 여럿이 함께 정성껏 차를 우려 마시는 차 우림법으로, 해에 해를 더하여 오래 장수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반가원유보다례>법 중 하나이다.
오방색은 청·홍·황·흑·백색으로 모든 색의 근원이면서 음양오행의 철학적 사상에 기반을 둔 상징적인 색으로써 상생과 조화를 지향하는 우리 민족의 가치관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며, 생활 전반에 그리고 민간신앙으로서도 오방색을 사용할 만큼 귀한 색이다. 선조들이 오방색을 즐겨 활용한 것은 만물의 조화로운 기운으로 복을 받고자 하는 정신적인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오방오낭차>는 단순히 주인이 혼자 차를 우려 손님께 대접하는 방식이 아닌 손님들과 함께 차를 우리고 나눠 마신다. 청·홍·황·흑·백의 오방색 차호에 시절에 어울리는 또는 찻자리에 참석하는 손님께 어울리는 다섯 가지 차를 선택한다. 각각 1~3그램씩 담고 손님들이 각자의 차낭에 차를 담아 그것을 시루에 돌려가며 담은 후, 탕수를 부어 차를 우린 다음 각자의 찻잔에 나눠 마신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복을 나누듯 차를 나누고 잔치처럼 즐기는 차 놀이와도 같은 보다례법이다.
<오방오낭차>의 특징은 차를 보에 담고 싸고 펼치고를 통해 복을 나눈다는 의미와 함께, 흰 무명천과 질그릇 옹기와 시루를 활용한 소박한 차살림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다섯 가지 차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차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차의 맛을 찾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시험하는 브랜딩 과정을 통해 차의 성품을 명확히 알아가는 즐거움과 창의적인 학습의 기회로 삼는 것과 동시에 설이나 정월 대보름 그리고 추석 등 고유의 명절에 연년익수 의미를 담아 가족들이 다함께 전통놀이처럼 <오방오낭차>를 즐기는 차생활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연잎에 운유를 담아 -강용은 이사
연잎에서 茶話를 나누다.
맑은날 연못가에서 연잎의 고고함을 들여다 본다.
더위도 잊게 하는 연잎 위의 청개구리 한 마리……
둥근 보를 깔고 그 위에 마주 앉아본다.
행담(도람)에 담아온 초화로의 사이사이로 새어 나오는 영롱한 불빛.
연잎다포 위에 단아하게 놓인 찻사발, 꽃 한송이,
차통으로 이루어진 단아함.
따뜻한 탕수의 김이 오르면 정성스러운 손길로 연잎다포를 펼치고
가지런히 다기를 꺼내어 본다.
연잎을 닮은 다포를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정갈함의 운율을 느껴본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연잎의 보드라움과 찻사발의 느낌
한줄기 스치는 바람을 손 끝에 잡아, 나와 그대의 찻사발에 차 꽃을 피운다.
손님과 나의 찻사발 속 속삭임
단아하게 피워진 다화를 살며시 입안에 담아 어여쁜 이와 얼굴 마주하네.
연잎, 그 향기로움을 입안 가득 담으니 마음에 꽃으로 퍼지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시간.
차를 나누어 마시는 귀하고 소중한 만남을 가벼이 할 수 없음을 가슴에 안아본다.
돌맞이다례 -배경연 화성평택 지회장
<돌맞이다례>란 첫돌을 맞이한 아이에게 차를 우려 복을 기원하며 축하하는 다례를 말한다. 돌맞이는 아이가 출생 후 1년 됨을 축하하는 자리로써 돌맞이 의식에서 아이의 무병장수無病長壽와 복록福祿을 기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현대적 돌맞이 행사에서는 특히 결혼 이후 양가 집안의 첫 번째 공식 모임으로 중요한 의식으로 행해지고 있다.
<반가원유보다례>의 <돌맞이다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방형의 흰색 무명보로 차를 우린다.
둘째, 오방색五房色의 다포와 오방위별 다섯 개의 다구를 배치한다.
셋째, 색동저고리와 오방낭 주머니로 복의 기원을 상징한다.
<돌맞이다례>의 핵심은 복의 기원이며 기대와 희망의 염원을 담고 있어 행다의 모든 순간에 복을 담고 모아 정성과 조화로움으로 차를 우린다. 특히 <반가원유보다례>의 섬김과 공경 그리고 나눔의 정신이 <돌맞이다례>에 잘 표현하고자 했다. 보자기의 모음과 펼침을 통해 마음을 전하듯 원유보의 펼침과 모음이 돌을 맞이한 아이의 축하 의식에서 더할 나위 없는 퍼포먼스가 되리라 기대한다.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나 잘 살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바쁘게 세상을 살아간다. 특히 부모로서 자녀가 잘 살기를 바라며 교육한다. 잘 사는 것에 대한 정답은 없고 사람마다 다른 기준으로 교육한다.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뇌와 철학이 없다면 바른 교육관을 가질 수 없다. 아마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처럼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생활을 통해 자신을 관조하며 잘사는 것에 대한 고뇌와 함께 삶의 기준을 사고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삶의 철학이나 교육관 형성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고뇌하여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잘 살기 위한 바른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직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두려움은 많다. 그러나 차를 통해 지식을 얻고 조용히 사색하는 묘미는 적어도 나에게는 잘 살아가는 기준이 되어 주지 않을까?
끝으로 <반가원유보다례>를 이용한 <돌맞이다례>가 차를 우리는 의례적 행사로만 그치지 않고 출생의 기쁨과 첫돌의 의미를 되새기고 부모 됨의 참된 교육관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돌잔치에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
다원결의茶園結義 -유민형 이사
<다원결의>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연의》에서 유비·관우·장비가 만나 복숭아나무 아래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桃園結義를 차용한 것으로, 다원은 우리말로 ‘모두 다 원하는 그리고 모두 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결의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임을 결성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같이 행동하기로 맹세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비단 《삼국연의》의 도원결의 뿐아니라, 조선 후기 초의선사 장의순·다산 정약용·추사 김정희가 다우茶友로서 생각과 마음을 나누었듯 운중백학雲中白鶴 다우 뿐아니라, 원유전통예절문화협회원 모두가 차를 통해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약선차 약선화차 -임옥희 옥천지회장
산야 들야에 널려 있는 자연의 잎과 꽃들이 보약이 되고 명약이 되는 약선 화차.
한 잎 한 송이 한 줄기 뿌리를 놓치지 않고 법제하여 내 몸과 계절을 살리고 자연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한지도 오래, 강산이 여러 번 변했습니다. 계절마다 또 시기마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 자연에 의지하고 때를 거르지 않으면서, 조물주가 주신 그대로의 꽃차와 약선으로 담아 본 이 귀한 것들을 이제야 펼쳐 지인들과 나누게 되어 행복합니다.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갖게 하려는 나의 시간들을 돌려 드리며…….
조용히 눈을 감고 지나간 시간들을 회상해본다.
파아란 하늘 아래 이산 저산 들판을 다니며
자연이 만들어 낸 자연의 꽃과 잎과 열매들 그리고 뿌리까지
바람에 날릴세라 잘못 만져 떨어질세라
두손으로 보듬어 한 잎 한 잎 정성스레 모아 이곳에 함께 있는 우리들
오늘은 차로 약으로 사랑하는 이 보고픈 이들에게 보답하려 정성스레 우려내고 걸러내어 나누고자 한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다 귀하고 보배로운 것들이지만, 누구인가에 따라 친구가 되고 동무가 되어 감로제호수락으로 변하는 <약선차 약선꽃차>.
하늘바람 연잎에 담아 -최매자 강원지부장
천天, 하늘의 기운을 받고
지地, 땅의 기운을 받고
인人, 사람이 꽃을 피우게 하소서
상서로움이 가득하게 하소서”
천·지·인은 우주의 근원이자 변화의 동인으로 적용하는 3가지 요소이며 천지만물을 창조해내고 운행하는 주체인 하늘과 땅에 만물의 조화와 질서를 주관하는 주체적 존재로써 인간의 역할을 더 함으로써 완성해 낸 개념이라고 한다.
<하늘바람 연잎에 담아 –천·지·인> 다법은 둥근 다포를 사용하는 천과, 사각 다포를 사용하는 지, 이 두 가지 다법으로 세 개의 완에 각기 하늘의 차·땅의 차·사람의 차를 내어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와 일치를 표현하였으며, 말차의 삼묘三妙 즉 색色·향香·미味를 찾아 즐긴다. 차와 물 그리고 다기의 어울림에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며 사람은 세모진 것의 조화로움을 삼각구도의 다구 배열에서도 찾고 즐길 수 있다.
<하늘바람 연잎에 담아> 다법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조화, 또 정靜과 동動의 정신과 편리가 잘 녹아든 합리적인 다법이라 할 수 있다. 아침에는 희망을 품고 낮에는 노력하며 저녁에는 반성하는 삶의 성찰을 꾀하고자 하는 의미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 다법이다.
<하늘바람 연잎에 담아 –천·지·인> 다법의 특별한 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로 다완에 따라 차와 물의 양을 같게 하거나 다르게 할 수 있다.
둘째는 다완의 배치를 사선이나 삼각구도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셋째로는 지地 다법에서 차로 꽃잎을 그리고 탕수를 꽃수술에 해당하는 부분에 따른다.
넷째로 차를 마신 다음 다화를 감상하고 또 다완을 감상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휴대가 편리하며 다포를 사용하여 이동이 용이해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차실을 만들어 자연과 합일合一되어 혼자 아니면 둘, 셋이 함께 세상의 이치를 생각하고 논하며 차를 즐길 수 있어 좋다.
반가원유 두레반찻자리 -이영미 천안지회장
원유보를 열어 고시레를 시작으로 찻자리를 펼쳐본다.
나 어릴 적 어른들은 논밭에서 굳은 일하시며 새참과 점심때가 되면 두레반에 흰 앞치마나 흰 보자기를 펼쳐 놓고 자리인 듯 다반인 듯, 바가지를 그릇으로 국에 밥 말아 먹고 새참으로 막걸리 식혜 등으로 목을 축였다. 구수한 누룽지탕을 한 국자씩 떠 나누어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시던 때를 돌이켜 생각 해 보며 찻자리를 펼쳤다.
두레반에 깔고 덮었던 네 모서리를 작은 소반 삼아 산바람 들바람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자연과 함께했던 그 시절을 그리며 <반가원유 두레반찻자리>를 펼쳐본다.
12가지가 재료가 어우러지는 대용차로써 선차인 듯 약차인 듯 자연을 음미하며 마시는 두레반 찻자리, 산야초 차를 들바람 맞으며 정성껏 우린다.
차를 우려 항아리에 따라 여럿이 포자로 떠 마시는 들녘에서의 <반가원유 두레반찻자리>는 우리 농촌 생활의 애환과 그리움 그리고 정겨움을 재현했다.
백학유영白鶴諭泳 -이내옥 논산지회장
<백학유영>은 차도구의 제약에서 벗어나 어떤 자리에서든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 늘 함께하던 보자기와 가벼우나 가볍지 않은 바루에 차를 우려 마시는 차살림법이다. <백학유영>은 바루에 보를 펼쳐 놓으면 학이 곧 날아오를 듯하고 참 어른으로 학처럼 사셨던 선조들의 모습이 바루와 보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지는 듯하여 붙인 이름으로, 급변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어른으로 소통하게 하는 차 살림법이다.
<백학유영>에서 사용하는 무명(백학보白鶴褓)에는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는데 그 의미는 아래와 같다.
첫째로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한 온유함이고, 둘째는 육신의 귀찮음을 깨우기 위한 내 삶의 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로는 점점 낡아지고 색이 바래 광택은 사라지지만 모든 것을 전부 받아들이는 포용의 충만함이 무명 보를 통해 나타난다.
차살림 중 보에 차를 담을 때 학이 부리로 먹이를 집듯이 일정한 높이에서 경쾌한 소리가 ‘사각’ 나도록 떨어뜨려 주고 보를 모아 차를 우릴 때는 떨어지는 방울마다 의미가 다름을 인식하여 천천히 기다리는 것에 그 정신이 깃들어 있다.
동계연수회 『반가원유보다례』 찻자리가 전 전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클로즈업 사진이 많이 부족하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찻자리 주인들의 예쁜 손, 예쁜 차도구, 예쁜 다화, 예쁜 차를 가까이에서 찍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죠. 냐년 제6회 동계연수회에서는 잊지 않고 더 예쁜 사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찻자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더듬어주신 분이 또 계시지요. 바로 특강 강사셨던 백문 김기종님입니다. 찻자리 중간중간 아름다운 울림의 찻잎피리와 대금을 연주해주셨습니다. 연주를 위해 보성의 다원에 가셔서 찻잎을 따오샸다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제5회 동계연수회 이튿날 소식은 다음 게시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茶>
첫댓글 대표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표님께서 이렇게 마무리 후기까지 자세히 올려주시니 그날의 연수회와 출판기념회가 영화처럼 스쳐가면서 드디어 완성되는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우리 원유협회 대표님은 글도 명작이십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사진도 잘찍으셔서 연수회를 다시 보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