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Alaska)는 알류트(Aleut)어로 ‘거대한 땅’을 의미하는 인디언 말이다. 북위 60°~70°에 위치한 알래스카는 이름에 걸맞게 미국 면적의 약 1/5이나 된다. 1867년 미국의 국무 장관이었던 윌리엄 수어드(William Henry Seward, 1801~1872)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720만 달러에 구입한 이 빙토는 1959년에 49번째 주로 편입되면서 정식으로 미국의 영토가 된 것이다.
미국의 알래스카 매입, 러시아는 왜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았을까?
알래스카라고 하면 에스키모, 이글루, 알래스칸 맬러뮤트, 빙하, 오로라, 백야, 연어, 툰드라, 원유, 수상 비행기, 호수, 매킨리 봉(6,194m)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1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래스카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는 숲이 많고 경치가 좋으며,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해서 일본의 홋카이도 지방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온화한 봄, 시원한 여름, 쌀쌀한 가을, 추운 겨울로 나뉘는 사계절이 있다. 다만 겨울과 여름이 길고 봄과 가을이 짧다. 여름은 매년 6월부터 9월까지이고, 겨울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다. 10월과 11월은 가을이고, 4월과 5월이 봄이다.
알래스카의 원주민은 그린란드와 마찬가지로 17,000~30,000년 전쯤에 베링 해협을 넘어 온 황색계의 몽골 인종이며, 그들의 후손이 지금의 이누이트족과 알류트족이다. 시베리아와 중국 대륙에서 말을 타고 유랑 생활을 하던 이들이 얼음판을 넘어 사람이 없던 이곳에 처음으로 온 것이다. 이들의 뿌리가 우리와 같은 몽골계이기 때문에 생김새가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으며, 남미로 내려간 인디언도 이들의 후손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미국 정부는 1982년부터 원주민은 물론 1년 이상 거주자에게 해마다 2천 달러씩의 배당금을 나누어 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천연가스와 원유(미국 전체 생산량의 25%)가 생산될 뿐만 아니라 비록 돈을 주고 샀지만 거저 얻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금액을 받는다. 나이도 관계없고 직업이 있건 없건 무조건 머릿수를 기준으로 평생 동안 받는 것이다. 원주민들이 국제결혼을 해서 혼혈아를 낳을 경우 그 아이에게는 이 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 평생 지급된다. 주 정부는 매년 10월이면 이 돈을 원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4인 가족의 경우 연간 약 1천만 원에 상당하는 돈을 배당받는다.
연어잡이는 알래스카 수산업의 근간이자 관광 산업의 중요 상품이다. 연어는 알을 낳고 나면 반드시 죽게 되는데 알을 낳는 장소로 시원한 민물 냇가가 있는 이곳을 많이 찾아온다. 이곳에는 겨울에 쌓인 눈이 녹아서 찬물(얼음물)이 많이 흐르기 때문에 연어가 알을 낳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또 알래스카는 늑대를 비롯하여 갈색곰, 바다수달, 물개, 바닷새 등 야생 동물들의 천국이다. 알래스카 연안의 수많은 바위섬은 세계 최대의 바닷새 및 물개 서식지로서 태고의 자연 속에 간직되어 있는 바다 동물원이나 마찬가지이다.
알래스카에는 깨끗한 공기, 맑은 물, 수려한 경관 그리고 일년 내내 흥미와 스릴과 모험을 만끽할 수 있는 오염되지 않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알래스카에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들과 빼어난 국립공원들이 많다. 랭걸-세인트 일라이어스(Wrangell St, Elias) 국립공원은 5만 3천 ㎢나 되기 때문에 항공기를 이용해야 둘러볼 수 있다.
알래스카 반도로부터 시작한 알래스카 산맥에는 북미 최고의 매킨리 봉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서부터 미국의 로키 산맥을 거쳐 남미의 안데스 산맥까지 남북미를 이어 주는 등뼈 역할을 하는 거대한 산세가 형성되어 있다. 회색 바위, 푸른 얼음, 중중첩첩의 봉우리와 계곡들은 세계 어느 곳과도 비길 수 없는 모험과 흥미를 제공한다. 겨울철이면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하는 구경거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온다. 오로라를 보거나 빙하 위에서 스키를 타거나 또는 때 묻지 않은 자연 속 오두막집에 머무르며 알래스카를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추카치 산맥의 계곡에 형성된 마타누스카 빙하, 대자연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앵커리지로 향하는 비행기는 장대한 산맥을 거쳐 설봉이 이어진 추카치 산맥을 바라보며 랜딩을 시작한다. 여름 알래스카는 유빙과 빙하의 녹음으로 짙은 회색 빛 물살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 화려한 색보다 원시의 색채를 드러내는 곳. 대 자연의 세상에 나를 온전히 맡겨 본다. 수 만년 세월을 견뎌온 태초 자연의 모습 앞에 발가벗은 나를 세우는 일, 알래스카에서 볼거리는 찾는 일은 어리석음이다. 원시 그대로의 태초 자연 앞에 고요히 서 있는 일, 그것이 행복이며, 진한 기쁨이 된다.
북극, Gulf of Alaska, 베링해로 둘러싸인 알래스카는 그 주변환경의 특이성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지는 땅이다. 하지만, 직항 비행기로 8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자연의 순수대지다. 앵커리지를 중심으로 한 빙하지대, 삼림지대의 추카치 산맥과 스키 리조트 거우드, 고래와 바다사자 등 해양 생물을 목격할 수 있는 시워드, 발데스 지역을 둘러보거나, 페어 뱅크스를 중심으로 북극권 투어와 겨울 개 썰매, 오로라 관광이 가능한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앵커리지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진 글랜 하이웨이 Glenn Highway의 삼림지대를 달린다.
앵커리지를 벗어나 야성의 자연으로 나선다. 팔머 Palmer를 거쳐 마타누스카matanuska 빙하지역으로 향한다. 앵커리지에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마타누스카 빙하는 팔머를 지나 동쪽으로 난 1번 Glenn Highway를 달리면 우측으로 빙하의 흔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 만년 동안 알래스카 산을 깎고 평지를 다져온 얼음의 강. 그 고요히 움직여 온 유빙의 흔적 위를 20년 빙하 전문가와 함께 트렉 슈즈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세월의 흔적 위를 걷는다. 온통 머드로 덮여있는 진입로의 빙하는 얇은 머드막을 걷어내면 수 만년 세월의 빙하가 반짝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젠의 톱니를 빙하 위에 찍어가며 마타누스카의 빙하 몸체 위에 선다. 빙하 곳곳엔 유빙과 크레바스, 빙하 동굴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깊은 빙하 동굴에 빠져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으므로, 빙하를 걷는 일은 세심한 주위를 요한다. 태양이 구름을 걷어내고 광선을 발하자 빙하의 색깔이 에메랄드로 빛난다. 빙하의 끝자락에서 그 중심부로 옮겨가며, 거대한 빙하의 속살을 마주한다. 빙하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빙하수를 마시면, 온몸이 짜릿하고 상쾌하다. 피켈로 빙하를 찍으며 거대한 빙하 벽을 오르기도 하고, 빙하 계곡을 거닐며, 수 만년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거대한 빙하 위에 올라보면, 지구 온난화로 녹아 내리고 있는 알래스카 빙하의 현실을 실감한다.
남쪽으로는 호머 Homer, 북쪽으로는 토크 Tok까지 이어지는 알래스카 1번 도로가 동북쪽으로 시원스레 뻗어있다. 대자연의 해양 박물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로 가기 위해, 내륙의 숨은 보석, 발데스로 향한다. 글렌 하이웨이 Glenn Highway 를 가로질러, 다시 남쪽 거대한 추가치 산맥 Chugach Mountains 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거대한 남부 내륙 산악지대를 지나고, 리차드슨 하이웨이를 종단하면, 내륙의 고요한 해양 생태계 발데스에 도착한다.
5월부터, 9월까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증가하는 시기의 알래스카는 해의 길이도 길어진다. 새벽 1시나 되어야 어둠이 찾아 들고, 다시 세 네 시경이 되면,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백야 현상이 지속되는 이 시기는 푸르른 자연이 넘실거리고, 아성의 동물들도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즐리 베어나, 블랙 베어도 6월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살찐 연어를 먹기 위해, 수로가 좁은 강 기슭에 자리를 잡고 주린 배를 채운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전진기지 발데스, 내륙 빙하와 험백 고래등 원시 자연을 마주하는 곳.
발데스의 아침은 평화롭다. 분주할 일도, 번잡한 교통 체증도 없는 인구 4000명의 고요한 해안 내륙도시 발데스는 부둣가를 산책하는 일로 시작된다. 발데스 빙하를 배경으로 발데스 항구에 고요히 자리잡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자궁, 발데스는 트렌스 알라스칸 파이프 라인의 최종 목적지로 미 내륙으로 이동하는 석유의 집산지이자, 연어 부화장과 콜롬비아 빙하의 전진기지로 유명한 곳이다.
30년 넘게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와 해양 야생 동물들의 현장을 안내하고 지켜온 스텐 스테판 Sten Stephens 크루즈는 빙하 투어는 물론, 험백 고래와 바다 사자, 귀여운 해양 조류 퍼핀, 바다 수달과 물개, 돌고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직접 목격하고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발데즈 포트를 출발한 배는 좁은 내륙 수로 해협을 빠져 나가면서, 거대한 알래스카 만 Gulf of Alasaka의 해양 박물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내륙 수로를 전진한다.
Gulf of Alaska,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크루즈를 즐기며 고래와 물개, 해양 생물을 마주한다.
하루 일정을 모두 투자해야 할 정도로 바다 생물을 마주하는 일은 긴장감과 인내를 요구한다. 돌출한 등지느러미와 거대하게 휘어지는 꼬리를 보여주는 험백 웨일의 등장은 크루즈 선내의 모든 관광객을 긴장 시킨다. 유유히 유영하며 사라지는 험백 웨일을 지켜보는 고래관찰의 백미는 단연 꼬리를 관찰하는 일이다. 몇 번이나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거대한 꼬리를 출렁이며 물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지, 몇 번 모습을 드러내다가 마지막 꼬리를 보이는 순간은 감동이다. 험백 웨일이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질 거라는 유일한 증거다. 20미터가 넘는 고래의 등장은 선장이나 모든 여행자들에게 관심의 중심이 된다. 곧이어 나타나는 바다 수달과 거친 바다를 춤추듯 뛰어 다니는 돌고래의 등장, 깎아지른 절벽의 해안가에 거대한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바다사자들과의 조우, 파르르 날개짓 하며, 바다 위를 수놓는 귀여운 퍼핀의 등장은 잠시 고래를 마주한 긴장감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빙하 크루즈는 유빙이 흘러 드는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파르스름한 유빙이 하나 둘, 출몰하면서,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콜롬비아 빙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가는 순간이다. 햇빛에 투영되어 에메랄드 빛을 발하는 유빙들의 바라보며, 아름다운 탄성과 동시에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차츰 거대한 콜롬비아 빙하 앞으로 다가선다. 얼음의 강이란 표현대로, 수 만년 동안 알래스카의 산을 깎고 추카치 산맥의 평지를 다져온 얼음 줄기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내륙에 보석의 형체로 가득하다.
햇살에 반짝여 에메랄드 빛을 발하는 수 만년 유빙의 최후를 목격한다. 공기와 해양의 조류에 의해 시나브로 녹으며 천천히 움직이는 유빙들을 바라보며 원시와 대자연의 고향, 알래스카의 미래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없는 해양을 가르고, 바다와 섬, 피요르드와 빙하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 자체로 고요한 감동이다. 닿을 수 없을듯한 꿈을 만나는 곳, 라스트 프론티어, 알래스카 대자연은 우리 문명에 지친 영혼들의 순백의 순례를 기다리고 있다.
가족단위의 여행자들이 마타누스카 빙하를 향하여 빙하 트레킹에 나선다.
여행정보
알래스카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7, 8월 한 여름에 손쉽게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8시간 만에 앵커리지로 입국하거나, 시애틀을 경유하여 알래스카 항공으로 앵커리지로 들어갈 수 있다. 장대한 산맥과 빙하투어, 개 썰매와 블랙 베어 혹은 고래 관찰, 매킨리 경비행기 투어도 매력적이지만, 무더운 한국의 여름을 피해, 영상 17, 8도의 선선한 알래스카를 찾아 피서를 겸해 투어를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원시 대자연과 조우하는 일, 거대한 자연 앞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하고 좀더 겸손해진 나로 감동의 세상과 마주하는 일, 그 자체로 축복이 될 것이다.
출처: 49번째 미국 땅이 된 빙토, 대단한 지구여행, 윤경철; 라스트 프론티어, 순백의 순례를 경험하는 곳, 세계의 명소, 함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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