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들을 위하여 운동처방사로서 의료봉사를 베풀고 재속 프란치스코회 회원으로
선교 여행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율전동성당 강정호(바오로)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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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육신의 병이 계기가 되어 여러분에게 처음으로 복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갈라티아 4,13)
▲평소에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무료로 민간요법 치료를 해 주시고 주위 사람들에게 실생활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들을 알려주시기도 하시는데, 의료 봉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 예전에는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그저 저를 살려주신 주님께 보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몸이 아팠었습니다. 군대 사고로 복부가 파열되었는데, 죽었다 깨어나기도 하고 서너 번 심장이 안 뛴 적도 있죠. 제대 후 20년간을 고생했는데, 그 때 주님께 “이렇게 죽기는 억울하다. 마흔 넘어서 당신을 위해 일 하겠다”고 맹세를 해버렸습니다. 내 몸을 고치다 보니까 남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그러다 제가 43세 때 본당 사목위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봉사를 시작했고 5년간 총무를 하면서 성전 건립에 노력을 기울이며 성전이 봉헌되는데 일조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돼요.(웃음)
청소년 시설과 노인시설에서 주중에 1회, 주말에 1회 봉사를 했었는데 주말에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 것이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했어요. ‘그만 와야지’하고 생각했다가도 “언제 또 와요?” 물으면 거절을 못하겠더군요. 지금은 주중에만 합니다. 처음에는 ‘친구’(강정호씨가 아내를 부르는 호칭)와 가족들도 불평을 했는데 이제는 모두 이해해 줍니다.
사실, 봉사를 하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기쁨이 크고 이러한 삶의 체험이 30~40년 되니까 봉사하는 것이 생활 습관처럼 몸에 배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내 스스로 ‘무엇인가를 했다’고 자족했는데, 지금은 “(주님께서) 나를 통해서 하셨다”는 것을 깨닫고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때문에 인력이나 현대 의학으로 안 되는 일은 믿음으로 맡깁니다. 그저 ‘나를 통해서 그분이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해 주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넘어갔을 때 주님께서 좋은 달란트를 주셨구나’라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누지 않는 달란트는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늘 “달란트를 오용하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합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로마 12, 15)
▲ 여러 나라로 선교 여행을 다니시면서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오셨다는 사실이 바오로 사도를 연상케 합니다. 선교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으며, 진정한 선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마리스타 수도회를 통해 처음 해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오지 마을에 열흘정도 가서 제 달란트를 나누는 것(의료봉사)이었지요. 순례하는 마음으로 참여를 시작했는데, 아주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반성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선교는 현지의 사람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물질적 도움은 밀가루 신자를 양성할 뿐이죠. 그들과 똑같이 먹고 입고 자면서 기쁜 마음으로 먹고 나누며 삶을 공유했을 때, 그들도 거부감 없이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먹기 힘든 현지 원주민들의 음식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선교에 나설 때 저는 스스로를 하나의 ‘빈 그릇’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퍼 담아도 흔쾌히,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선교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 나름의 선교 지론은 “오지로 갈수록 신께 더 정성스런 경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유가 있는 곳으로 선교를 가면 ‘선교를 하러 왔다’는 의식이 들지만, 오지에서는 스스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배우고 오게 됩니다. 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함께 해주시니 즐겁게 두려움 없이 봉사할 수 있지요. 선교활동을 통해 저는 조금씩 성숙해지고 제 자신이 변화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선교 여행을 주님이 제게 주신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여행이 끝나면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가 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처럼, 여러분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로마 15, 7)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예수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다녀오신 선교지와 그곳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15년 전에 독일로 한 아이를 치료하러 갔어요.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어린이를 치료했는데, 90일 정도 도와주다 보니까 정상적으로 뛰어다니고 아이의 얼굴의 그늘도 벗겨졌지요. 치료비를 받지 않는다고 하자, 아이의 친척들이 성지 순례를 보내주었어요. 순례길에서 만난 베드로 성인을 비롯한 여러 성인들의 흔적들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할 겁니다.
또 멕시코에서의 기억도 남습니다. 멕시코는 한 수사님의 권유로 처음에는 ‘과달루페 성모님’을 만난다는 목적으로 갔습니다. 멕시코의 한 오지에 한국 수녀님들이 있었는데 수녀님 한 분이 20~30여개의 공소를 관리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그 곳 ‘마리아의 집’에서 아이들과 봉사자들에게 운동 요법을 지도하고 치료해주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비염에 걸려 입으로 숨을 쉴 수밖에 없는데도 식구수가 많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어떤 꼬마를 치료해 준 일이 인상에 남습니다. 아이가 치료를 통해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는데, 치료비를 돌려주었을 때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나눔으로도 행복해하며 해맑게 웃던 아이와 부모의 얼굴이 저마저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또 그곳 3천여 명의 아이들이 송별식에서 ‘바위섬’을 불러 주었을 때 저랑 친구(아내)가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눈물을 글썽거렸지요. 돌아오면서 수녀님들께 그랬어요. “하늘나라에서 놀다가 세속으로 떠납니다” 라고요. 단지 과달루페 성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순수한 믿음이 천사들의 세상을 느끼게 해주었으니 말입니다.
▲ 그렇다면, 선교지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선교지에서는 음식과 물이 안 맞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그러나 포식을 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 강의 할 때에 제가 강조하는 것은 “배불리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풍토병, 물갈이는 소식이나 절식을 하면 적응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주시는 능력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해서 나와 함께 고난에 참여하시오.(1디모테오 1, 8)
▲재속 프란치스코형제회* 회원으로서 가난과 형제애의 삶을 실천하시며 사시는 것으로 아는데, 형제님의 생활 속 모습이 궁금합니다. 또 어떠한 삶의 목표를 갖고 계신지요?
- 사실 예수님은 고통을 통해 저를 수련시키시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결손 가정에서 자란 것은 제게 가장 좋은 공부였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멸시받은 것만큼 더 큰 공부가 있습니까. 사실 예수님 때문에 갓길로 가지도 않았지만 돈도 많이 못 벌었고, 도망도 못가고 코를 꿰어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아들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네요. (웃음)
재속 프란치스칸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우선 내적 가난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난한 마음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지요. 그러한 삶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을 닮아 하느님께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또 신앙 안에서 자기만족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기만족은 스스로를 평화롭게 하긴 하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것이지요. 그래서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매일 청하고 있습니다. 삶의 목표를 여쭈셨는데, 아름다운 꿈을 찾으러 떠돌아다니는 것이 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다보면 종파를 초월해 ‘천사’들을 만나기도 하죠. 다양한 종교계의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성모님, 예수님을 만나 뵙습니다. 그렇게 함께 공동선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지요.
내가 복음을 전한다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코린 9,16)
▲ 앞으로 어떤 목표와 꿈, 포부가 있으십니까. 또 우리가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교가 무엇일까요?
- 10월 말 업무상 러시아로 떠나 5~7년간 있을 예정입니다. 거기에 가면 수입의 절반을 소외된 이들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면 조그만 의료 복지 쉼터를 차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훌륭한 선교도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주어진 것에 충실한 삶, 변하지 않는 삶 자체”입니다. 어떤 환경에 처했더라도 변하지 않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서전복 명예기자
*재속 프란치스코형제회 : 세속에 살면서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하여 그 영성을 닮으려는 사도적 삶을 살며 그리스도교 완성을 향해 노력하는 단체. ‘제3회’에 해당된다. (※제3회는 '세 번째 수도공동체'라는 의미로 남자 수도회가 첫번째 회이고, 여자수도회가 남자회에 의해 만들어진 두 번째 회이며, 그 수도 공동체의 영성을 닮으려는 평신도들을 위한 회를 ‘제3회’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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