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탓이라고 해야할지 너무 바빴다고 해야할지..
진작 정리한다면서 5월하고도 둘쨋날이 되어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들어온 여러가지 기회를 통해
어느 때보다 바쁘게 공연장을 찾게 된 4월이었어요.
교향악축제 울산시향 연주회를 시작으로 경기필의 <류재준의 밤>,
재능기부 형태로 생협에서 클래식을 주제로 간단한 강의 및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고,
이자람의 <사천가>, 그리고 연극 <안티고네>를 관람했고...
중간에 성악하는 지인들의 연주회가 있어 다녀오기도 했어요.
제 첫 레슨선생님(이지만 8살 아래 후배 ㅎㅎ)의 독창회,
연극반 선배인 메쪼소프라노 양송미님의 연주회에 다녀오고 나서는
못본 사이 더욱 놀라운 발전을 한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는 한편,
프랑스 가곡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새삼 불끈 솟았고요.^^
26일부터 28일까지는 사흘 연속으로 베르디의 오페라에 흠뻑 빠지게 되었네요.
26일은 서울시향의 <오텔로>,
27일은 한예종 즐토 성악클래스의 친한 친구(?)가 된 할아버님이
시민합창단에 캐스팅되어 출연하신 서울시오페라단<아이다>,
28일은 국립오페라단의 <돈까를로>까지...
베르디의 세 작품을 연속으로 보고 난 후 진이 빠져서
아마 글을 쓰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던 듯 해요. ㅎㅎ
<오텔로>야 마에스트로의 음악성을 제대로 증명하는 연주회였고,
<아이다>는 작품자체가 화려하기도 했지만
시민합창단과 배우를 모집해서 공연을 준비하는 희노애락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더 돋보였고,
김학민 씨의 연출이 성공적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다> 프로그램북 여러권 얻었는데 원하시는 분은 나눠드릴께요.^^
안에 무대와 의상, 소품에 대한 사진과 스케치가 있어 자료로도 좋은 가치가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 <돈까를로>는 연출은 좀 실망스러워, 1부 끝나고 가버리는 관객도 꽤 되었거든요.
안그래도 무겁고 답답한 작품을 평면적으로 풀어갔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무대를 가로로 질러서 행진하는 연출을 꽤나 좋아하는데(!)
사실 별로 필요없는 부분에서도 그런 장면을 넣으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번에도 유령인 까를로 5세의 등장을 전혀 신비감 없이, 무대를 횡단하게 만들어서..에효..
그래도 우리 성악가들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던
베르디와 함께 한 사흘이었어요.
그리고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하는 춤과 연극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다니기 시작한 4월이었네요.
사춘기 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전방위 예술가가 되어야겠다고 꿈꾸며
닥치는 대로 흡수하고 기껏해야 글을 좀 쓰는 정도이다가
대학가서 연극으로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사상을 정립하고 아는만큼 실천하는 삶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두게 되었는데...
예술을 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렇게나 자라도록 내버려(?)두었던 생각과 기질들이
얼마나 제 자신을 나약하고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지 호된 경험들을 하면서
사실상 예술에 대해서 스스로 접근을 차단한 세월이 10년 가까이 되었더랬죠.
작년 거인까페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 정말 우연 같은 필연인데...
지휘자님 덕분에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이 아직도 가능하구나 라는 위안을 얻으면서요.
지금 제가 배우고 경험하는 것들도,
저 혼자 누리기 위함이 아니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나중에 바람불어 어느 곳에 떨어지던지
그 곳에서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펼쳐야지 하는 그런 마음으로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연극의 재해석에 대한 강의에 참여하면서
<안티고네>를 보며 느꼈던 불편함들이 이유가 있었단 것도 알게 되었고
-이를테면 연극이라는 형식을 한국적으로 풀겠다는 명분 아래
원시적인 춤과 구음을 넣는 것이 십년 넘게 진행된 유행 아닌 유행인데
파고들어가보면 한국적인 게 아니라, 국적불명(한국 중국 일본이 다 짬뽕된)의 것들이라는 점-
알맹이에 천착하지 않고 스타일만 다르게 하려고 궁리하는 시도는
음악이든 오페라든 연극이든 간에 반드시 헛점을 보이며
깊은 감동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어요.
5월에도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좀더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제게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일일이 다 말로 전하진 못하지만
항상 마음 속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정말 알찬 한달이었군요~^^
<아이다>프로그램책자 찜해요~ㅋ
저도 정말 바쁜 4월이었는던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면서 문화에 대한 열정을 늘 간직하고 더욱 매진하는 상록수님은 아름다운 싸람!!
민들레 홀씨가 알맞은 토양에 내려앉아 뿌리내리고 꽃피우는 꿈을 꾸듯 문화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며 꿈이 살아나 삶의 활력소와 원동력이 되어지는 그런 멋진 그림!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예전에 읽었던 책제목이 떠오르네요^^
아이다 프로그램 북 저두 주세요~ ㅋ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향후 누구에겐가 나누고 함께 하고자 지금도 열심히 또 뭔가를 배우는 삶을
살아가시는 상록수님 참 멋지시네요. 저도 누구에겐가 뭔가를 나누며 살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