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화엄전
올해의 입춘날은 2월 3일이고, 화엄산림이 있는 첫 번째 월요일이었다.
화엄전 앞에서 지묘스님을 만나서, 재무스님이 주차를 하는 동안 화엄전 큰 소나무 아래서 함께 서 있었다. 지묘스님은 보자기에 싼 곶감을 가져오셨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곶감이 어디서 나는 줄 아느냐?”
가을에 지묘스님이 가져오신 홍시를 드시면서 큰스님께서 감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었다. 요즘 큰스님이 하시는 이야기는 모두가 곶감처럼 달고 맛있다. 그때 말씀하신 예천 준시를 구해오신 모양이었다.
큰스님이 기뻐하셨다.
“분이 이렇게 많이 나와야 돼. 다른 약품을 하나도 안 친 거야. 이거 곶감 마니아들이 보면 깜짝 놀란다.”
덕분에 수효가 한정되어서 구하기도 어렵다는 예천 준시 한 개를 통째로 먹게 되었다.
*
큰스님께서 이날 제일 관심 있으셨던 사항은 4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릴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나눠줄 법보장 USB였다.
“내가 5천 개를 마음에는 생각하고 있거든. 그런데 만약 모자란다 싶은 생각이 들면 학무거사에게 빨리 연락해서 얼른 싣고 오라고, 그렇게 해야 돼.”
“당연히 모자라는데예. 첫째 날은 2천 개 그다음날 2천 개 그 다음날 천 개 딱 정해놓고 끝나면 다른 쪽으로 유도해야 돼예. 끝이 없습니다. 스님.”
재무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생각해?”
하고 큰스님이 물으셨다.
“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끝이 없습니다.”
“아니야. 나는 그래 생각안 해.”
“그렇습니까? 그러면 무조건 하겠습니다.”
“거기 들른 사람에게는 무조건 다 줘야 돼.”
“그럼 하루만에 다 떨어질건데예?”
“그럼 빨리 올리도록 해야지.”
“예, 누구에게든지 오는 사람에게 다 준다고 머릿속에 입력하겠습니다. 서울은 많이 옵니다. 초파일 밑이기 때문에.”
“내가 어제 그저께 용학스님하고 이거 처음에 해야 된다고 한 스님이 원창스님이거든? 거기에 용학스님이 수긍이 가가지고 하게 된 거라. 그래서 내가 지금 만 개를 주문했잖아. 혜명화 잘들어.”
“네, 녹음하고 있어요.”
“이걸 백만 개를 깔려고 해.”
“네? 진짜 숫자 백만 개요?”
“백만 개가 만일 안 되면 십만 개를 하려고 해. 십만 개라도 어디야, 근사하지?”
“‘백만 개를 깔 거다’ 이렇게 염화실지에 써도 되나요?”
“써도 돼. 백만 개는 좀 과하지 않나? 십만 개 할까?”
큰스님께서 잠깐 망설이시는 동안 만 개라고 쓰겠다고 말씀드리자, 만 개는 이미 벌써 주문했다고 하셨다.
재무스님이 십만 개로 쓰라고 말씀하셨다.
“십만 개로 할까?”
큰스님이 말씀하셨고, 조용히 듣고만 계시던 지묘스님이
“고정도는 해야 안되겠습니까?”하셨다.
“십만 개면 12억 5천만 원이 든다. 우리 모두가 인연 닿는 사람에게 다 돌아가게 해야 해. 십만 개면 다 가능하거든. 백만 개면 읽을 사람이 없어. 여기 보면 법화경 나오거든. 이거 틀어놓고 쉬면 되는 거야. 임제록도 있고, 화엄경도 있고 대단하지. 학무거사가 녹음을 잘 하잖아. 용학스님이 이렇게 다하고 학무거사가 거들고.”
“저는 이번에 정초 기도 때 불자들이 좀 왔길래 화중연화 책을 법당에 모셨거든요. 올해는 책을 좀 읽자. 공부 좀 하자. 해가지고 마음대로 갖고 가서 읽고라 했더니 열 몇 명이 책을 가져가더라고요. 70대 중반인 보살님도. 큰스님께서 60년 한 생을 연구하고 연구해서 우리 불자님들에게 어렵고 난해한 경전을 아주 쉽게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고 제가 설명했어요.”
지묘스님이 말씀하시자 큰스님께서 기뻐하셨다.
“지혜월, 지묘스님께 책 한 벌 더 싸드려. 왜냐하면 법당에 한 벌 놔두고 신도들에게 한권씩 한권씩 돌아가며 보게 하면 좋지. 누가 예불문 읽고 싶다고 하는데, 예불문 누가 빌려갔다고 하면 문제잖아. 아 여기 예불문 한 권 더 있다고.”
큰스님의 상상을 따라가다가 다 같이 미소를 지었다.
“아, 그거 어떻게 예불문부터 천수경 반야심경 기본적인 것이 다 들어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기특해”
큰스님도 웃으셨다. 그다음은 서로의 이야기가 너무 빨리 진행되어서, 그대로 기록하고 싶어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지묘스님 : USB를 다루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큰스님 : 가르쳐 줘야지 스님이.
지묘스님 : 아이패드나 이런 것이 없으면 보기가 어려우니까. 책이라도 보도록.
큰스님 : (핸드폰을 열어 보이시면서) 나는 이걸로 보면 좋아요.
혜명화 : 큰스님 폰은 최신폰이에요.
지묘스님 : 그래도 책이라도 읽겠다고 가져가니까.
큰스님 : 그렇지 고맙지.
큰스님 : 이렇게 얼마나 신기해? 첫째 신기해서도 좋다. 많이 안 봐도.
지묘스님 : 화면으로 보니까 책장 넘기는 것보다 더 빨리 넘어가는 것 같아요.
큰스님 : 글자도 얼마든지 큼직하게 하고 세상이 이렇게 발달했으니, 우리 스님들도 이런 걸 쫓아가야 돼.
혜명화 : 스님이 법문하실 때, 어렸을 때 공부하라고 종이 한 장씩 나눠주신 거 얘기해주셨었는데.
대선스님 : 불자들 보라고 종이에다가 법문 써서 초창기 때 법문 나눠주셨다고 그 얘기 법문 하신 적 있어요.
큰스님 : 그렇지. 그 이야기야?
혜명화 : 아니 그 이야기는 아니고, 스님이 어렸을 때 너무 궁핍해가지고 공부하라고 종이랑 나눠줬다고.
큰스님 : 아아 글쎄 그 이야기 같은데. 그건 법문 종이 일지경이라고 해서 내가 여기 범어사에 88년도부터 온 게 첫 번째 오고 두 번째 오고 세 번째 왔나, 네 번째 왔나? 그래 88년도에 와서 지금까지 있거든. 그때 와가지고 올림픽하는 해라서 부처님 말씀을 그렇게 외국 사람들한테 나눈다고 한 것이고. 혜명화가 말한 것은 그때 노트가 은해사가 살 때인데 노트가 없어서 글씨연습, 난자 익히는 연습, 경문 하나 써보고 하는 그런 연습, 노트가 그래 귀했어.
그럼 이제 종무서에 가면 등서라고 하는 거 알아? 끌판으로 긁어가지고 인쇄하는 거. 그걸 등서라고 그래. 그게 기름이 덕지덕지 묻어가지고 그냥 시커먼 거 골탕 같은 거, 그런 게 막 묻고 그런 걸 한 여남은 장씩, 파지를 한 여남은 장씩 얻어가지고 그 뒤에다가 난자 연습을 하고,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그렇게 해서 공부했어. 그러니까 그 얘기겠지?
혜명화 : 맞아요. 하하.
큰스님 : 등서하고 종무소에서 파지 그것도 함부로 안 버리고 모아놨다가 학인들 오면은 그거 열 장씩 나눠줬거든. 그래갖고 거기다 글씨 쓰고 그때가 은해사에서 공부할 때고. 그때 나는 1년 반 동안 단돈 10원도 없이 살았어. 근데 어디서 도반에게 편지가 한 장 왔는데 답장을 써놓고는 우표가 없어가지고 야, 우표를, 빌려가지고 그게 1원 50전인가 뭐 하여튼 뭐 15원인가 뭐 그래. 근데 그걸 빌려가지고 한 1년 동안 빚지고 살았다고. 그걸 못 갚아가지고. 그런 세월도 있었어.
*
이날 큰스님께 절을 올리고 세배돈을 받았다. 다음카페 염화실에 올라오는 사진 중에서 설날 가득히 쌓아놓고 주시는 복주머니 사진들을 보고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던 색동주머니를 눈여겨 봤었는데, 다 나갔고, 보랏빛과 회색빛이 은은히 도는 복주머니를 받았다. 세배돈은 이번에 새로 인쇄하신 장대교망 녹인천지어 종이에 싸여 있었다. B5 한지에 붉은 도장이 8할이 되게 찍히고 한자와 한글 해석이 깔끔하게 프린트된 종이였다.
가지런히 책처럼 쌓아놓은 이 종이 한 뭉치를 지묘스님에게 주시면서 큰스님께서 당부하셨다.
“신도들에게 이렇게 봉투에다가 접어서 넣어줘. 이거는 설명하기에 달렸어. 원효스님 도장이니까 세상에서 최고가는 부적이야. 둘도 없는 부적이야. 세상에 처음으로 발견된 부적이라. 그러니까 이걸 설명을 잘하면 이 이상 가는 부적이 없어.”
그리고 4월 3일 서울에서 나눠주실 법보장 USB에 담기는 목록을 종이에 크게 인쇄해서 가져오라고 지묘스님께 부탁하셨다.
“B5 정도 크기에다가 이것을 확대 복사 하든지 그걸 봉투 안에다 같이 넣어서 주면 좋지. 글자 크기는 이 정도로 하고.”
“알겠습니다.”
지묘스님이 산뜻하게 대답하셨다.
*
재무스님이 문득 도반 스님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아마도 큰스님께서 은해사 대학원장 스님으로 계실 때인가 보다.
“백흥암에 살던 제 도반이 포행하시는 큰스님을 뵙곤 했는데 멀리서 너무너무 신심이 나고 신선 같으셨다 라고 자주 이야기해요.”
“백흥암이라고 아주 좋은 암자야. 그건 옛날부터 비구니 스님들이 사셨고 운부암도 좋은 선방인데 거기는 비구 스님이 사셨고, 유명한 암자가 몇 개 있어. 기기암도 있었고 거기서 한 2시간 걸어서 넘어가면 동화사야. 팔공산 안에 본사가 두 개나 있어. 그래서 우리는 그 산을 잘 넘어 다녔어. 동화사까지 넘어다녔지.”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날, 다른 분들이 화엄전을 방문하고 염화실에 올리신 후기들을 보니, 화엄전에서는 누구라도 아득히 옛날이야기 속 곶감을 먹는 듯한, 아늑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
문수선원에 내려와서 용학스님께도 새해 선물을 잔뜩 받았다. 입춘 부적도 같이 받았다.
봄설날이라고 하시길래 진짜 봄이 왔는 줄 알았다. 서울에는 2월 내내 강추위였다. 2월 23일에 용학스님이 ‘나의 사바정원’이라고 하신 중국 천태산 국청사 1400년 된 매화나무에 가득히 핀 매화꽃 사진을 밴드에 올리셨다.
이윽고 상강례
법회의 시작
오늘 기도 끝나고 죽을 맛에 오셨을 것 같다.
일이 없으신 분들은 좀 편하신데, 무성스님께서도 거창에서 오시려면 보통 힘든 것이 아닐 것이다. 사실 저는 연로하신 스님들을 존경한다.
오늘 우리가 몇 분 안 될 때 좀 속닥하게 다 아시는 구절이지만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열반경 한 꼭지를 유인물로 나눠드렸다.
36권 열반경의 제30권에 나오는 말씀이다. 원문하고 번역을 소개했다. 종경록(宗鏡錄)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이니까 대장경 중에서도 아주 알짜배기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다.
나눠드린 유인물은 종경록 이삼십 권 정도에 나오는 대목 같은데, 종경록이라고 하는 책은 법안종(法眼宗)의 제3대조, 정토종의 제6조로 법맥을 이어가시던 아미타불의 후신이라고 일컬어지는 영명지각연수(永明知覺延壽)선사의 대작이다.
종경록은 유불선을 망라해서 200명 정도를 추려서 그분들이 남겨놓으신 ‘마음에 대해서’ 서로 상이한 점이 있는 것을 질문 토론하면서 의문을 해결해서 답을 제시해놓은 책이다.
그래서 철스님 성철스님 같은 경우도 후학들이 물으면 ‘종경록을 봐라’하셨을 정도다.
중국 교학에 양 태두가 있는데 한쪽은 법화 천태종 천태학이라고 하고 한쪽은 화엄경 화엄종파다.
현수법장(賢首法藏)이 화엄종파다.
영명지각 연수선사는 종경록에서 당대의 대가들인 화엄종의 스님들하고 법화계열 천태의 대가들하고, 현장법사의 제자들 원측(圓測)스님, 규기(窺基)대사 자은파(慈恩派)라고 하는 유식종파의 스님들을 다 모아놓았다. 다른 종파도 물론 있겠지만, 당나라, 송나라 시대의 세 종파에서 제일 똑똑한 스님들을 모아놓고 질문 토론하며 답을 제시하였다.
인도에서는 용수(龍樹), 천친(天親)을 비롯해서 대선지식들 보살님들 종장들 아라한들 이와 같은 분들과 중국에서는 그때까지 이삼천 년 역사에 나셨던 굉장히 훌륭한 성인들을 망라하여 논어 맹자 공자의 제자와 순자 묵자까지 다 언급한다.
특히 화엄종파의 원효스님이나 현수법장(賢首法藏)스님은 기신론에 의지해서 화엄경을 뚫어나갔던 분들이다.
종경록 첫 부분은 기신론의 진망(眞妄)에 대해서, 또 능엄경 결택진망 이위밀인(決擇眞妄 以爲密因) 진망(眞妄)에 대해서,언급한다.
‘진짜 마음이 뭐고 망심이 뭐냐’ 여기서부터가 종경록의 첫 1번이다. 그래서 11권쯤 되면, 갑자기 우리 신라의 스님 두 분이 나온다. 중국 인도에서 200명의 대성인들을 추리는데 그중에 포함되신 분이 원효, 의상스님인 것이다.
제가 종경록 읽으면서 이 대목에서 너무 감동했다.
원효스님을 언급하실 때는 ‘우리 불교의 모든 이론을 소승 대승을 망라해서 여덟 글자로 정리한다면 삼계유심(三界唯心)이요 만법유식(萬法唯識)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깨달은 사람이 바로 원효스님이시다’ 라고 영명지각연수선사가 종경록에 언급하신다. 이것을 보고 제가 깜짝 놀라고 굉장히 감개무량했다.
그리고 종경록을 마치는 제 100권 째에 가면, 첫 대목이 ‘동국(東國)의 의상스님, 신라 의상스님께서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 이와 같이 해석을 하셨다. 마음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라고 하였다.
우리가 불교 공부를 하다 보면, 논서나 경전에서 의상대사의 글귀를 가지고 인용, 해설을 하는 부분은 상당히 드문데, 그 중요한 종경록 100권을 마무리 지으면서,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의상스님의 말씀을 하신 것이다.
거기서 저는 읽던 글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의상스님, 의상스님’
우리가 법회 전에도 법성게를 독송했는데, 의상스님의 법성게 그 구절은 비유하면 이렇다.
천 강, 만 강, 두만강 압록강 미시시피강 미주리강 라인강 세느강 영산강 낙동강 할 것 없이 모든 강물과 소양강댐까지 다 합쳐서 모든 민물에는 소금이 하나도 없다.
비록 작다 할지라도, 바닷물은 한 방울 한 컵이라도 소금이 있다. ‘법성게는 그와 같이 진리를 충분히 온 바다를 다 담아내고도 남을 만한 빛이 가득한 구절이구나’ 그런 것을 우리가 알고 매일 독송하고, 49재 지낼 때 마지막 이별할 때 영가에게 일러준다면 우리의 공덕이 무한할 것이다.
법화경 같은 데도 오천퇴석도 나오고, 화엄경에 오백퇴석도 나온다. 부처님이 앉아 계신데도 법문을 안 듣고, 뺀지리하고 나가 버리는 사람도 있잖은가. 그 제바달다들.
의상스님의 그 귀한 글귀를, 종경록 100권 마지막에 첫 대목을 설명하면서 영명지각연수선사가 의상스님의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을 인용하였다. 그리고 종경록 100권을 회향하면서, 마지막으로 누구의 발원문을 인용하느냐?
의상스님의 사제인 현수법장스님의 ‘보현행원으로 내 일생을 마무리 짓겠다’는 발원문을 인용하였다.
천태, 유식, 화엄을 다 회통(會通)치는 마지막 구절이 현수법장스님의 보현행원발원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공부하시는 여러분께서, 좀 오래되신 분들은 어른스님하고 처음 인연이 돼서 ‘10년에 화엄경 공부를 끝내겠다’할 때, ‘장구한 세월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15년의 세월이 지났다. 염화실 월간지가 지금 168차니까 168개월 동안 여러분들께서 공부를 하신 것인데 120개월이면 10년, 여기에 48개월을 더하면 14년을 화엄경을 쭉 해오셨다. 오늘이 14년째 하신 날이다.
참 긴 세월 동안이다.
아직도 화엄경이 안 끝났고, 화엄경이 끝나려면 한 20년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때 우리 중에는 다비장에 가는 분들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입법계품은 제가 한 2년 동안 해놨던 강의도 있다.
일단 오늘 할 대목이 이세간품 55권째다.
화엄경 53권부터 59권까지가 이세간품이잖가?
이세간품 일곱 권을 지금 하고 있는데 우리가 종경록에서 보시다시피 종경록 100권을 정리하면서 마지막 발원문이 ‘화엄경 보현행원이 인생이다’라고 하였다.
제가 이번에 정초기도를 한 3일 몰입해서 푹 빠져서 했다.
‘모처럼 한번 하루 종일 염불삼매에 들어가야 되겠다’ 염불을 하다 보니 ‘아, 어릴 때 내가 차라리 염불만 할 걸’ 염불은 다 글이 너무 좋은 것이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아, 목소리도 좋고, 야, 내가 염불을 해야되는데’ 개경게(開經偈)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테이프를 틀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도취되어서 너무 좋은 것이다.
그러다가 약찬게를 해도 기분이 너무 좋은데 ‘내가 원래 통도사 3년 결사 기도할 때 적멸보궁에서 염불로써 딱 성불을 봐버리고 그냥 끝냈어야 되는데’ 그때 삼매의 맛도 많이 봤다.
지금 강의하는 내용 중에서 그때 경험했던 것을 가지고 경전하고 맞춰서 여러분들께 설명하는 것들이 많다.
그것만 해도 충분한데, 뭐 하려고 강사를 해서, 강사를 하니까 불리한 것이 뭐냐하면 나 혼자만 이해하면 되는데, “여러분 이해되시죠? 이해되시죠?” 머리를 악세사리처럼 달고 다니시는 분들한테 “이해되시죠? 이해되시죠?” 그러니까 골치 아파 죽겠는 것이다.
“이해가십니까?” 이해 안가시잖은가.
그러니까 나 혼자만 하면 혼자서 ‘지감자열(只堪自悅) 기뻐서 이렇게 하면 굉장히 좋을텐데 어른 스님한테 붙잡혀서 왜 남한테 설명해야 되는 강사가 됐나? 아, 염불이 훨씬 더 수승한 수행이다’ 이 생각을 하다가 불과 한 서너 시간도 안 가서, 제 생각이 천퍼센트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것도 12.5% 밖에 안 된다.
깨달음을 얻으신 것이 위대한 일이긴 하나, 장한 일은 아니다. 그럼 부처님의 가장 장한 것은 무엇이냐?
깨달음을 이루신 것을, 당신이 지지리도 못난 중생들하고 같이 보폭을 맞춰서 설법을 하셨다는 것이 부처님의 그 깨달음을 더욱더 빛나게 하고, 완성시켜서 우리가 부처님을 추앙하는 것이잖는가.
그래서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다.
수지하는 것도 몇 점 안 되고, 독송하는 것도 몇 점 안 된다.
서사하는 것 사경하는 것도 몇 점 안 되는 것이다.
위타인설(爲他人說)사구게(四句偈)라.
금강경에 쭉 나오잖는가.
‘남을 위해서 설법을 하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다,’
팔상성도가 있으면 12.5%,12.5% 완전히 해야 100%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이렇게 하면서 설법을 한다.
오늘 제가 강의를 한다. 어떤 식으로 강의하느냐?
그래서 제가 그 심정을 담아서 종경록에서 이 부분을 꺼내서
오늘 여러분께 소개시켜 드리는데 맹인이, 눈먼 사람이 코끼리 만지기하듯이, 잘 모르면서 화엄경을 강의하는 제 모습이 ‘맹인 강사구나. 여러분들은 맹인에다가 귀머거리 학인이시구나’ 서로 눈멀고 귀 먼 사람들끼리 뭉쳐서 코끼리를 논하는 오늘 강석이 되겠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코끼리 전체의 모습을 우리가 다 나타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코끼리 다리를 만졌든지, 눈을 만졌든지, 귀를 만졌든지, 코끼리가 아닌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우리가 화엄경을 하면서 내용을 알든지 모르든지 전부 화엄경 속에 살고 있다. 이해가셨는가?
그래서 너무 감동스러워서 종경록의 이 구절이 문득 생각나서 다시 여러분하고 같이 읽어보기로 했다.
저 혼자 보는 것은 한 30점밖에 안 된다.
오늘 여러분께 나눠드렸기 때문에 100점이다.
이해하고 못하고는 따지지 않는다.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는가? 자 그러면 강의 시간도 있으니까 쭉 한글로 읽겠다.
그래도 되겠는가? 한문으로 같이 할까? 한글로 하자.
대반열반경 36권 중에서 30권에 나온다.
열반경에는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온다. 사자후 보살품에도 좋은 얘기가 많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왕이 한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한 마리의 코끼리를 끌어다가 맹인들에게 보이시오.’
그러자 그때에 대신은 왕의 명을 받고서 맹인들을 많이 모으고 코끼리를 보였다. 그때에 그 맹인들은 저마다 손으로 만져 보았다.
맹인은 전부 우리다.
대신은 즉시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신(臣)이 벌써 다 보였습니다.’
맹인이 볼 수 있기는 뭘 볼 수 있는가? 그래도 보여줬다고 한다. 화엄경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화엄경을 듣고 보고한다, 그런 것이다.
그러자 대왕은 이내 맹인들을 불러서 각각 물었다. ‘너희들은 코끼리를 보았느냐?’ 맹인들은 저마다 말하였다. ‘저희들은 다 보았습니다.’
꼴값한다고 그런다. 보기는 뭘 보는가? 제대로 본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들, 남하고 소통이 잘 안 되는 사람들, 특히 그런 스님들 특징이 뭐냐면, ‘나는 깨달았다’ 그런다.
‘나는 깨달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물이 제일 넓은 줄 안다. 제 딴에는 깨달은 것이 맞다.
‘깨달았다’이러면 ‘와 맞다 니 깨달았다. 나도 깨달았다’ 하면서 참깨 하나 딱 달아 버리면 된다.
왕은 말하였다. ‘코끼리는 어떠한 종류더냐?’
그러자 그 어금니를 만진 이가 곧 말하였다.
‘코끼리 형상은 마치 무 뿌리와 같았습니다.’
그 귀를 만진 이가 말하였다.
‘코끼리는 마치 키와 같았습니다. ’
그 머리를 만진 이가 말하였다.
‘코끼리는 마치 돌과 같았습니다.’
그 코를 만진 이가 말하였다.
‘코끼리는 마치 절굿공이와 같았습니다.’
그 다리를 만진 이가 말하였다.
‘코끼리는 마치 나무절구와 같았습니다.’
그 등을 만진 이가 말하였다.
‘코끼리는 마치 평상과 같았습니다.’
그 배를 만진 이가 말하였다.
‘코끼리는 마치 항아리 같았습니다.’
그 꼬리를 만진 이가 말하였다
‘코끼리는 마치 줄과 같았습니다.’
선남자야, 마치 저 맹인들이 코끼리 몸을 설명하지는 못했으나 또한 설명하지 못한 것도 아닌 것과 같다.
이러면 좀 이해가 될 것이다.
만약 이 뭇 모양이 모두가 코끼리가 아니라면, 이것을 떠나서 그밖에 다시 별도로 코끼리가 없느니라.
선남자야, 왕은 여래ㆍ응공ㆍ정변지에 비유하였고, 대신은 방등ㆍ대열반경에 비유하였고, 코끼리는 불성(佛性)에 비유하였고,
“불성을 네가 아느냐?”
“이것이 불성입니다. 저것이 불성입니다.” 이러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불성이 있는 것이다.
제가 어느날 이랬다. 제가 지금도 모르는데 어릴 때는 뭘 알고 강의를 했을까? 제가 92년도부터 강의를 했으니까 올해로 이십 한 사오 년, 삼십 한 사오 년 계속 강석에 있는데 30년 넘도록 강의를 하면서, 지금도 모르는데 그때는 어떻게 했을까? 어른스님한테 “지금도 그런데 그때 어릴 때는 어떻게 가르쳤는가 모르겠네요.” 하니까 “그때는 그때만큼 알았다.” 그때는 그때만큼 이해했다는 말씀이다. 그러니까 옆에 어른스님들이 계시면 탁 답이 확실하다.
맹인은 모든 무명(無明)의 중생에게 비유하였느니라.
이 모든 중생들은 부처의 설명을 듣고 나서,
어떤 이가 말하기를 ‘빛[色]이 곧 불성입니다.
왜냐하면 이 빛이 비록 사라지기는 하나 차례로 서로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위없는 여래의 32상(相)을 얻게 되셨으니, 여래의 항상한 빛입니다. 여래의 빛이란 언제나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니, 이 빛을 말하여 불성이라 합니다.
빛은 색 물질을 말한다.
마치 진짜 금이 형질은 비록 옮아 변하나 빛은 언제나 달라지지 않아서 때로는 팔찌가 되기도 하고 대야가 되기도 하지마는 그러나 그 황색은 처음부터 바꿔지지 않는 것처럼, 중생의 불성도 이와 같아서 형질은 비록 덧없기는 하나 빛은 항상 합니다. 이 때문에 빛을 말하여
빛이라하니 좀 이상하다. 색을 말한다.
불성이라 합니다.’라고 하였으며, 수(受)ㆍ상(想)ㆍ행(行)ㆍ
식(識)까지를 말하면서 불성이라 하였다.
또 어떤 이가 말하기를 ‘음(陰)을 여의면 나[我]가 있으므로 내가 불성입니다. 마치 저 맹인들이 저마다 코끼리를 말하면서 비록 진실은 얻지 못했으나 코끼리를 말하지 못한 것도 아닌 것처럼, 불성을 말하는 이도 이와 같아서 곧 6법(法) 그것이 아니면서 6법을 여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이 때문에 나는 중생의 불성은 빛이 아니로되 빛을 여의지도 않았고,
그래 반야심경에는 뭐라고 하는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로다.
내지 내가 아니로되 나[我]를 여의지 않았다고 말하느니라.
시간이 있으면 상락아정(常樂我淨)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면 좋지만, 그냥 넘어가겠다.
선남자야, 여러 외도들이 비록 내가 있다고 말하나 실은 내가 없느니라. 중생의 나[我]란 곧 5음(陰)이니, 5음을 떠나서 그밖에 다시 별개의 나는 없느니라.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해서 모두 공이지만,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
수상행식(受想行識)도 역부여시(亦復如是)니라.
반야심경을 이해하면 충분히 아는데 그러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얘기를 우리는 글줄 몇 개 안다고 아는 ‘책’한다.
선남자야, 마치 줄기ㆍ잎ㆍ술ㆍ받침이 합쳐서 연꽃이 된 것과 같아서, 이것을 떠나서 그 밖에 다시 따로의 꽃은 없느니라.”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여러 외도들은 어리석기가 어린아이와 같다. 슬기와 방편이 없는지라 항상과 무상ㆍ괴로움과 즐거움ㆍ깨끗함과 더러움ㆍ나[我]와 무아ㆍ목숨과 목숨이 아님ㆍ중생과 중생이 아님ㆍ진실과 진실이 아님ㆍ존재와 존재가 아닌 것을 분명히 알지 못하느니라. 불법 중에서는 조그만 허망으로라도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이 있다고 헤아리면 실로 상ㆍ낙ㆍ아ㆍ정을 모르는 것이다.
마치 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이 우유 빛깔을 모르는지라 다른 이에게 물은 것과 같으니라.
‘우유 빛깔은 무엇과 같습니까?’
그러자 다른 사람이 대답하였다.
빛깔의 희기가 마치 조개와 같습니다.’
맹인이 다시 물었다.
‘이 우유 빛깔이란, 마치 조개의 껍데기 같은 것입니까?’
‘아닙니다.’
‘조개의 빛깔은 무엇과 같습니까?’
‘마치 쌀죽과 같습니다.’
맹인이 다시 물었다.
‘우유 빛깔의 부드러운 것이 쌀죽과 같습니까? 그러면 쌀죽은 무엇과 같습니까?’
‘마치 내리는 눈과 같습니다.’
맹인이 다시 물었다.
‘저 쌀죽의 찬 것이 마치 눈과 같습니까? 그러면 눈은 또 무엇과 같습니까?’
‘마치 흰 고니와 같습니다.’
나면서부터의 맹인은
한 번도 못봤기 때문에, 어떤 비유를 했다 해도 모르기 때문에, 미국에 안 가 봤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은 미국 모르잖는가. 책을 아무리 봐도 모르잖는가.
그러니까 이것을 ‘여인(如人)이 음수(飲水)에 냉난(冷煖)을 자지(自知)라’ 하듯이, 고기가 물을 먹어보고 차고 더운 것을 고기 스스로 안다 하듯이, 깨달은 사람은 말로 전할 수 없지만, 아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 이야기들이다.
비록 이러한 네 가지의 비유를 들었다하더라도
말은 잘한다. 입만 살아서. 그러나
끝내 우유의 참 빛깔을 알게 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외도들도 그러하여 끝내 상ㆍ낙ㆍ아ㆍ정을 알지 못하느니라.
진짜 색을 모른다. 외도들은 입만 떼면 거짓말을 한다.
선남자야, 이런 이치 때문에 나의 불법 중에는 진실한 진리가 있지마는 외도(外道)의 것이 아니니라.”
진실한 진리란 종경(宗鏡)의 돌아갈 바이다.
진실한 진리라고 하는 것은 진실제(眞實際)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궁좌실제중도상(窮坐實際中道床)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뭐냐? 종경(宗鏡)에 돌아갈 바이다.
종경(宗鏡) 가장 훌륭한 거울, 종경을 일심(一心)이라고 한다.
종경(宗鏡), 가장 훌륭한 거울, 근본 종(宗)자이잖은가. 마루 종자 최고 무상정도(無上正道) 그것을 종경(宗鏡)이라고 한다.
우리 마음의 손바닥, 손톱만한 작은, 손톱도 아니고 좁쌀 만한 거울이 하나 있다. 그것을 고경(古鏡)이라고 한다.
옛 거울.
천 년 만 년이 지나도 앞뒤 툭 뚫어져서 모든 것을 앞 뒤로 다 비추는 것. 내외를 비추는 것이다.
듣고 깨치지 못한 때에 믿고 알지 못한 이는, 온갖 설법이거나 스스로의 수행이 모두 생멸에 굴복하는 문을 이루고 생멸 없는 구경(究竟)의 도에 들지 못한다
듣고 깨치지 못한 때에 믿고 알지 못한 이는, 말을 하든지 행을 하든지, 신구의 3업이 전부 생멸에 굴복하는 생멸문이 되고, 결코 생멸이 없는 진여문 불생불멸의 진여문의 구경열반의 도에는 들지 못한다.
자, 오늘 진도 나가겠다.
오늘은 가지고 계신 교재 373페이지(민족사刊 제3권) 지일체처회향 할 차례다.
|
첫댓글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 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