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인생-리밍의 눈물을 보다
오래전부터 중국어를 익히겠다 다짐했으니
20여년전 조금 익히고 난 후 운남성을 답사하리라 계획을 세우다 5~6여년전 쿤밍까지 5시간 비행기를 타고 대리까지 2시간 버스를 타고 하루 쉬어 운남성 리장
고성을 5시간 버스를 타고 가 답사하게 되었다. 다녀온 후 언뜻 다큐가 보여 주시하니 길위의 인생-리장의 눈물이었다.
내 시각은 잘살고 못사는 경제나 풍요의 문제가 아니다
부부의 소중한 가치,가족의 절대적 의미-나는 운남성
그 모진 환경에서 서로의 믿음을 바탕으로 꾿꾿히 살아가는 그들이 성자들의 모습으로 보였다.우리나라의 60년대의 어쩌면 낙후된 모습이나 나는 리롱과 그의 아들의 분신이 되어 이 다큐를 보니 우리의 근대 역사였고
나의 60년대 분신이었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50여족이 넘는다.
고유의 풍습이 있어 타 소수민족과 결혼을 피하는 풍습이나 근래 젊은이들 사이에는 조금 변했다는 생각도 든다. 가진것 없는 리롱이 처가집에 얹혀 사는 모습은
우리시대 젊은 남자가 처가댁에 얹혀 사는 경우와 비슷했다. 조금은 무시받고 조금은 서러운 사위의 고뇌.
젊은 부부가 큰 재산은 없어도 서로의 소중한 신뢰를
가꿔가며 마지막까지 숨죽여 가며 시아버지의 확답을
받는 과정은 다큐 이상의 감동을 준다.
서투른 중국말을 써가며 운남성 10일을 답사하는 여정은 힘들었지만 내 히말라야의 감동과 더불어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장구한 협곡과 옥룡설산,그리고
이장과 차마고도로 대표되는 운남성,인상여강이란
대공연등이 다큐에 그대로 잡혀 나레이션과 배경음악을 더하니 한 작품 이상의 큰 울림을 주었다.가족이란
무엇이며 그 애증의 시간이란 또한 무엇인가.가족과
애증, 또다른 반추의 시간이었다. 나는 떡을 쪄 조청을
발라 공양하며 상념의 깊이를 더해 갔다.조청인지 눈물인지 콧등을 시치니 끈적거렸다.
못사는 것이 죄가 아니다.
형제와 가족이 화목하지 못한 것이 죄다.
옛날의 풍습상 타 민족과의 혼인을 배척하던 어른들이
어린 손자의 모습을 보며 고뇌어린 눈씨울속에 며느리와 손자를 수용하는 그 모습은 가족이란 혈연이 아니면
일어날수 없는 근현대의 농촌 모습이다. 옥룡설산과 호도협을 끼고 도는 영상,그리고 차마고도의 마부등
바로 얼마전까지도 실행됬던 나시족과 백족의 생활은
이제 꿈인듯 멀어지고 현되화되고 도시화된 삭막한
콘크리트,자동차 문화에 덮혀 그 정감어린 세계를 자꾸
자꾸 심상에서 그리는 버릇만 커져갔다.
우리 60년대
6.25가 터진후 십여성상이 지나 우리 모두 허리를 졸라매고 소를 몰고 밭을 갈았으니 50여년이 지나 다큐에서 보는 영상미는 추억이고 그리움이었다. 지난 가난과
막막함을 모르면 어리석음이지, 결핍속의 지난 우정과
비벼댐을 잊으면 안되지. 서너시간 칡을 캐 나눠 먹고
입에 향이 배도록 아카시아꽃을 따 먹고,목욕을 하다
물을 실컷 마셔댔고, 가진 것 없고 자랑할 것 없었지만
그 작은 일상에 기뻐했던 그 시절이 있어 우리 노년은
슬프지 않다.자동차가 지나가면 경유 매연도 모르고
꽁무니 매달려 따라가다 떨어지고,길에 세워진 자전거를 타고 배우다 주인 면서기가 와 된통 혼나던 그 때
그 시절이 영상에 그대로 잡혔던 것이다.
각설하고 호도협 진사강(장강)을 굽어 보며 밭을 가는 아버지. "아버지,저와 며느리 왔어요!" 아버지의 미간에 수많은 과거와 역사가 맫혀 있었으나 어린 손자를 보는 순간 타 소수민족 며느리가 문제가 아닌 스스로의 협량을 탓하며 기꺼이 아들 가족을 맞이하며 만찬을 이어가는 모습은 이 다큐의 대미다.그래 남남간 만난 부부도 서로를 끝까지 소중히 여기고, 살아 있는 가족들이 지나온 애증의 여정을 모두 허공에 날리고 호도협에 쏱으며 우리는 가즉이다라는 명제로 대가족 모두 일어나서
"건배!" 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 작은 다툼은 제껴 놓고
큰 화목으로 귀결지으라는 부처님의 자비의 모습,
비로자나부처님의 광명 선언인 것이다.
산하가 아름답다.
우리의 산하요,중생의 국토요 부처님의 세상인 것이다
그 어렵고 모진 현실에서 가족이 되어 작은 연유로 서로 배척하고 시샘한다면 어찌 시골 집 마당에서 대가족이 모여 "우리 모두 이제 한 가족이다,건배!" 이런 거룩한 함성이 어떻게 옥룡설산 자락을 울렸으랴.작은 갈등은 내가 덮어야 한다. "그래,내가 미안하다,그래 내가
좀 성급했다, 그래 내가 잠깐 착각해 헛소리 했어,미안해" 이것이 성자요,보살이다. 이것이 선지식이요 대승의 길을 가는 수행자다.
남해안에는 태풍으로 피해가 크다는 뉴스다.
대전은 가랑비 24시간 오다 이제 맑은 대기로 우리를
더욱 싱그러운 초가을로 초대했다.
리밍의 눈물, 그것은 그리움이다 축복의 눈물이다.
호도협 빙하가 크게 귓전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