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대구 달서구 달서경찰서 별관 3층 옥상에 슬레이트로 올려진 옥탑 사무실. ‘수사본부’라고 적힌 출입문 표지판에는 먼지가 소복하다. 5평 남짓한 사무실 안에는 달서구 와룡산이 찍힌 커다란 전경(全景)사진 한 장과 자물쇠가 굳게 잠겨 있는 캐비닛 6채, 그리고 직원 2명이 말없이 있었다. 단일사건으로 연인원 32만여명이라는 최대 인원이 동원됐던 ‘성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수사본부의 현재 모습이다.
1991년 3월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 실종, 11년6개월 만인 2002년 9월 앙상한 뼛조각으로 돌아온 고(故) 우철원(13·당시 나이)·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9)군.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다섯 어린이는 15년여 ‘미궁(迷宮)’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3월 26일이면 사건의 공소시효까지 만료된다. 앞으로 230여일. 개구리 소년에 대한 이 사회의 ‘부채(負債)’는 그 후에도 계속 유효할지 모른다.
수사본부 박정철(39) 경장은 “한 달에 1∼2통 걸려오던 장난전화마저 끊겼다”며 “평생 죄지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정도로 다섯 아이의 눈망울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박 경장은 소년들 유골이 발견된 때부터 3년이 다 되도록 수사본부를 떠나 본 적이 없다. 발견 당시 5개월여 동안 퇴근은 고사하고 세수 한번 제대로 못했다. 실낱 같은 제보가 오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부터 제주도, 남해의 이름 모를 섬까지 뒤졌다. 박 경장은 “그래도 제보가 들어와 희망에 부풀 때가 좋았다”며 “공소시효가 끝나 수사본부가 해체되더라도 끝까지 계속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 2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달서경찰서 별관 3층에 위치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수사본부'앞. 직원 한명이 걸어 나오고 있다. 초라해진 수사본부에는 사람의 발길조차 뜸하다. /이재우기자 | |
김시형(54·대구 중부경찰서 형사계) 경사. 유골 발견 전에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산과 골목길, 하천은 물론 하수구 구멍까지 헤집고 다녔다. 와룡산을 11등분으로 나눠 3년여 동안 ‘땅 따먹기’하듯 매일 산에 오르기도 했다. 경북대 법의학팀 감정 결과 아이들의 사인(死因)이 ‘타살’로 밝혀졌을 때 김 경사는 ‘실현되지 않은 정의감’으로 부르르 떨기도 했다. 정년퇴직이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김 경사. “살아있기를 바랐던 나로서는 사망과 타살 모두 믿기 어렵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2일 오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찬인이네. 입구에는 박스와 폐지(廢紙)가 수북했다. 어머니 김임자(34)씨와 할머니 김말순(80)씨가 주워 모은 것. 수입은 하루 1만원 정도. 최근 찬인이네의 생계수단이다. 4개월 전 운영하던 가내(家內) 섬유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폐지수집으로 연명하고 있다. 방세도 1년이 넘게 밀렸고, 찬인이를 찾으러 전국을 쏘다니느라 빚도 3000만원 졌다. 어머니 김씨는 “굶어 죽더라도 찬인이가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아들 사진을 끌어 안았다.
종식이 어머니 허도선(50)씨는 요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전화조차 피한다. 어렵게 연결된 전화에서 허씨는 “자식도 잃고, 남편도 잃고 나니 모든 것이 싫어진다”고 했다. 아버지 김철규(49·당시 나이)씨는 2001년 간암으로 아들 뒤를 따라갔다.
2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와룡산 기슭 유골 발견 현장. 빛 바랜 폴리스라인과 가로등 하나가 ‘개구리 소년’ 5명의 해맑은 미소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듯했다.
2005년에 쓴 기사인데 이미 4년이 흘렀다..최근 이를 영화화한다는 것도 봤는데. 이들이 생존해있다면 20대후반이상이었기에 많이 기억속에 묻혀있었을거라 본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사라지고 나서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수사에 진전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타살일까(타살후 매장등으로 증거인멸) 사고사일까 아님 외계납치라도 당한건가..미스테리로 남는 기사를 다시 꺼내본다
첫댓글 저는 개인적으로 살해한 뒤 유골은 한참 뒤에 발견 현장에 유기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다섯의 얼굴....사건은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져도 어쩌나요. 제 머릿 속에는 기억되어 있는데 말이죠. 96년 초였나....정확한 년도는 모르겠는데... 모 사단 포사격 훈련중 실수로 개구리소년이 죽임을 당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암매장했다는 유언비어가 있었는데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나 모르겠네요....이 설은 나름 황당하지만 96년에 저는 어렸기에 나름 호도 됐었다는..ㅎㅎ 암튼.....다섯아이들. 모쪼록 한 풀고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랄 뿐입니다.
개구리소년 공소시효만료가 얼마 안남았군요..영원히 미궁속에 빠질수도....
훌천에서 훌짓하고 있을수도 ㄷㄷ
부채 전단지, 냉장고용, 갖가지 비품에 부착되던 개구리 소년 사진들. 제일 기억에 남는것은 실종 후 얼마뒤에 그 소년중의 친구가 찢어지는 고함소리를 암매장산에서 들었다는것, 실종 하루뒤, 한 소년이 전화를 했었는데 "엄마"하고 울먹이면서 끊었단 것...이런게 기억에 남네요.(너무 예전이라서 정확한 기억인지능...) 여튼 그 정황을 볼때 금방 살해된 후 암매장된걸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