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산일출봉 근처 광치기해변 도로 맞은편 대형 유채밭 주차장(인라인 자주 타는곳)에 차를 대놓고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을 따라 걸어서 갑문교를 지나 돌아오는 다소 긴 노선을 목표로 했으나, 계획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완이가 아침샤워 후 잠이 들어버려서 억지로 깨운 뒤 차에 태웠더니 영 잠에서 깨어나질 못합니다.
완이의 감각방어 기전이 갑자기 예전으로 돌아가서 까닭모를 놀람반응이 거의 원시반사 수준이라, 이를 소거하기 위해 오늘 처음 아드레날옵티마이저 보충제를 추가해서 먹였더니 그대로 잠이 되어 버렸습니다.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과도하게 뿜어대는 아드레날린을 안정화시켜주는 보충제이니 완이의 방어기전과 불안에 딱 적합해 보입니다.
갑문교는 성산일출봉에서 종달리로 가는 해안도로로 가기위한 필수관문입니다. 거길 지나면 큰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여기에서 성산포구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잠에 빠져든 완이를 놔두고 30분 정도 걷기에 딱 적합한 코스. 성산화물선 포구 방파제길이 항구와 맞물려 볼거리도 많습니다. 예전에 성산일출봉 올 때마다 '오조해녀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그 때하고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습니다.
혹시라도 완이가 깰세라 문열지 못하게 잠금장치를 해놓고 셋이서 성산포구를 걸으며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우도풍경과 긴 방파제길, 등대 등의 풍경을 즐깁니다. 얼마 전에 오른 지미봉도 가깝게 보이고, 지미봉에서 내려다 보았던 그 풍경 속에 우리가 들어있습니다.
방파제 담 위로 걷기위해 올라가거나 내려와야 할 때는 계단이 없으니 알아서 올라가고 내려와야 하는데 태균이 폼이 어찌나 웃긴지 거의 코메디급 동작이 나옵니다.
둘이 형제처럼 걷는 것도 보기좋고, 태균이와의 거리가 좀 멀어진다싶어 제가 가던 길을 멈추면 준이가 바로 '태균아 빨리 와!'하면서 저대신 소리칩니다.
오늘 감탄한 것 중에 하나!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이 급해져 좀 빨리 걸어 오다보니 태균이가 멀찌감치 오는 것을 놔두고 주차장 쪽으로 와버렸는데, 완이는 아직 자고 있고. 준이를 차에 태워놓고 화장실다녀왔는데도 태균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성산포구에서 주차장으로 오려면 종달리가는 해안도로 훨씬 전에서 '오조해녀의 집'쪽으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아뿔싸 화장실 급한 마음에 챙기질 못했습니다.
분명 해안도로 쪽으로 쭉 직진해서 갔을 것 같아 빨리 쫓아가 보려던 찰라, 주차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태균이를 보니 반가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오조해녀의 집'쪽으로 좌회전은 놓쳤으나 해안도로까지 갔다가 종달리 쪽이 아닌 반대편으로 정확히 방향을 잡고 제대로 찾아온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해안도로에서 좌회전 한번, 갑문교로 향하는 큰 길에서 다시한번 좌회전해서 2-300미터는 걸어와야 하는데 정확히 찾아온 것보니 역시 방향감각과 길눈은 최고!
4시간을 내리 잠잔 완이도 깨어나고, 상태가 훨씬 좋아보입니다. 진작에 먹일껄... 완전히는 아니지만 훨씬 나아진 태도가 다행이다 싶습니다. 얼마나 깊이 잤는지 입가 양 옆은 침자국이... 그것도 귀여워 보이네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 행군. 유채밭길부터 걸어보는데 조만간 또 여기도 엄청난 제주도 풍경이 될 듯 합니다. 벌써부터 유채꽃이 꽤 많이 삐져나왔습니다.
본격적인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걷기,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는 호수같은 앞바다를 전체를 돌면 만오천보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조만간 꼭 해보아야 되겠습니다. 제주조개바당길이라고 명명되어진 이 길은 모든 길에서 성산일출봉을 바라볼 수 있는데다가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야생의 지대들이 연속으로 펼쳐져 늘 궁금해했던 길의 발견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호수같은 바다의 바닥은 거대한 빌레! 맑은 물길 속에 마치 자갈시멘트가 발라져 있는 듯한 천연콘크리트! 높은 방파제길 한쪽에 바다 쪽으로 다리를 내리고 걸터앉아 간식도 먹고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취해 넋을 놓고 풍경때리기도 했습니다. 높은 방파제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려는 완이의 작은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래도 변죽만 울리니 다행입니다.
첫댓글 오늘도 눈으로 호강이 넘칩니다. 성산일출봉의 마지막 사진을 복사 눌러 보기도 했습니다.^^
완이의 입술이 많이 나은듯 보입니다.
태균혐님 없는 준이가 상상이 안됩니다.
태균아~~가 아닌
형님!으로 호칭을 바꾸도록 수백번이라도 연습시켜 주세요.
나이로 따져도 이름을 부를 입장이 아니네요.
태균씨는 어떤 처지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듯 싶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완이가 언제까지 머무를지 모르지만 하루빨리 안정된 패턴을 찾았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