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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러 와서 겨울을 나자면 무엇보다 난방을 어찌할까 제일 걱정된다. 지역난방이니 도시가스니 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을 것이요, 그렇다고 기름 보일러를 때자니 만만치 않은 기름값이 버겁다. 황토 온돌방을 꿈꿔보지만 아궁이 연기도 눈물나는 일이요, 그 많은 땔감을 구하는 일이며 매일 두서너 시간씩 불 때는 일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짐승은 털옷으로, 뱀은 땅속 흙옷(?)으로 겨울을 지내건만, 사람은 달랑 맨살 껍데기뿐으로 지상에 살다 보니 황량한 겨울 바람을 옷으로, 집으로 막고 지내야 하니 어찌하랴. 그런데 사람도 땅굴을 파고 들어가면 14℃ 이상의 지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동굴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중원에 속한 시안(西安) 지방의 응달에는 수많은 백성이 땅굴 속에서 살아간다고 들었다.
사실 인간은 지구상에 출현하면서부터 자연 동굴을 집으로 삼는 혈거(穴居) 생활을 했다. 인류사에 가장 유명한 혈거 유적은 구석기시대 중국 화북지방의 주구점(周口店)이다. 비바람과 추위를 막고 맹수의 습격을 피하는 데 자연 동굴은 훌륭한 집이었다. 그런데 그 희소성과 집단주거의 필요성 때문에 신석기 시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인공 동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문명이 발달하며 인간들은 굴에서 나와 지상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인간은 따스한 지열을 포기하고 땅위로 올라와서 살면서부터 난로를 만들고 그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단열재로 집을 지었으나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 게다가 양옥집에 오래 살면 외부 기운을 막고 사니 몸과 마음이 답답하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자연과 격리되는 정도가 클수록 더 많은 돈을 잃고 건강도 잃기 마련이다.
통나무집은 괜찮을까?
나무는 여름과 겨울이 뚜렷하지 않고 늘 기온이 비슷한 지역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수축, 확장을 반복하므로 틈이 생기고 삐그덕거린다. 나무가 흙보다 견고한 듯 보이지만 세월이 갈수록 나무는 썩거나 사그라지고 덩달아서 흙은 옹기처럼 굳어버려 숨을 쉬는 기능을 잃는다.
그래서 방습도료, 방염, 색소 등을 겹겹 칠하여 문제점을 보완한다. 이렇게 하면 재료값도 값이려니와 보기에만 나무지 나무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므로 손바닥을 대어도 따스한 온기가 없다. 그건 이미 죽은 것이며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재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토담집의 난방 시스템
먼저 흙벽이 제 효과를 내자면 두께가 40센티미터 이상 되어야 한다. 여름철에는 한낮의 더운 기운을 흙벽이 흡수했다가 서서히 식혀주고, 밤의 찬 기운은 서서히 통과시켜 다음날 낮에 방안의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여름, 겨울의 극심한 기온 차이를 봄, 가을이 완충작용을 하듯, 흙(벽)이 기온 차이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외부의 기온 차를 조절하더라도 영하 20℃까지 내려가는 겨울에는 실내 난방 장치가 필요하다.
난방의 비교 우선 ㉠, ㉡과 같은 입식 난로는 열손실이 많다. 더운 공기는 위로 뜨는 원리에 따라 천정 부근만 덥히기 때문이다. 입식 주거문화에 맞는 난방방식이다. 오랫동안 이런 난방생활을 하면 하지가 냉해지고 열기가 상부머리에 치밀어서 성격이 조급해지고 호흡이 답답해져서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고 자꾸 돌아다니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우리 좌식 생활에는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이다.
입식문화는 열의 낭비가 많으므로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육식을 주식으로 삼다 보니 이동형, 공격형의 생활이다. 반면에 좌식문화는 편안히 앉아 맑은 정신으로 생각(명상)하는 문화이므로 어머니 같은 포용적 생활 문화이다.
㉣과 같은 전통 민가의 부엌은 굴뚝으로 열손실이 많다. 아궁이와 구들고래는 열의 통과지역일 뿐, 열이 오래 머물기 힘든 구조이므로 구들장을 뜨겁게 하려면 다량의 나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단 구들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더라도 온기는 기껏 하룻밤 지나면 사라진다. 저녁에 불을 때고 자다 새벽녘에는 바닥이 식어 잠을 깬다. 그만큼 축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같은 황실구들은 솥을 거는 아궁이가 따로 없어서 열 손실이 훨씬 적다.
마지막으로 ㉢의 한증막은 아궁이와 굴뚝이 한 구멍이라 열이 돔형 함실을 빙빙 돌다가 억지로 밀려나오므로 가장 효율이 좋다.
이 한증막 원리를 응용해서 축열 효과가 탁월한 온돌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증막(숯가마)형 온돌 제일 먼저 부엌의 역할을 아궁이에서 가스레인지로 바꾼다. 아궁이를 바깥으로 빼서 솥단지를 걸어 화덕으로 쓰는 데서 열 손실이 많기 때문이다. 연기가 맵다고 굴뚝으로 빨리 내보낼 생각을 말고 연기 속의 열기의 소중함을 알아서 오래 품에 안고 머물도록 생각을 바꾸자.
이런 식으로 아궁이와 굴뚝을 실내에 두고 외벽을 두껍게 하여(50센티미터) 단열효과를 낸다.
아궁이를 없애고 구들장 대용의 타원형 공간 속에 나무를 넣고 불을 때면 열기가 치솟아 빙빙 돌다가 갈 곳이 없어 함실Ⅱ로 와서 반복해 돌면서 구들장 흙을 달구고 굴뚝을 통과한다.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불넘이구멍은 아궁이보다 높게 만들고 아궁이 단면적의 반 정도가 좋다.
함실Ⅱ에서 굴뚝으로 넘어가는 불넘이구멍은 주먹이 통과할 정도로 3∼4개 만든다. 첫번째 불넘이구멍보다 높은 위치에 두되 이것을 크게 만들면 열이 굴뚝으로 빨리 빠져버린다.
역류방지는 굴뚝에 달려 있다. 굴뚝이 외기에 노출되어 바깥 공기와 온도차이가 없어지면 아침에 불사를 때 미약한 연기가 굴뚝 속의 찬 공기가 내리미는 힘을 이기고 치솟을 수 없다.
부엌의 그을음이 보통 처음에 많이 나오는 이유도 그렇다. 고로 굴뚝 보온을 잘해서 겨울철 외기 온도와 굴뚝 연도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역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아침에 아궁이 문을 열고 굴뚝마개를 열면 더운 김이 쭉쭉 빨려 나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실내에 굴뚝을 설치하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처음 불을 지피거나, 알불(숯덩이)을 끄집어 내놓고 부침, 김구이, 오징어 구이 등을 할 때는 연기와 냄새가 실내로 퍼지므로, 아궁이 위쪽으로 난로 연통을 따로 만들어 놓으면 편리하다.
함실 천장을 수평으로 고르면 온돌 바닥이 되는데 열을 오래 간직하려면 흙바닥이 25∼30센티미터 정도 두께가 되어야 좋다. 이때 함실 천정이 타원형 모양을 이루는데, 사방 변두리 쪽을 그냥 흙으로만 메우지 말고 막돌을 성글게 쌓거나, 작은 항아리, 큰 맥주병, 연탄난로용 토관 등을 넣어 빈 공간을 군데군데 만들어 둔다. 이렇게 하면 축열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돔형 함실 만들기 온돌방 예정지, 즉 함실 만들 자리에 기소를 폭 50㎝에 1m 깊이로 파고 돌모래로 채우거나 콘크리트로 채운다. 그 위에 흙을 덮는다. 함실 바닥 불타는 곳은 흙을 깔아야 한다.
타원형 돔 중앙에 말뚝을 박고 판석·구운 흙벽돌을 원형으로 쌓는다. 이때 원둘레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앙 말뚝에 묶은 실을 돌려가면서 쌓는다. 다음 켜는 조금씩 안으로 물려 돌끼리 맞붙여 쌓고 외부는 40∼50센티미터 두께로 진흙을 이겨 다져 가면 무너질 염려가 없다.
장정 두 명이 하루에 도면처럼 지름 2미터, 높이 1미터의 함실을 완성할 수 있다. 참고로 비용을 뽑아 보면, 오지벽돌 600장×200원 12만원, 화강석판재(규격은 30×30×6㎝폭) 200장×3000원 60만원, 이렇게 해서 총 72만원이 든다.
중심부가 무너질 것 같아서 걱정된다면 중앙에 쇠 파이프를 세우고 상부에 5밀리미터 두께 철판이나 화물차 스프링을 놓고 쌓으면 안전한데, 나중에 흙이 굳어 옹기처럼 되면 쇠가 저절로 분리되어 떨어진다. 즉 무너지는 걱정은 경험이 없을 때의 기우일 뿐이다.
숯가마 법으로 함실을 만들 수도 있다. 돌이나 벽돌이 필요 없이 마른나무를 숯 연소실 모양대로 수직으로 꼭꼭 채워 세운다. 나무 끝을 모래로 채워 묘지 형태를 만든 후 보온 덮개를 씌우고 밭흙(찰흙)을 물을 섞지 않고 그대로 쌓으면서 진동기(Compactor)나 떡메, 또는 굵은 나무로 두께가 30센티미터 이상 되도록 단단하게 다진다.
아궁이로 불을 붙여 세운 나무가 다 타면 흙벽은 옹기처럼 굳어진다. 이때도 중심부가 아무래도 무너질까 겁나면 쇠 파이프를 중앙에 세우고 철판이나 자동차 스프링을 얹고 흙을 덮으며 다진다.
연기가 쑥쑥 빠지는 굴뚝 만들기 연도(굴뚝)를 집밖으로 내지 않고 실내에서 곧바로 지붕으로 뽑으면 굴뚝내의 온도가 외기보다 높게 유지되어서 연기 배출이 훨씬 잘 된다. 굴뚝 끝에는 평소에 닫아놓고 불을 땔 때만 열 수 있는 개폐장치가 필요하다. 굴뚝 끝에 원형 철판을 경첩으로 달아놓고 철사를 연결하여 실내 아궁이 옆에서 당기면 원형 철판이 열리도록 고안한다.
또 눈, 비나 역풍을 막도록 굴뚝 갓을 씌운다. 철판, 함석으로 지붕 형태의 갓을 만들어 씌우되 고정하지 말고 좌우로 움직이게 고안하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반대쪽이 열려 연기가 바람 방향으로 빨려 나가도록 한다.
철 구조물로 만드는 아궁이 흙벽을 쌓기 전에 구조물을 먼저 설치하고 난 다음 흙을 쌓는다. 흙벽에서 받는 하중이 크고 열도 많이 받으므로 하부 흙바닥 기소가 약하면 내려앉을 수도 있으니 기소를 단단히 다져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만일에 철판 두께가 너무 얇으면 엿처럼 휘는 수가 있으므로 맞는 규격(두께 5∼10mm)을 사용한다.
이상과 같은 구조로 온돌을 지어놓으니, 한 번 불을 때면 최대 2주일까지 온기가 남아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있고, 날마다 때더라도 전통 한옥에 비해 사분의 일 정도의 장작으로 난방을 할 수 있다. 난방이 필요한 겨울철을 넉 달로 치면 이 온돌은 총 한 달만 때도 겨울을 나는 셈이다. 나무도 절약하고 수고도 덜면서 훨씬 따뜻한 방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화종 - 강원도 원주 부근 산촌에 토담집을 직접 지어 살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토담집>(소명)을 펴냈다. | |||
글 가져온 곳 : 귀농통문 18호 / 2001년 여름
첫댓글 이화종님이 얼마전 펴내신 "벽난로 온돌방"이란 책을 참고하시면 누구든 이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구둘장을 놓아 보지 않아서 그림으로 이해가 안갑니다만 시도해 볼만합니다.
저희 집 구들이 이화종선생님의 벽난로 구들방입니다. 실제 설치 사진들과 설명글들이 '502번 글(2페이지)에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502번 글, 536번 글, 향유네 홈피...공부하라고 권할 것...( 이건 저만의 메모이구요.)...좋은 참고 포스트 고맙습니다.^^*
참으로 존경할 분이라 여깁니다. ()~
좋은 정보 ...감사하게 옮겨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