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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무장등 오르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이 길을 가면 어떨지 무서워 말라.
무서워하면 길은 없고, 발을 떼서 걸으면 그 한걸음이 길이 된다.
헤매지 말고 가라. 가면 안다.
――― 잇큐(一休, 1394~1481)
▶ 산행일시 : 2015년 8월 1일(토), 맑음
▶ 산행인원 : 26명
▶ 산행코스 : 연곡탐방지원센터, 평도 → 당재마을, 당재, 통꼭봉(904.7m),
불무장등(1,441m), 흰듬등(1,438m), 삼도봉(1,499m), 반야봉(1,732m),
중봉(1,732m), 묘향암, 이끼폭포, 심마니능선 망바위봉(1,379m), 1,316m봉,
722m봉 → 반선, 뱀사골주차장
▶ 산행시간 : 13시간 28분
▶ 산행거리 : 도상 18.8㎞
▶ 교 통 편 : 대형버스(45인승) 대절
▶ 구간별 시간
00 : 00 - 동서울 출발
04 : 00 ~ 04 : 10 - 연곡탐방지원센터, 평도(平道), 산행시작
05 : 05 - 당재(堂峙) 약간 위 능선마루
05 : 21 - 전망바위
05 : 37 - 통꼭봉(통꼭지봉, △905.7m)
06 : 15 - 902m봉, 조식
07 : 15 - 전망바위
07 : 55 - 불무장등(不無長嶝, 1,441m)
08 : 50 - 흰듬등(1,438m)
09 : 12 - 삼도봉(날라리봉, 1,499m)
10 : 07 - 반야봉(盤若峰, 1,732m)
10 : 32 - 중봉(1,732m)
11 : 04 ~ 11 : 28 - 묘향암, 중식
12 : 55 - 이끼폭포
14 : 28 - 심마니능선, 망바위봉(1,379m)
15 : 10 - 1,316m봉
16 : 45 - 790m봉
17 : 38 - 반선, 뱀사골주차장, 산행종료
1. 지리산 남부능선
▶ 당재(堂峙), 통꼭봉(통꼭지봉, △905.7m), 불무장등(不無長嶝, 1,441m)
연곡(燕谷)탐방지원센터 가기 전 평도마을 삼거리(┣자 갈림길)에서 당재는 오른쪽으로 가
는데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대형버스는 갈 수가 없다. 당재 바로 아래 농평마을까지 버스가
들어갈 수 있겠지 하고 느긋하리라 생각했던 발걸음이 갑자기 힘들어졌다. 평도마을에서 주
릉마루 안부인 당재까지는 줄곧 오르막길 2.6㎞이다.
별수 없어 걸어갈 수밖에. 아스팔트 포장한 대로다. 산자락 새벽인데도 시원한 기운이 전혀
없고 후덥지근하다. 멀리 담 넘어 개는 우리 기척을 알아채고 짖어댄다. 아무래도 복중 살아
남으려면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시켜야겠지 하니 개 짖는 소리에 더 덥다. 길섶 달맞이꽃에
곁눈질하고 지계곡 물소리에 귀 기울려 땀 식힌다.
가로등이 안내하는 등불 켠 산자락 펜션은 밤중에도 사뭇 이국의 풍경이다. 유럽 알프스의
산간마을을 연상케 한다. 알프스의 만년설 덮인 고봉 못지않은 광경이 펼쳐진다. 뒤돌아보거
나 산굽이 돌 때 마주보이는 왕시루봉이 반공을 차지하였고 그 실루엣 위로 블루문이 두둥실
떴다. 환영이 아닌 망외의 가경이다.
당치계곡 물소리 잦아들고 농평마을 가기 전 당재 아래 마을이다. 선두인 3명(제임스, 자유,
은하수)이 후미가 오도록 쉬어가자며 멈췄다. 우리(한계령, 산소리, 나)는 주릉마루에 어서
들어 일출의 역사를 보려고 계속 간다. 마을 윗녘을 돌아 산자락 가로등을 쫓았더니만 외딴
집이고 길은 끊겼다. 외딴집 뒤 밭두렁 지나서 풀숲 헤친다.
풀숲에는 새벽이슬이 비 온 것처럼 내렸다. 금방 바지자락 다 젖는다. 산기슭 누비다 개활지
무덤 위로 소로를 추려낸다. 사면 길게 돌아 주릉에 올라서고 당재에서 오르는 등로와 만난
다.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 기웃거려 목통골 건너 남부능선 위로 감도는 붉은 기운을 본다. 우
리는 하늘 트인 곳을 찾느라 쉬지 않고 간다. ‘(무섭게 생긴) 곰 출현지역’이라는 경고 안내를
감안하여 곰에게 겁주게 스틱 단단히 움켜쥐고서 간다.
(농평마을) 닭이 울어 아침이 온다. 심청이의 하소연이 나에게도 해당된다. ‘닭아 닭아 우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보이는 게 없어 막 가던 길이 날이 새면 환
히 보여 더욱 가파르고 몸 사리지나 않을까? 날이 새면 오늘 또 얼마나 찜통일 것인가?
2. 황장산(942.1m), 통꼭봉 오르기 전 전망바위에서
3. 남부능선, 왼쪽이 삼신봉이 아닐까?
4. 동 트는 남부능선
혹시 당재 점호 중에 우리 셋이 빠져 길을 잃은 줄 알고 걱정하지 않을까 한 우려는 딱 들어
맞았다. 대간거사 님으로부터 한계령 님에게 안부전화가 왔다. 통꼭봉이라 하여 안심하게 한
다. 통꼭봉 중턱쯤의 전망바위다. 남부능선 붉은 기운은 아까보다 한층 진해졌지만 해가 뜨
려면 아직 멀었다. 10분 정도 남았다. 좀 더 버티자 해도 모기가 몰려들어 어렵다.
금세 여러 방을 물렸다. 오르막 발걸음보다 모기 쫓아내려는 양팔 활갯짓이 더 힘들다. 산죽
숲 헤치는 게 모기 쫓기에는 아주 좋다. 이미 솟은 햇살로 어지러운 숲속 통꼭봉 정상이다.
통꼭봉은 ‘젖 한번 물려보지 못하고 어린 자식을 집에 두고 온 빨치산 여인의 통곡이 깃든 봉
우리’라고 한다. 사방 나무숲 둘러 아무 조망 없다. 낡은 삼각점은 재설하려는지 화강암 ┼자
방향표시를 갉아냈다.
통꼭봉 내려 통신기지국 시설을 지나고 바위지대 나와 서쪽으로 조망이 약간 트이지만 모기
등쌀에 쫓겨난다. 900m대 고지의 오르내리막이 심하지 않는 숲속 길이다. 이따금 대단한 산
죽 숲을 누빈다. 산죽 숲에서 발로 길을 찾다가 몇 번 엉뚱한 데로 빠지고는 납작 엎드려 산
짐승처럼 간다. 902m봉일까? 날이 훤하여 모기들의 준동이 약해졌다. 일행 기다릴 겸 아침
밥 먹는다.
길 좋다. 그러나 키 큰 산죽 숲을 안면 블로킹하고 뚫는다. 등로는 여태 잠잠하다가 일어선
다. 불무장등에 오르기 시작한다. 가파른 오르막의 산죽 숲과 덩굴나무숲을 포복하여 지난
다. 바람 한 점 없어 덥다. 비 오듯 땀을 흘린다. 이런 긴 오르막에서는 잔걸음 스텝을 규칙적
인 호흡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더러 헛발질로 흐트러지기는 하지만.
노송 아래 전망바위가 그야말로 오아시스다. 산첩첩 물겹겹 기경이 펼쳐진다. 하늘금 오른쪽
한편으로 백운산 상봉, 또아리봉, 도솔봉이 고성이고 형제봉에서 시루봉으로 삼신봉으로 영
신봉으로 치닫는 남부능선은 장성이고, 그 너머 우뚝한 천왕봉은 제국의 군주다. (상고대 님
과 나는 얼떨떨하여 천왕봉을 삼신봉으로 잘못 알았다).
목 추겼으니 다시 오른다. 가파름이 수그러들고도 한참을 간다. 하늘 좁게 트인 무덤 나오고
선걸음에 휴식한다. 숲속 초원의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걷기 좋다. 1,400m가 넘는 고지라서
인지 대기가 서늘한 한류다. 그리고 불무장등, 숲속 좁다란 헬기장이다. 정상주 탁주 맥주 분
음하며 오래 휴식한다.
5. 가운데가 황장산과 당재, 통꼭봉, 오른쪽은 백운산과 또아리봉, 왼쪽은 형제봉
7. 남부능선
8. 황장산과 당재, 통꼭봉
9. 왼쪽부터 백운산 상봉, 또아리봉, 도솔봉
10. 형제봉
11. 남부능선과 그 너머 천왕봉
12. 불무장등에서
▶ 삼도봉(날라리봉, 1,499m), 반야봉(盤若峰, 1,732m)
흰듬등 넘어 삼도봉 오를 때에는 국공이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시라 당부하고 불무
장등을 내린다. 흰듬등 가는 길도 좋다. 능선마루는 가기 어려운 암릉이라 사면이나 협곡을
지난다. 등로 살짝 벗어나 소로가 안내하는 바위는 경점이다. 장벽인 반야봉의 정상은 고개
를 뒤로 한껏 젖혀야 보인다. 흰듬등 정상은 큼직한 암봉이다. 오른쪽 사면 돌아 넘는다.
잡목 뚫고 암봉마다 들려 남부능선, 백운산을 보고 또 본다. 오르막 바위 슬랩을 직등하여 뒤
돌아서 지나온 능선을 장히 감상한다. 그리고 발소리 말소리 숨소리 죽여 암봉 암반인 삼도
봉에 오르고 뭇 등산객들과 얼른 섞인다. 오늘은 날이 맑아 삼도봉에서도 조망이 매우 좋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가던 걸음 멈추고 기념사진 찍는 포인트다.
자연 님과 산소리 님은 걸음이 여의치 않아 삼도봉에서 그만 화개재로 내려 뱀사골로 가고
나머지 모두 반야봉을 오른다. 야트막한 안부 지나고 사면 길게 돌아 ┬자 갈림길에서 노고
단을 왼쪽 길로 보내고 우리는 오른쪽 너덜성 바윗길을 오른다. 나무숲 벗어나거나 슬랩 오
를 때는 직사하는 땡볕이 숫제 따갑다.
삼도봉(또는 노루목)에서 반야봉이 꽤 멀다. 편도 도상 1.18㎞다. 더구나 가파른 바윗길이다.
화대종주는 반야봉을 들렸느냐 들리지 않았느냐를 구별해야 할 것 같다. 반야봉이 지리주릉
에서 벗어났다고 보아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이 험로의 준봉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싸잡아
화대종주를 논한다는 건 (지금 나와 함께 걷고 있는) 더산 님에게는 퍽 서운한 대접이 아닐
수 없다. 더산 님은 지난 6월 13일 오지산행 화대종주 때 반야봉을 들렸다!
등로 수놓은 갖은 야생화가 들여다보아 팍팍한 발걸음 달랜다. 일월비비추, 이질풀, 산구절
초, 참취, 어수리(?), 중나리, 산오이풀, 바위채송화 등등. 저 공제선이 반야봉 정상이려니 하
고 애써 다가갔는데 반야봉은 그 뒤로 멀찍하니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관목 숲 위로 머리
내밀고 땡볕 쬐며 걷는 것이 된 고역이다. 계단 오르고 바윗길 들어 반야봉이다.
지리십경에 왜 굳이 ‘반야낙조’를 들먹이는지 내 모르겠다. 낙조를 말이다. ‘반야조망’이라 하
면 안 되는가?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 더욱 그렇다. 사방 둘러 삼도의 모든 산봉우리가 다 내
발아래에 있다. 햇볕 가릴 그늘이 없지만 대기가 삽상하여 머무르기조차 좋다.
13. 남부능선, 삼도봉 오르면서
14. 불무장등, 그 너머는 백운산 연봉
15. 가운데는 황장산
16. 형제봉
17. 남부능선
18. 목통골과 그 주변
19. 남부능선
20. 삼도봉에서
21. 신예들, 왼쪽부터
22. 불무장등, 그 오른쪽 뒤는 왕시루봉
23. 불무장등, 그 오른쪽 뒤는 왕시루봉
24. 노고단
25. 천왕봉, 반야봉에서
26. 문바위등, 그 뒤는 왕시루봉
27. 반야봉에서
28. 반야봉에서
29. 장미와 우각 님(뒤)
30. 불무장등과 그 뒤의 백운산 연봉
▶ 이끼폭포, 망바위봉(1,379m)
반야봉에서 북진한다. 금줄을 넘는다. 예전에는 달궁이나 심원에서 반야봉을 올랐는데 지금
은 막아놓은 모양이다. 길은 좋다. 너른 헬기장인 안부를 지나고 약간 오르면 중봉이다. 중봉
정점에는 커다란 무덤이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 묘향암 가는 길이 일반등로처럼 훤하게 뚫
렸다. 지능선 잡아 완만하게 내리다가 가파른 사면 이슥 휘돌면 묘향암이다.
산속 암자(노란 색 슬레이트 지붕의 오두막집이다)의 고적한 맛이 없이 무허가 건물인 것처
럼 흉물스럽다. 다만, 샘물은 암자 왼쪽 옆 바위 아래 옥수로 찰랑찰랑한 호수(?)다. 수염이
길고 남루한 옷차림의 스님이 목탁 두드리며 예불하는 사이 우리는 암자 축대 아래 화장실
가는 풀밭 길에 자리 펴고 이른 점심밥 먹는다.
이끼폭포 가는 길. 가파르고 긴 내리막길이다. 오던 길로 사면 돌아 암자 채마밭 지나고 급전
직하 떨어진다. 돌길이 젖어 미끄럽다. 묘향암 오르는 등산객이 있어 이끼폭포가 어떻더냐
물으니 제법 볼만하더라고 한다. 절벽을 앞사람의 확보로 내리고 돌길 주춤주춤 간다. 쓰러
진 거목의 고사목을 기어 지나고 가파른 너덜사면을 트래버스 한다.
물소리 가깝고 곧 와폭 아우성하는 계류에 다가간다. 등로는 계류 옆으로 뚜렷하다. 계류 건
너고 건넌다. 중소대폭 계류에서는 산비탈 거슬러 올라서 멀리 돌아내린다. 이끼폭포. 이끼
도 실폭도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만한 비경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이 시간
에는 햇빛과 그늘의 명암이 너무 두드러져 사진 찍기가 어렵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쉽다.
이제 어디로 갈까? 이대로 뱀사골로 가겠다는 사람이 다수다. 심마니능선 망바위봉을 올라
그 능선 길을 가겠다는 사람은 겨우 7명이다. 나는 심정적으로 전자를 따르고 싶고, 제발 파
투나서 모두 뱀사골로 가는 편이 가장 좋은 모양인데 대간거사 님의 의견이 단호하다. 배신
자라는 의심을 살지도 몰라 ‘나두야 간다’ 하고 마지못해 후자 대열에 낀다.
내 이런 흐리멍덩한 자세이니 어찌 산행이 힘들지 않으랴. 7명의 이름을 명기한다. 나만 빼
고 새삼 독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간거사, 소백, 모닥불, 제임스, 무불, 은하수, 악
수. 오늘 산행뿐만 아니라 근래 산행 중 드문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이끼폭포에서 망바위
봉 오르는 길이 그렇다. 거리 1㎞, 고도차 450m. 인적 없는 생사면이다.
이끼폭포 절벽 오른쪽 가장자리를 인적 따라 비스듬히 오르고, 인적이 앞서가기에 좋아라 한
건 잠시다. 자갈더미 지나고 인적은 얼래, 옆길로 게걸음 한다. 생사면 잡목 숲과 덤불 헤친
다. 맨 앞장서서 길 개척하는 대간거사 님이 멈췄다. 독사가 길을 막고 있단다. 스틱으로 겁
을 주어도 비킬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걸 참아? 성질대로 하면 확 때려잡고 싶지
만 자연을 보호하잔다.
31. 이끼폭포
32. 이끼폭포
33. 이끼폭포
이래서 뱀사골이라 하나 보다 하며 뒤돌아 내렸다가 옆 사면을 치고 오른다. 수직사면이다.
암장에 달라붙듯 하여 잡목과 산죽을 그러쥐고 오른다. 금방 팔심이 부친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떼는 게 예사롭지 않다. 암릉 돌아가고 넘어진 고사목 비키는 것도 난관이다. 섣불리 머
리 위 바위 턱 잡으려다 똬리 튼 뱀 잡을까봐 겁난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 이를 하도 앙다물어 생니가 흔들거린다. 얼추 다 왔는가 경사가 약간 누
그러지고 선두가 쉬고 있기에 만세 부르려 치켜 올린 두 팔이 그대로 항복 선언이 되고 말았
다. GPS로 고도와 거리 측정한 대간거사 님 가로되 절반 정도 올랐다고 해서다. 무불 님이
나를 살린다. 나보다 먼저 다리에 쥐가 난 것이다.
사나운 등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여느 때는 사면을 종횡으로 누비며 두루 식생상태
(심마니능선이 아닌가!)를 살필 텐데 지금은 아니다. 한 걸음을 아껴 걷는다. 곁의 소백 님에
게 힘듦에 있어 화대종주 때의 천왕봉 오르기보다 절대 덜하지 않다는 데 즉각적인 동의를
얻는다. 망바위봉을 꼬박 직등한다. 널브러진다.
심마니능선 주릉은 등로가 뚜렷하다. 종점인 반선마을까지 내리막이 대세이지만 탕진한 기
력이 회복될지 의문이다. 망바위봉을 내리는 길이 산죽 숲 가르마로 났다. 산죽 훑으며 제동
한다. 1,258m봉을 망바위봉 내린 추동으로 쉽사리 넘고, 1,316m봉 오르막에서 겔겔댄다.
풀숲에 울퉁불퉁한 바위가 가려져 있어 걸음걸음이 조심스럽고, 오르막에 힘을 쓰니 오금에
쥐가 난다. 심줄이 끊어질 듯 아프다.
주저앉아 다리 주물러 진정시키고 나서 엉금엉금 오른다. 이번에는 제임스 님이 나와 동보동
행 한다. 그도 다리에 쥐가 났다. 무불 님 다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축척 5만분의 1인
지도에는 1,316m봉 넘어 그저 완만한 내리막이지만 2만 5천분의 1 지도에서는 아니다. 봉
봉을 가파르게 오르고 내린다. 1,094m봉, 988m봉, 무명봉(790m), 722m봉을 넘어야 한다.
등로는 점점 흐려지고 능선마루금 붙들기가 어려워진다. 988m봉 내리다가 오른쪽 사면을
질러내리는 길이 있어 주르륵 따라 내리다가 아차 하고 뒤돌아 오르고 생사면 길게 트래버스
하여 주능선 잡는다. 722m봉을 넘고서 능선은 드디어 맥을 놓는다. 피서객들 물놀이하는 즐
거운 소리가 들리고 반선마을이 가까웠다.
곧장 마루금 타고 반선마을로 내리는 건 국공에 실례다. 대간거사 님이 미리 오른쪽 사면을
치고 내려 주변의 동태를 살핀 다음에 내린다. 주차장 가는 길 뱀사골계곡이 만원이다. 계류
는 사람으로 도로는 차량으로 인도는 근처 음식점에서 깔아놓은 유료자리로 만원이다. 주차
장 다리 건너기 전 가게 평상에서 먼저 도착한 상고대 님과 스틸영 님이 냉맥주 들고 우리를
맞이한다. 악우애 섞은 그 한잔에 여태 피로가 씻긴다.
34. 산구절초
35. 어수리(?)
36. 중나리
37. 일월비비추
38. 일월비비추
39. 반선마을에서 바라본 심마니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