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유럽 변리사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유권자의 72.2%가 국민투표에 참여해 51.9%의 찬성으로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17년 3월 29일 영국 정부는 리스본조약(Treaty on the European Union) 제50조를 발동해 2019년 3월 29일 최종탈퇴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본 기고문에서는 영국이 EU를 최종탈퇴하게 되면, 지적재산권분야에는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간략히 전망하고자 한다.
1. 유럽 특허조약(European Patent Convention) 및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net Court)
유럽 특허조약은 EU의 법률이 아닌 별개의 지역조약이다. 따라서 영국의 EU탈퇴는 기존에 유럽 특허청을 통해 등록된 특허권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브렉시트 이후 유럽 특허청을 통해 이루어질 특허권의 취득절차에도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아직 비준절차가 진행 중인 유럽 통합특허법원제도가 정식으로 발효되면 유럽 특허청을 통해 유럽 통합특허권이 발생될 것이며, 또한 이들 권리에 대해서는 통합특허법원이 전속 관할권을 가질 것인 바, 이는 영국의 EU 탈퇴와 맞물려 큰 불확실성을 남기고 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예정된 EU 탈퇴에도 불구하고 유럽 통합특허법원에 관한 협약의 비준절차 준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EU를 탈퇴한 영국이 여전히 유럽 통합특허법원제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 경우 기존 법률에 많은 수정이 필요하고, 새로운 법률 제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률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영국과 EU의 이러한 기이한 관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더 큰 문제일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향후 영국의 EU탈 퇴까지 남은 1년 남짓한 시간동안 발생할 일들을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일, 영국이 유럽 통합특허법원제도를 빠져나가게 된다면, 이탈리아가 영국의 현 지위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 즉, 중앙법원의 소재지가 독일 뮌헨, 프랑스 파리와 더불어 영국 런던이 아닌, 이탈리아 밀라노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또한 조약의 필수비준 3개국 중 하나로, 독일 및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가 들어가게 될 것이다.
2. 유럽(공동체)상표, 공동체디자인, 공동체식물품종보호권, 지리적 표장
EU 규칙(EU Regulation)을 근거로 존재하는 지적재산권들은 원칙적으로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순간 영국에서는 더 이상 효력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는 유효하게 존속하던 사인의 재산권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엄청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EU 집행위원회는 영국의 EU 탈퇴 이후의 지적재산권에 관한 공식입장[1]을 발표해, 이에 해당하는 권리들 즉, 유럽상표, 공동체디자인, 공동체식물품종보호권 및 지리적 표장 등을 포함하는 권리들이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자동적으로 영국에서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존 권리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 권리들과 관련해 EU탈퇴의 효과가 점진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의 경과기간을 가질 것이 제의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이들 권리들이 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일순간에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관련한 영국의 구체적인 입법내용은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3. 저작권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EU 법률에 의해 규제되던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영국의 EU탈퇴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4. 영업비밀보호
영업비밀보호와 관련해 최근 EU 지침(EU Directive)으로 소위 '비공개 노하우 및 비즈니스 정보(영업비밀)의 불법적 취득, 이용 및 공개로부터의 보호에 관한 법률[2]'이 제정됐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전에 해당 국내 법률을 제정한다면, 이는 대폐지법안(Great Repeal Bill)[3]으로 인해 탈퇴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EU 탈퇴 이전에 영국 국내법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탈퇴 이후에도 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어떠한 경우건 영국 현행 법률이 EU 지침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 이상의 보호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는 의견에 따르면, 영국의 EU탈퇴가 EU 및 영국에서의 현행 영업비밀보호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5. 의약품 관련 – 추가보호증명(Supplementary Protection Certificate), 규제적데이터보호(Regulatory Data Protection), 희귀의약품독점권(Orphan Drug Exclusivity)
추가보호증명은 EU 규칙(EC) No. 469/2009에 근거하고 있으며, 의약품의 허가과정에서 규제당국에 의한 시간지연을 보상하기 위한 것으로, EU의 행정기관이 수행하는 행정행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앞서 2)에서 언급한 것처럼 EU집행위원회의 공식입장 및 여러 제의들로 미루어 볼 때 기존 추가보호증명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탈퇴 이후, 특히 경과기간이 지난 이후의 추가보호증명허가는 영국 의약품허가 관련 규제당국이 EU의 관련 당국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현행 EU 규정에 따르면 추가보호증명의 보호기간은 해당 의약품이 EEA[4] 내에서 최초로 시판허가를 받은 때를 기산점으로 하므로, 결국 영국의 EU 탈퇴는 추후 영국 추가보호증명의 보호기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규제적 데이터보호는 의약품의 허가를 위해 신청인이 제출한 관련 데이터에 대해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EU규칙 (EC) No. 726/2004 및 EU지침 2001/83/EC[5]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 EU 탈퇴 이후에도 영국은 현재 수준의 보호기간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그 보호기간과 관련해 앞서 언급한 추가보호증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변화가 예상된다.
희귀병 치료용 의약품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EU규칙 141/2000이 존재하며, 이는 유사의학용도를 가진 유사의약품에 대해 10년간의 시장독점권을 부여한다. 상기 희귀의약품독점권은영국의 EU탈퇴 이후에도 적어도 당분간은 새로 제정될 영국법률도 현행 EU법률의 규정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6. 데이터베이스보호, 반도체 배치설계
데이터베이스 생산자의 투자에 대한 보호를 위한 EU 특유의 법률로 EU 지침 96/9/EC가 있고, 또한 반도체 배치 설계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한 EU지침 87/54/EEC가 있으며, 이들은 대폐지법안(Great Repeal Bill)으로 인해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계속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7. 나고야 의정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용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6]'는 생물다양서협약[7]에 대한 부속협정으로 제정돼 2014년 발효됐다. EU는 이 의정서의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EU 규칙 511/14을 제정했다. 해당 EU규칙에 따른 의무들이 나고야 의정서가 부과하는 그것에 비해 과중하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바, EU를 탈퇴하는 시점에서 영국 정부가 EU규칙으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할 것인지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1] 지적재산권에 관한 EU집행부 입장서(지리적 표장 포함) TF50 (2017) 11. [2] DIRECTIVE (EU) 2016/943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8 June 2016 on the protection of undisclosed know-how and business information (trade secrets) against their unlawful acquisition, use and disclosure. [3] EU 탈퇴의 일환으로 마련된 영국 의회 법안으로, 영국 법률보다 EU 법률에 우선권을 부여한 1972년 유럽공동체법률을 폐지하고, 현행 모든 EU 법률을 영국국내법으로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함. [4] European Economic Area: 유럽경제지역 [5] 지침 2004/27/EC에 의해 수정 [6] The Nagoya Protocol on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the Fair and Equitable Sharing of Benefits Arising from their Utilization (ABS) to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7]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