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얼굴로 추억되는 기쁨
지난 주일 추수감사절 설교, ‘잊지 말아야 할 3가지 감사’에서, 사람에 대한 감사를 설명하면서 ‘부모 여행 십계명’을 소개했습니다. 부모들이 자식들과 여행 갔을 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는 겁니다. 다시 소개하면 이런 말들입니다. ‘아직 멀었냐’ ‘겨우 이거 보러 왔냐’ ‘이렇게 비싼 데 왔냐’ ‘이걸 무슨 맛으로 먹냐’ ‘돈이 아깝다’ ‘집이 최고다’ 등등... 만약에 내가 선택해서, 내 돈 내 수고로 어디 가서 이런 말을 했다면 괜찮습니다. 우리 나라 자유대한에서는 이럴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껏 자식이 힘들이고 돈 들여서 부모님 모시고 왔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면 맥 빠진다는 거죠. 이 유튜브 영상 보고 모든 자녀들이 우리 부모님과 똑같다고 빵 터졌다는 거 아닙니까. 어렵사리 부모님을 모시고 갔는데 이런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신다면, 그 다음부터는 자녀들이 부모님 모시고 가는 걸 불편해할 겁니다. 거꾸로 부모님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부르지 않는 자식들이 점점 섭섭하게 여겨질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좋다, 아주 좋다”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자식이 부모 생각해서 이렇게 수고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니까요.
사실 “좋다, 아주 좋다”는 우리 아버지가 잘 쓰시던 말입니다. 돌아보면 부모님과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제가 부목사로 있을 때, 월요일이면 부모님 모시고 맛집 투어 다니던 때였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5인승 제 차에 여섯이 타고 서울 곳곳을 다녔죠. 이번 주에는 또 어디를 갈까, 맛집 연구는 제가 했지만(계산도 제가) 돈은 아버지가 냈습니다! 저는 이제 막 목회를 시작한 가난한 부목사요, 아버지는 원로에 속하는 담임목사님이셨으니까요.
부모님과 만나는 지점도 중간에서 만났습니다. 그때 저는 마포 아현동에 살았는데, 부모님은 성북구 길음동에 사셨지요. 다행히 두분이 그때 건강하셔서 대중교통으로 오시면 접선 장소에서 저희는 제 차 르망을 타고 가서 상봉하곤 했지요. 지금도 어느 햇볕 좋은 봄날에, 접선 장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를 보시고 활짝 웃으시며 손을 번쩍 드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무슨 김포공항에서 상봉하듯이요. 저도 양심이 있으니, 식사 후에는 모셔다드렸지만요. 지금 돌아보면 효도를 가장한 사기극(?)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 돈으로 우리 네 식구 잘 먹었으니까요(그러나 아주 먼 훗날, 아버지가 "그때가 참 즐거웠다"고 회상해주셔서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때론 부모님에겐 아마 음식이 맞지 않은 날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항상 “아주 좋다,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지난주에, 부모님들이 자식들의 노력에 더욱 감사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설교하고 나서 이런 추억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지며 너무 감사했습니다. 특히 우리 오마니, 한 번도 자식들에게 섭섭한 표정을 지으신 적이 없습니다. 늘 웃으시며, 괜찮다, 좋다, 고맙다고 하셨던 추억! 추수감사주일 오후에, 그래서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언제나 좋다고 하십시오. 고맙다고 하십시오. 그것이 영원히 기억되는 당신의 인상이며,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2023년 11월 19일 주보에서)
▲ 어느 벚꽃 피던 날 어린이대공원에서
첫댓글
젊음, 젊음, 젊음!
아름다운 젊음이여!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효자가족 이십니다!
♣ 자녀들에게 감사로 추억되니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전히 살아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