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이 시를 국어 시험범위로 배웠었다. 신동엽 시인의 시다. 이 시 말고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도 배웠었다. 7개 배운 시들 중에 제일 좋았는데 두 시의 시인이 같은걸 나중에 알았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도 껍데기는 가라 도 뭔가 말투가 공격적이다. 화내고 있거나 비통해하고 있는 것 같다. 연약하게 슬퍼하기보단 힘주면서 꾸짖는 말투다. 그래서 두 시가 가장 좋았다. 저번에 김응교 작가님이 시는 화자의 감정이나 정서가 독자에게 전달되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전달이 잘 된 것 같다. 두 시 모두 가짜를 부수고 깨고 진짜를 봐라, 가짜는 모두 가고 알맹이만 남아라 이런 내용이다.
글을 쓸려고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봤다. 시인은 그런 의미로 쓴 것이 아니긴 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아는만큼 보이고 내가 아는만큼 보는 세상이 내 세상이고 내가 보는 전부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은 자신이 보거나 배우고 그것을 가지고 생각하고 기준을 세운곳에만 만들어진다. 아는 것이 넓은 사람의 큰 세상을 보며 살아간다. 책을 안읽는 사람보다 책을 한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책을 한권 읽은 사람은 책에 오류가 있어도 알 수가 없고 그 책이 전부인줄 알고 살 것이다. 먹구름이, 쇠 항아리가 하늘인줄 알고 사는 것처럼 내가 모든 것을 똑바로 보고 있는줄 알고 살 것이다. 그리고 먹구름과 쇠 항아리를 지우고 찢고 진짜 하늘을 보는 사람이 외경을 알고 연민을 알고 살 것이라는 말도 이 말과 일맥산통한다고 느꼈다.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보통 겸손하다고 했다. 이 세상에 내가 배워야할 지식들이 얼마나 방대한지 내가 아는게 얼마나 빙산의 일각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한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의 파란 하늘, 진짜 하늘을 가리고 있는 먹구름과 쇠 항아리는 거짓되고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세상이다. 그리고 티 없이 맑은 영원, 구원의 하늘은 진실과 자유, 평화의 세상을 말한다. 진실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 강조하는 시다. 내가 느낀대로 풀어쓰면 거짓되고 자유를 억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세상에 무뎌지지 말라고, 그게 당연한 건줄 알고 살지 말라고, 진짜 하늘을 보기위해 싸우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 같다. 시 속의 어투도 의미들도 마음을 퍽퍽 치는 것 같이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