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 김기택
환하고 넓은 뒷골목에
갈라지면서 점점 좁아지는 골목에
어둠과 틈과 엄폐물이 풍부한 곳에
고양이는 있다.
좁을수록 호기심이 일어나는 곳에
들어갈 수 없어서 더 들어가고 싶은 틈에
고양이는 있다.
막 액체가 되려는 탄력과 유연성이 있다.
웅크리면 바로 어둠이 되는 곳에
소리만 있고 몸은 없는 곳에
고양이는 있다.
단단한 바닥이 꿈툴거리는 곳에
종이박스와 비닐 봉투가 솟아오르는 곳에
고양이는 있다.
작고 빠른 다리가 막 달아나려는 순간에
눈이 달린 어둠은 있다.
다리와 날개를 덮치는 발톱은 있다.
찢어진 쓰레기봉투와 악취 사이에
꿈지럭거림과 부스럭거리는 소리 사이에
겁 많은 눈 더러운 발톱은 있다.
바퀴와 도로 사이
보이지 않는 속도와 틈새를 빠져나가려다
바퀴와 도로 사이
보이지 않는 속도의 틈새를 빠져나가려다
터지고 납작해지는 곳에
고양이는 있다
―『문학과 사회』(2016.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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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야생을 '고양이'를 내세워 풀어내고 있습니다
야생이라함은 주어진대로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일컫는 말인데
눈과 귀가 밝아야 하고, 소리나지 않게 움직일 줄도 알아야 하며
좁은 구멍도 빠져나가고 차지한 것을 놓지않는 발톱도 지녀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야생의 고양이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하네요
기존의 질서에 편입된지 오래된 인간 군상 사이에서 고양이는 쥐를 잡는 본성보다
눈앞의 먹잇감만 탐하는 본능대로 개체만 늘려가는가 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관계에도 야생의 본능이 깃들어서 고양이판인가 봅니다^*^
겁 많은 눈, 더러운 발톱...때때로 로드킬로 마감하는 생이긴 해도...
지금의 모든 대치의 끝에는 야생의 본능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