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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 뉴트롤즈 공연을 보고 난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가볍게 아트락(프로그레시브) 소개도 할 겸 어디가서 하소연 할때도
마땅찮아 글이라도 남겨보자는 심리에... 주저리 나열해 봅니다.
뉴트롤즈는 이탈리아 아트락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으며, 60년대말 영국에서 시작된 아트락열풍에 발맞춰
그무렵 유럽 각국에서 저만의 성격을 갖춘 밴드들이 여기저기 속출하는데,,, 뉴트롤즈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이라고 하면 다들 알다시피 대표적으로 킹크림슨, 예스, 핑크플로이드 등이 있겠죠.
아트락은 사실 한번 빠지면 머리속으로 유럽을 온통 다 헤매고 다니는데 (나라마다 제각각 스타일이 있어서)
그 중 특히 이탈리아는 한국적 감성에 상당히 자극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밴드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PFM, New Trolls, Osana는 말할 것도 없고 제가 아주 좋아하는 QVL(퀠라 베키아 로칸다)를 비롯해 Le Orme, Latte e Miele 등등
사실 나열하려면 일일이 앨범뒤지며 찾아봐야 되는게 힘들 정도입니다. ㅎㅎ
유투카페에 아트락 고수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끔 닉네임에서도 그걸 알 수 있는데, 너무 방대해서 함부로 아는 척하기가
힘든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는 외사촌 형의 영향으로 많이 좋아하게 되었지만 사실 그냥 좋아서 즐겨듣는 초짜에 불과한 정도구요.
형의 경우 한때 러시아 현지에까지 가서 400만원 상당의 LP판 1장을 직접 사들고 들어올 정도로 심취해 있었구요. (희귀반은 부르는게 값임)
암튼 유투 공연을 보고나서 국내공연에 관심을 갖던 찰나 작년 12월말 쯤에 뉴트롤즈가 내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4월 공연인데 공연예매가 시작될 1월초에 이미 로얄석, 일명 엑기스 자리들은 예매되고 없더군요.
그래도 상석으로 보여지는 명당을 찾아 예매를 해 뒀습니다. 아, 그래 올해는 이것만 봐도 한 풀이는 하는거지 하고,,,
막상 LG아트센터 공연장에 와보니 이곳은 정말 상석이 따로 없더군요. 측면만 아니면 어딜 앉아도 굿입니다.
전공상 알고 있는 지식을 참고로, 국내에 공연장으로 사용시 음향설계가 가장 잘 된 곳으로는 LG아트센터, 이화여대 대강당,
세종문화회관 등이 있는데요. 물론 실내 체육관같은 더 큰 공간이 좋겠지만 국내에 그런 곳은 사이타마 아레나처럼 공연장을
위한 음향설계가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는 스피커 위치랑 각도에 따라 천차 만별입니다. 특히 체육관 공연은 반드시
관객이 많이 와야 좋은 소리를 듣고 갑니다. 사람이 가장 좋은 흡음재가 되거든요. 그래도 전문 음향팀이 와서 체크 안하고 대충
설치했다간 붕뜨는 공연이 될 수 있겠죠.
근데 참고로 일본 유투공연에서는 너무 앞이라 음향의 사각지대에서 들었기 때문에 그리 좋지 못했을 겁니다.
보편적으로 2/3 지점에서(단, 정중앙은 회피) 잔향이 짧은 명당이 되는데, 이것은 절대적으로 공간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암튼 서두가 길었고,
공연은 8시에 시작되었는데, 사전에 다 알고 갔지만, 세트 리스트상 1,2부가 나눠지고 2부는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연층은 20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주를 이루며 간간히 5,60대도 있더군요.
66년 대뷔앨범을 발매했고, 히트 앨범인 콘체르토 그라쏘가 71년이니까 세월의 공백은 관객 연령층에게도 영향을 미치겠죠.
백발의 Vittorio De Scalzi는 매우 정정했고, 시종일관 웃으며 분위기를 즐기는 그의 모습에서 배어나는 연주 실력과 목소리에서
나이를 통감할 수 없었는데, 특히 플룻연주는 정말이지 새가 퍼덕이며 날아갈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스칼지도 스칼지지만
Alfio Vitanza의 드럼 연주가 더욱 매혹적으로 기억됩니다. 그 나이에 저런 파워와 스킬이 나올 수 있다니...
대부분의 선곡들이 국내 인지도가 높은 콘체르토 그라쏘 P1,2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역시나 그 곡들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40년 관록이 여전히 변함없이 자연스럽게 울려퍼지더군요.
아쉽지만 지미헨드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니코의 기타 퍼포먼스를 보지 못한 건 세월이 엄청 속상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이번 공연의 큰 의미는 콘체르토 그라쏘 P3가 최초으로 공개되었다는 점이었죠. 그 중 특히 쏠로 첼로연주 협연과 마지막
퍼포먼스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곡인 아다지오는 무려 세번이나 들려주었습니다. 한때 대한항공 CM송으로 알려졌던 렛잇비미는 기대보단
약했지만, 기타 다른 선곡들이 기대곡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너무 멋진 연주였기 때문에 더이상 말이 필요 없었구요.
여기저기서 눈물 훔치는 소리,,, 혼자 미쳐서 신음하는 소리... 꽥꽥 질러대는 소리... 암튼 그 엄숙하던 공연장이~~
사실 전 Una Miniera를 따라부르려고 뜻도 모르는 가사를 달달 외워서 갔는데 아쉽게도... 너무 욕심이 컸던건지... ㅎㅎㅎ
공연이 끝날 무렵 사실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제가 시계를 바라본게 10시 20분이었는데,,,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고 있었죠.
셑 리스트 곡이 다 끝난뒤 무려 퇴장과 재입장을 3번에 걸쳐 앵콜을 되풀이 했고, 공연장 측에서 억지로 막을 내려서 겨우 마칠 수
있었을 정도로 후반부 기립 환호가 대단했습니다. 예정된 2시간 반의 공연이 무려 1시간이나 더 연장되었는데,
아무래도 그들은 우리가 원한다면 끝까지 공연을 다시 할 의향이 있어 보였습니다. 마지막엔 다들 일어서서 앞으로 뛰어나가 공연을
즐겼는데, 뒤에 서있던 15명의 오케스트라도 나중엔 지들도 흥이나서 공연을 즐기더군요.
한국 사람들 열정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지만 이번 공연처럼 일반 대중보다는 특정층을 겨냥한 공연은
(물론 뉴트롤즈는 그나마 대중적이지만,) 반응이 장난이 아닐거라 짐작은 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끝나고 바로 로비에서 팬사인회를 가졌는데 그때 시간이 12시 반이었습니다. 과장되게 거의 300미터 정도 줄이,,,
가볍게 생맥주 한잔 들이키고 집에 도착하니 2시가 다 되었더군요. 정말 잊지못할 공연이었습니다.
비교하는 건 꺼리지만 비슷한 관록의 에릭클립튼 1월 공연과는 정말 대조적이었습니다.
과연 팬서비스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느끼고 온 공연이었죠.
분명히 어딘가 앉아있을 전영혁 아저씨나 성시완씨(사실 얼굴은 모름)를 여기저기 둘러보며 찾았는데 기어코 보이질 않더군요.
사인회에서 상당수 소장한 LP판을 들고와서 사인을 받았는데, 40대 한 분은 가방에서 무려 열 몇장을 꺼내 그들 앞에 펼치더군요.
전 사인회가 있을거라 미처 준비못한 관계로 벽에 붙은 포스터를 떼왔습니다.
커다란 포스터를 그들 앞에 펼치니까 스칼지가 깜짝 놀라더니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17살때 모습이라고 엄청 기뻐하더군요.
옆에 앉은 니코도 포스터를 엄청 반기는 기색이었습니다. 어떤 여자는 윗옷을 벗어던지더니 입고 있는 흰색티 등짝에 사인을 받고,,,
어쨌든 아래 사진은 제가 드리내민 포스터에 받은 그들의 사인입니다. (현존 맴버는 3명뿐임)
첫댓글 아.. 멀리서 군침만 흘린 공연이었는데...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의 서글픈 선율은 한국의 라디오팬이라면 한 번은 들어볼 수 밖에 없져.. 정말 부럽습니다. 뉴트롤스 자신들도 그렇게 감흥에 겨워 멋진 공연을 선사해주고 갔다니 고맙기 까지 하군요..
청춘의 꿈에 충실하라...중학교때 사회선생님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네요...양질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일관님 부럽습니다...^^b
앗. 포스터에 받을 생각을 못했군요 -_-;; 저는 음반을 준비못해서 가져간 책에 부랴부랴 사인을 받았습니다. 아다지오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T_T 사실 그로쏘1의 카덴짜를 좋아했는데 바이올린 쏠로분의 내공이 약간 부족해서 그부분은 아쉽더군요.. 킁
헉... 아다지오를 세번이나... ㅡ ㅜ" 왕년멤버들 다온건가요? 중학교때 'Concerto Gresso Per 1, 2 와 Adagio 를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
예전에 mp3가 없던 시절에는(그 시절에 내가 살았다우), 카세트테이프에 좋은 노래, 음악 모아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친구들에게 받은 테이프마다 빠지지 않았던 뉴트롤스, 그들이 오다니... 테이프 선물해주었던 친구들은 알고 있을까?
여기 엠피삼없던 시절에 않살아본 사람도 있나요???ㅎㅎㅎ 저도 녹음테푸선물 꽤나 주고 받았던 기억이....^^
저두 5일에 갔었는데... (아직 20대... ^^;;;) 근데, 5일은 사인 제한해서... CG 자켓에 하나 밖에 못받았어요... 쳇... 하여튼 정말 너무너무 멋진 공연이었어요. 아직도 생각만 하면 장면장면이 떠올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