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을 고백하는 『소울 플레이스』. 한의사 이기웅, 소설가 김별아, 여행작가 오소희, 사진작가 이창수, 영화감독 임찬익, 건축가 천경환, 시인 방민호, 요리사 김문정, 그리고 영화배오 마붑알엄 등 9명의 예술가가 모여, 죽음을 둘러싼 물음 중 '생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싶은 장소'에 관해 대답하는 에세이집이다. 뜨겁게 생을 질주한 순간, 애타게 그리던 곳에서 새로운 삶을 펼쳐나간 순간, 되찾고 싶던 기억과 운명처럼 마주친 순간, 그리고 내가 제일 나답고 느낀 순간 등을 펼쳐놓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살아 있음'을 절절히 느낀 시간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을 누리게 될 것이다.
저자 : 이기웅
저자 이기웅은 한의사. 1990년 ‘아름다운 삶에 대한 불감증 치료’를 모토로 대도시에서 한의원을 열었으나, 도시에서는 환자들과의 진정한 만남이 어렵다는 생각에 충남 논산의 한 시골 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인의 상처는 성공을 위해 늘 무장한 전사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거짓 믿음’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쉬어야 하고, 쉬면서 영혼과 풍경이 진실로 만나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틈만 나면 환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런 치유 여행의 기록을 담은 책으로『어설픔』이 있다.
저자 : 김별아
저자 김별아는 소설가. 1993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다채로운 글쓰기 방식과 문체의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축조하는 일에 정진해오고 있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꿈의 부족』, 장편소설『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축구전쟁』『미실』『영영이별 영이별』『논개』『백범』『열애』『가미가제 독고다이』『채홍』, 산문집『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가족 판타지』(『식구』개정판)『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이 또한 지나가리라!』등이 있다.
저자 : 오소희
저자 오소희는 여행작가. 아이와 함께 세상의 변방을 거닐며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소통, 연대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 저서로『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사랑 바보』『배운 녀자』(공저)『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공저)이 있다. 제3세계 청소년들을 위해 도서관을 짓고 책을 보내주는 ‘하쿠나 마타타 프로젝트’를 독자들과 진행하고 있다.
저자 : 이창수
저자 이창수는 16년간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2000년 지리산 악양에 정착, 약간의 농사와 사진을 즐기며 놀고 있다. 2008년「움직이는 산, 智異」(학고재 갤러리), 2009년「Listen_‘숨’을 듣다」(성곡미술관) 등의 전시를 열었다. 지리산학교 초대 교장, 국립순천대학교 인문예술대학 사진예술학과 겸임교수이다. 저서로『지리산에 사는 즐거움』『내가 못 본 지리산』이 있다.
저자 : 임찬익
저자 임찬익은 영화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수학하며 단편「나의 수기; 정수기」를 연출, 제1회 삼성 디지털 창작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2001년 끌레르몽 페랑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주목받았다.「인어공주」「나의 결혼 원정기」「사랑해, 말순 씨」등의 현장편집과 조감독 등을 거치며 상업영화의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1년 유머와 페이소스가 녹아 있는「체포왕」으로 데뷔했다. 2012년 봄, 크랭크인 예정으로 현재 씨네2000에서 두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저자 : 천경환
건축가. 1999년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다양한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경력을 쌓다가 2010년 9월, ‘깊은 풍경’이라는 건축설계사무소를 설립하고 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2004년 8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주관 ‘김중업 장학제’ 1기 수혜자로 선발되었다. 2007년 9월, 우리가 무심히 딛고 살아가는 바닥에 얽힌 각양각색의 표정과 현상을 모은 책『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그리고 2009년 12월 일상의 다양한 디자인 풍경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담아낸 책『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를 발표하여 여러 매체로부터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대지에서 읽어낸 온갖 현상으로부터 차근차근 일구어내는 디자인’과 ‘깊은 풍경’을 당장의 화두로 삼고 있다.
저자 : 방민호
문학평론가, 시인. 1994년 창비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고, 2001년『옥탑방」등의 시로 월간문예지『현대시』의 신인추천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가 있고, 평론집으로는『비평의 도그마를 넘어』『납함 아래의 침묵』『문명의 감각』『행인의 독법』『감각과 언어의 크레바스』등이 있다. 또한 산문집으로『명주』가 있다.
저자 : 김문정
2000년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유럽 배낭여행길에서 ‘타파스’ 맛의 매력에 빠지면서 2002년 스페인 요리 유학을 감행했다. 바르셀로나 대학 CETT 레스토랑 경영학과에서 공부했다. 동 대학 지중해 음식문화 석사 과정과 호프만 요리학교 스페인 요리 최고급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원 테이블 레스토랑 ‘까사 구르메’를 운영했다. 저서로『스페인은 맛있다』가 있다.
저자 : 마붑 알엄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 왔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 부당한 현실에 눈을 떴고, 투쟁을 하다가 카메라를 들었으며, 방송을 만들다가 영화배우가 되었다. 연출작으로 「쫓겨난 사람들」「리터니」등이 있고, 출연작으로는「반두비」「시티 오브 크레인」「검은 갈매기」등이 있다. 현재 ‘이주민아티스트네트워크’라는 문화단체를 운영하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다. 저서로『나는 지구인이다』가 있다.
Soul Place #1 내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풍경과 만난 곳
인생을 후회 없이 숨 쉬게 해줄 단 하나의 풍경
이기웅(한의사)
Soul Place #2 책상 하나와 노트북, 꼭 읽고 싶은 책 서너 권이 놓인 내 작은 방
마지막 나의 작은 방
김별아(소설가)
Soul Place #3 뜨겁게 생을 질주했던 서울 도심 속 산촌, 부암동
아까울 것도 없이 골목을 거닐다
오소희(여행작가)
Soul Place #4 언젠가 돌아갈 흙, 그 흙과 함께 노니는 지리산 생활
오늘이 내일, 내일이 오늘
이창수(사진작가)
Soul Place #5 죽음보다 깊은 영원으로 나를 기다려주는 제주 바다
그들은 왜 바다로 갔을까?
임찬익(영화감독)
Soul Place #6 오랫동안 나만을 기다리고 있던 듯한 거리, 뉴욕 블리커 스트리트
그렇게 그 거리를 걷고 싶다
천경환(건축가)
Soul Place #7 홍대입구역을 둘러싼 다섯 개의 비밀 지구
내 영지에 오늘도 어둠이 내린다
방민호(문학평론가, 시인)
Soul Place #8 평범한 회사원에서 스페인 요리사로 새롭게 태어난 곳,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숨 쉬듯 웃고 입 맞추고 사랑하다
김문정(요리사)
Soul Place #9 어머니의 품과 같은 완전한 휴식이 있는 곳, 방글라데시 나라얀간지
내 최초의 삶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마붑 알엄(영화배우)
춤추듯 맞이할 생의 마지막 날들,
행복한 죽음이 있는 당신의 ‘소울 플레이스’는 어디인가요?
-9명의 저자, 9개의 소울 플레이스
내 생의 마지막 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소설가, 영화감독, 건축가, 요리사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9명의 저자가 함께한 에세이집『소울 플레이스soul place』는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물음 가운데 ‘생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고 싶은 장소’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이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게 하는 곳, 충만한 행복감 속에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해줄 곳, 그곳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소울 플레이스’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자신의 죽음’이라는 아득한 현실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사색해본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삶에서 따로 떼어내어 바라볼 수 있는 죽음이란 없다는 사실을. 바로 그런 까닭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 도래할 날들을 기꺼이 마중하는 것, 그로써 지금의 나를 좀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죽음의 장소를 떠올려보는 일은 자못 흥미롭다.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이상향으로서의 장소를 그려볼 수도 있고, 노년의 삶을 차곡차곡 정리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골라볼 수도 있다. 혹은 인상 깊은 기억을 남겨준, 그래서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장소를 되새김할 수도, 그저 최초의 삶이 부려졌던 고향집을 낙점할 수도 있을 것이다.『소울 플레이스』는 9명 저자의 9개 장소, 저마다의 간곡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소울 플레이스들을 개성 있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자기만의 소울 플레이스 찾기’를 권한다. 두 발로 디디고 설 수 있는 물리적 세계의 장소이거나, 다만 상상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이어도 상관없다. 그곳을 찾기 위해서는 지나친 부지런함 대신 때로 느짓하고 게으른 마음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 소울 플레이스는 또한 우리가 언제고 마음을 누일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을 마음속에 두는 일, 그리고 가끔씩 그 마음속을 오가는 일은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속에서도 돌연 공허해지는 우리들 일상에 속 깊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당신의 소울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가장 비밀스럽고도 가장 노골적인 밀실이자 광장”
“삶과 죽음의 알리바이로 가득한 아지트”
-그와 그녀의 소울 플레이스를 엿보다
이 책『소울 플레이스』가 던지고 있는 물음은 9명 저자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 ‘살아 있음’을 절절히 느꼈던 시간의 기억을 불러온다. 뜨겁게 생을 질주했던 순간, 애타게 그리던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순간, 되찾고 싶은 기억과 운명처럼 마주친 순간, 그리고 내가 제일 나답다고 느꼈던 순간. 이처럼 가슴 뛰는 순간을 선사한 곳에서라면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을 거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Soul Place #1, 내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풍경과 만난 곳
한 시골 마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 이기웅은 20대 시절 죽음에 대한 인식과 강렬하게 마주했다. 이후 생의 의미를 치열하게 구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직접 보고 들은 몇 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는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풍경’과 만난 일화들이다. 불안과 두려움, 탐욕과 교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결정적인 만남’이 필요하며, 그 만남이 이루어지는 풍경 앞에서 그는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Soul Place #2, 책상 하나와 노트북, 꼭 읽고 싶은 책 서너 권이 놓인 내 작은 방
소설가 김별아는 자신의 작은 방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되기를 바란다. 20년차 전업 작가에, ‘방콕족’인 그녀는 “거실 구석에 놓인 컴퓨터 앞에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창고가 되다시피 한 문간방에서, 식탁 위의 조리기구들 옆에서” 그간 닥치는 대로 읽고 써왔다. 작가가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된 것은 불과 서너 해 전이다. 지상의 방 한 칸을 갖기 위해 오랫동안 뒤척이고 부대꼈던 작가는 마침내 그 방에서 평화롭다. 가장 “나답게” 머무를 수 있는 그 작은 방에 필요한 것이라곤 책상 하나와 노트북, 꼭 읽고 싶은 책 서너 권이 전부이다.
Soul Place #3, 뜨겁게 생을 질주했던 서울 도심 속 산촌, 부암동
세계 곳곳을 누비는 여행작가 오소희의 소울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서울 도심 속 산촌이라 불리는 부암동이다. 부암동에서 그녀는 ‘엄마’로 새로 태어났다. “아이의 역동하는 생명력 덕분에 나의 생도 하루하루 살아 있다, 행복하다, 체감되었던 날들. 젖을 먹이고 함께 노래하면서,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제대로’ 소용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대견해지던 곳.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의 의미를 완벽하게 재현해준 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Soul Place #4, 언젠가 돌아갈 흙, 그 흙과 함께 노니는 지리산
사진기자 생활 16년 만에 도시를 떠나 지리산으로 내려간 사진작가 이창수.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니, 돌아갈 그 흙이 도대체 무엇인지 느껴보자, 죽어서 갈 흙 살아서 가자.” 지리산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이 책이 던지고 있는 물음에 이미 답했고 실제 그 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살아가는 과정이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므로 어디가 되었건 두 발을 디디고 선 그곳에서 자유로이 살 수 있다면 그는 그것으로 족하다.
Soul Place #5, 죽음보다 깊은 영원으로 나를 기다려주는 제주 바다
“내가 바다에서 왔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다.” 영화감독 임찬익의 말이다. 그의 고향은 제주도이며, 처음으로 참여한 영화가 제주의 우도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이렇듯 바다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그는 죽음의 공간으로 제주 바다를 소원한다. 한편 임찬익 감독은 이 책에서 바다와 죽음이 맞닿아 있는 네 편의 영화를 선별해 소개한다.
Soul Place #6, 오랫동안 나만을 기다리고 있던 듯한 거리, 뉴욕 블리커 스트리트
건축가 천경환의 소울 플레이스는 뉴욕의 블리커 스트리트이다.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빛나는 시간을 안겨준 곳. 미국 출장길에 잠시 머물렀던 그 거리는 낡은 풍경 곳곳에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나만을’ 기다리고 있던 듯한 그 거리에서 건축가로 살다가, 문득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Soul Place #7, 홍대입구역을 둘러싼 다섯 개의 비밀 지구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민호는 자신만의 은밀한 영지에서 평생 머물 계획이다. 홍대입구역을 둘러싼 이 비밀 지구는 그의 마음의 거처를 가리키는 상징적 기호이다. 실재하는 홍대 인근 지역을 제1지구에서 5지구까지 나누고, 각각의 지역을 비밀리에 순례하듯이 글을 써내려갔다.
Soul Place #8, 스페인 요리사로 새롭게 태어난 곳,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요리사 김문정은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스페인에 반하고 말았다.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그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스페인 요리 유학을 감행했다. 애타게 그리던 곳에서 새롭게 시작된 삶. 현재 바르셀로나 그라시아에 살고 있는 그녀는, 그곳에 살면서부터 일상의 행복과 즐거움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오래전 그 배낭여행에서 보았던 그라시아 광장의 아름다운 풍경. 언젠가 자신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Soul Place #9, 어머니의 품과 같은 완전한 휴식이 있는 곳, 방글라데시 나라얀간지
영화배우 마붑 알엄. 영화 「반두비」에서 주인공 카림 역할을 맡았던 그의 고향은 방글라데시 나라얀간지이다. 1999년 한국에 올 당시에는 3~4년간 머물 계획이었지만, 어느덧 한국 생활 10년 세월이 훌쩍 흘렀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낯선 시선은 여전하다. 오랜 이주 생활에 지친 그의 소울 플레이스는 마음의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 바로 자신의 고향이다. 그는 삶의 마지막 시간들은 자신에게 온전한 휴식이 되어주는 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마지막 순간을 내 작은 방에서 맞고 싶은 까닭은 그곳이야말로 내가 제일 나답게 머무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열정, 소망, 꿈, 절망, 신비로운 고통과 참담한 매혹이 모두 흘러나왔던 곳, 가장 비밀스럽고도 가장 노골적이었던 밀실이자 광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서 낡고 헐렁한 옷을 입고 꾸밈없는 민낯의 나를 대면한다. 그럼에도 가장 날카롭고 선명한 긴장, 초라한 삶을 뛰어넘는 영원의 꿈을 꾼다. 그곳에서 나는 황제인 동시에 노예이며, 부자인 동시에 빈털터리다.” -p.49
“나는 부암동을 내가 언젠가는 돌아올 곳으로, 돌아와 마지막을 함께할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골목마다 생의 가장 보람차고 아름다웠던 순간의 기억들이 드러누워서, 언제 돌아와 기웃거려도 나는 다시 보람차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마는 곳. 내가 더는 날 수 없는 새가 되었을 때, 늙고 허약해진 날개를 접고 웅크려도 그 죽음의 정지 동작이 나를 두렵게 하지 않는 곳. 나뭇잎을 쓸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자, 나처럼 편안히 내려놓아. 함께 흘러가기만 하면 돼.’ 다정히 일러줄 곳. 이 세상에서 생을 반추하며 자작하게 소멸해도 좋은 곳이 있다면, 내게는 그것이 바로 부암동이었던 것이다.” -p.82
“살아가는 과정이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고 나를 지우는 길이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당연한 길이다. 그 길을 자유로이 가고 싶다. 나를 지우며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면 지금의 ‘지리산’이건, 앞으로의 ‘히말라야’건 마지막 순간의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건 마지막 순간의 ‘직전’까지 그곳이 어디건, 두 발을 디디고 선 그곳에서 자유로이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p.117
“내가 처음으로 죽음을 가깝게 느꼈던 때는 여섯 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따라 자주 드나들던 절의 스님에게 만 자의 의미에 대해 물었는데, 그때 생로병사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결국은 죽는다는 말에 며칠을 목놓아 울었다. 먼 훗날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막내인 나만 남을 것이라는 생각, 부모님과 형 누나가 모두 내 곁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굉장한 공포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무섬증은, 그러니까 고독할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어떤 존재론적 깨달음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 죽음은 내 무의식 속에서 지독한 외로움, 그것으로 처음 각인되었다.” -p.121
“그렇다 나는 블리커 스트리트에 가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렇게 살다가, 그곳에서 문득 그렇게 죽고 싶다. 아름다운 거리와 광장으로 이루어진, 자동차보다는 사람에게 더 친절한 거리. 흘러가는 시간의 축복을 받아 곳곳에 깊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거리. 탄탄한 문화의 향기를 오랫동안 품어온 거리.” -p.167
“내가 내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저 제5지구의 아지트에는 신비스러운 관이 하나 있는 것과 같다. 드라큘라처럼 그 관 속에 누워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나는 어젯밤의 육체와 정신의 꺼풀을 그 자리에 벗어두고 외출을 한다. 하루 더 새로워진 초인이 되어 그 외출의 나날을 비밀스러운 노트에 기록해두며, 나는 이렇게 살아가다 죽을 것이다. 이것이 내 삶과 죽음의 알리바이다.” -p.202
첫댓글 이기웅 , 김별아 , 오소희 , 이창수 , 임찬익 지음 / 출판사 강 | 201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