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바이러스>
강원도의 한 시골길을 지나치던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세 여인을 만난다. ‘나’는 시외버스가 끊겼음을 알려주고 나의 시골집으로 그녀들을 안내했다
세 여인이 차례로 자신의 겪은 비극을 털어놓으면서 이야기는 궤도에 오른다. 세 여인의 사연은 각각 남편, 자식, 애인과 결부돼 있다.
나의 어린 시절 북으로 간 삼촌이 간첩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삼촌을 살해하고 암매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이야기를 회상해본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며느리와 시어머니, 딸과 친정어머니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와 소통의 굴절을 날렵한 필체로 이야기하고 있다. 며느리와 딸은 동창 친구 관계. 딸이 풍채 좋고 학벌 좋고 가문 좋은 사위와 결혼하자 어머니는 딸 자랑, 하지만 딸이 이혼하자 실망하고 며느리를 구박한다. 어머니는 아들 부부에게 아파트를 사주고 더 강압적으로 간섭한다. 설상가상으로 나의 아들이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성격차이로 이혼한다.
<카메라와 워커>
한국전쟁 당시 오빠와 올케가 세상을 떴다. 어머니와 내가 사 개월 된 갓난쟁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 는 그 자신도 당황할 정도의 애정으로 그 아이를 돌본다. 고모는 조카의 삶이 철저하게 세속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그저 휴일에 ‘카메라’를 메고 야외에 나갈 수 있을 만큼의 풍요면 족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과에 진학하길 강권했고, 대학에서는 학생운동에 휩쓸리지 않도록 단속했으며 졸업 후에는 해외 취업을 말리고 변변찮은 직장일지언정 국내에 주저앉힌다. 조카는 결국 순순히 정해진 길을 간다. 고모는 영동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조카를 만자신의 소박한 소망이 얼마간 허망한 것이었음을 깨닫고는 서울로 돌아가자 하지만 조카는 외려 담담하다.
<닮은 방들>
오랫동안 친정에서 얹혀살던 ‘나’가 아파트에 들어간 뒤 이웃의 삶을 자꾸 모방하게 된다. 나는 그 ‘흉내내기’의 과정에서 두려움과 안도, 초조와 매혹을 느낀다.
박완서의 단편, 중편 소설들. 재미있게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