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이야기)
<7살 외손녀 영어 선생님!>
- 文霞 鄭永仁 -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7살인 외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러 특별과외를 뛴다. 하기야, 40여년을 초등 교사를 했으니 한글 교육의 유능한 전문교사라고 해도 조금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한글 학습 자료를 손수 만들어 인천에서 서울 딸네 집으로 방문과외를 하는 꼴이다. 그런 유능한 과외교사인데도 따로 과외비를 주지 않고, 점심 한 끼가 고작이다.
오늘도 딸에 집에 들어가니 학부형인 딸과 사위, 학생인 외손녀가 나를 반긴다. 오늘 따라 외손녀의 얼굴이 기쁨과 자랑에 가득찬 것 같다. 들어서자마자 외손녀는 100점 맞은영어 시험지를 보여주며 자랑하기 바쁘다. 지난번에는 ‘빵점!’을 맞아 제 에미한테 닦달을 당한 모양이다.
칭찬하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돈 안 드는 칭찬을 외손녀에게 한껏 해주었다. 하기야 외손녀의 영어 시험지를 보니 영어 알파벳을 여간 다부지게 쓴 것이 아니었다.
한글 공부자 끝나자,
“외할아버지, 선생님은 많이 알아야 해요. 그래서 제가 할아버지한테 영어 시험을 볼게요.”
순식간에 주객이 전도가 된 꼴이다. 외손녀가 선생이 되고, 할애비가 학생이 되었다. 참으로 이 할애비를 우습게 본 모양이다. 그래도 학교에서 10여년을 영어 공부한 내가 아닌가?
그러면서 A4용지 한 장과 연필을 내손에 쥐어준다. 그리고 자기가 100점 받은 영어 단어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는 졸지에 학생이 되어 쭈그리고 앉아 받아썼다. 그런데, 1번 문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혀 꼬부라진 원어민한테 배운 발음으로 하니, 도대체 정확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도 설렘과 긴장해가며 10문제를 끝냈다.
외손녀 영어 선생은 빨강 색연필로 채점해주신다. 그것도 틀린 스펠링을 자상하게 일일이 고쳐가면서…….
외손녀는 나에게 채점한 시험지를 돌려주셨다.
‘아니, 이게 무슨 망신이람! 겨우 60점이었다.’
망연자실한 나에게 외손녀는 위로의 말씀으로 일침을 놓는다.
“외할아버지, 저도 50점을 받았을 때가 있었어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그러면서 A4용지 두어 장 덧붙여 숙제를 내주신다.
“틀린 문제 5번씩 써 오세요. 그런데 밑으로 쓰지 말고 옆으로 써 오세요, 이렇게. 엄마가 그렇게 쓰라고 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자상하시게도 숙제를 하는 방법을 찰견한다. 그러니, 세로로 쓰지 말고 가로로 쓰라는 것인가 보다.
그 꼴을 야릇한 미소를 띠며 쳐다보고 있는 사위와 딸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그러면서 외손녀 영어 선생님은 학생인 나에게 일침을 놓는 것을 이지 않는다.
“외할아버지, 숙제 꼭 해와야 해요. 다음번엔 또 시험폴 거예요.”
불치하문(不恥下問)이요, 삼인행(三人行) 필유사(必有師)라 했다.
이렇게 해서 7살 외손녀한테 70살 외할아버지는 영어 과외를 톡톡히 받았다. 그러니 피장파장이요, 기부앤드 테이크다.
스펠링이 틀린 영어 단어는 ‘high → right로, bigger → biger로, slim → slin, sheep → ship로…….
첫댓글 그래도 귀여운 손녀네요...
정말 참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