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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충성할 역사적인 K3 출범 | |||||||
[축구전문가 박문성 2007-03-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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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억이다. 친한 동료가 이탈리아 축구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꺼내 놓은 이야기 보따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축구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다. 그 중 하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 도착했고 늦은 오후 잠을 청하려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숙소 주변을 거닐었다. 그 때 멀리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간격을 두고 3차례나 귓가에 스쳤다. 다음날 아침 지역 신문을 펼쳐 들고 서야 그 소리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팀이 3-0으로 승리했다.’
마침 지나가던 할아버지 한 분에게 물었다. “우리 팀이 어떤 팀이죠? 여기서 멀지않은 유벤투스나 밀라노 팀이 어제 저녁 이곳에서 경기라도 했나요?” 아시아에서 온 청년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웃으면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가 유벤투스나 밀라노 팀을 응원할 이유가 있나요. 말 그대로 우리 팀입니다. 작지만 한 평생 응원하고 지지할 우리 고장의 팀이죠. 아마추어 클럽이라 말씀드려도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어떤 팀보다도 소중한 클럽이지요. 내 손자도 선수로 뛰고 있는 걸요. 어제 저녁에 들은 소리는 아마도 우리 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홈 서포터스가 내지른 함성일거에요. 3골을 넣었거든요.” 동료는 한참이고 한 마디가 입가에 맴돌았다고 한다.
“우리 고장팀. 우리. 우리. 우리......”
>>> 이탈리아에서 띄운 기억 한 조각
그 때 이후 꿈을 꾸었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내 고장을 대표할 수 있는 축구클럽이 언젠가는 생기리라는. 한 평생을, 또 대를 이어 충성할 수 있는 우리 팀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꿈을 말이다. “내 딸이 크거든 손을 잡고 함께 경기장에 가 목청 터져라 응원을 해야지.” 바람의 깊이는 깊어만 갔다.
K3 출범 소식이 지나가는 뉴스로만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소박하지만 소중한 걸음이기에 설레는 마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태어난 고향에, 발 딛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 축구클럽이 만들어지고 리그가 시작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설렘은 충분했다.
K리그와 내셔널리그가 있어 행복하다. 다소간의 삐걱거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축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고 서포팅 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의 소중함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왠지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광역단위의 연고(그마저도 바뀌기도 하는)와 승격과 강등의 디비전 시스템의 부재(이런 점에서 국민은행 파문은 서글프다)는 축구를 보다 가까이 느끼기 어렵게 만들었다.
>>> 국민은행 파문의 서글픔을 뒤로하고
역설적이게도 K3리그 출범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고장’ 소도시를 연고로 하는 동시에 팬 참여의 폭을 보다 넓히는 개방적 형태를 띠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K리그 디비전 시스템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실험이자 도전이다. 시범리그로 닻을 올리는 K3리그의 운영과 방식이 K리그의 그것과 맞닿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축구선수의 꿈을 피우지 못한 ‘어제의 선수’들과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내일의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K3리그 출범의 의의를 말 할 수 있다.
조기축구회인 진서울FC와 굿프렌드가 합쳐져 탄생한 서울유나이티드(연고 서울시)와 창원두대FC(경남 창원시)가, 중소도시의 지자체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발족한 양주시민축구단(경기도 양주시)과 화성신우전자(경기도 화성시) 천안FC(충남 천안시) 용인FC(경기도 용인시)가, 한 때 최고의 자리를 꿈꿨던 선수들이 다시금 뭉친 전주EM코리아(전북 전주시)와 대구한국파워트레인(대구시)이, 지역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로 탄생한 은평청구성심병원(서울 은평구)과 아산FC(충남 아산시)가 하나같이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전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의 정용환 감독(양주시민축구단)과 1997년 K리그 신인왕 신진원, 91년 남북청소년 단일팀의 박철(이상 서울유나이티드) 등 그리운 얼굴을 만날 수 있고 우승후보로 꼽히는 화성신우전자의 전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어찌 이게 전부이겠는가. 우리의 이웃이 우리의 고장을 대표해 땀 흘리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벅차기에 충분하다.
>>> 우리의 이웃, 우리의 클럽
근심은 있다. 재원마련과 지자체의 안정적인 지원책 마련이다. K3 팀의 연간 예산은 5천만 원에서 1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후원사의 금전적 지원을 받는 클럽을 제외하고는 적지 않은 운영 경비다. 이미 K3 팀들은 리그 참가조건으로 가입비 1천만 원과 연회비 5백만 원을 축구협회에 납입했다. 우선 각 팀들은 경비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K3 팀의 선수들은 모두다 따로 직업을 갖고 있다. 때문에 낮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 훈련한 뒤 주말에 경기를 치르게 된다. 각 팀들은 축구단 자체의 연봉을 따로 책정하지 않거나 무리 하지 않는 선에서 수당을 지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서울유나이티드의 경우 출전수당 10만원과 승리수당 10만원이다. 선수들이 흔쾌히 동의할 수 있었던 건 공을 계속 찰 수 있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10억 원대를 육박하는 K리그 선수들의 모습과 겹쳐져 묘한 마음을 들게 했다.
경비를 아끼는 동시에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지지자들의 후원금, 지역 생활축구 및 유소년 클럽 운영 수익, 유니폼과 A보드 광고 등으로 충당하는 방법이 모색 중이다. 양주시민축구단의 경우 시장을 비롯한 지역인사 50명이 100만원씩 후원금을 모아 5천만 원이라는 목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양주시민축구단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지자체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K3 팀 운영의 관건이다. 단순히 지원금을 확보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행정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조례상 지자체의 축구팀 금전적 직접 지원은 어렵다(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알맹이가 빠진 채 통과한 스포츠 산업 진흥법이 원망스럽다. 재개정해야 한다). 지자체의 안정적인 간접 지원의 토대 마련이 필요하다. 홈구장과 연습구장의 확보와 사용에 편의를 봐주고 유소년 클럽을 운영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클럽들은 지자체의 움직임이 미온적이라며 어려워하고 있다. K3리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서 아마추어 클럽 중 하나인 K3 팀에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 해당 지자체의 판단이다.
>>> 미래 가치 투자를 말하라
지자체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득하고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먼저 K3 클럽은 지역 내의 생활, 조기 축구팀의 구실점이 되어야 한다. 상시적인 교류 채널을 확보하고 선수 수급의 문호를 개방하는 지역 밀착 형태의 구단 운영 방침을 세워야 한다. 지역 생활 축구팀을 대표하는 입지를 확보한다면 지자체가 움직일 명분은 충분하다. 한편으로는 축구협회 차원의 설득 노력이 요구된다. 지자체의 해당 담당자들과의 세미나와 논의 테이블 등을 마련해 K3리그 출범의 취지를 설명하고 향후 비전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K3 클럽이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팀으로서 지역 위상과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 지자체가 미래 가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3리그의 역사적인 출범은 4월21일 토요일이다. 서울유나이티드-창원두대FC, 용인FC-화성신우전자, 은평청구성심병원-대구한국파워트레인, 전주EM코리아-천안FC, 아산FC-양주시민축구단 등 10개 팀이 맞붙는 개막전으로 출범 원년의 시작을 알린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18경기를 치른다. 전기(4월21일∼6월30일)와 후기리그(8월18일∼11월3일)로 나눠 벌어지는데 각각의 우승팀과 이 두 팀을 제외한 상위 2팀 등 4팀이 플레이오프를 펼쳐 챔피언을 가린다. 플레이오프는 11월10일, 챔피언결정전은 11월17일과 24일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다. 만약 전후기 우승팀이 동일할 경우 플레이오프 없이 통합챔피언에 오른다. 우승팀에게는 2008 FA컵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 상처를 보듬고 그 날을 기다린다
올 해 시범리그를 거쳐 2008년 정식리그가 출범한다. 참가 팀 수도 늘어날 것이며 권역별리그도 가능해질 것이다. 시점을 장담할 순 없으나 언젠간 프로리그의 디비전 시스템이 마련, 조기축구팀으로 시작한 K3 클럽이 내셔널리그를 거쳐 K리그로 승격하는 감격적인 모습 또한 보게 될 것이다. 국민은행 사태로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축구팬들이지만 내일의 희망과 꿈마저 잃어버리진 않았다. 조급할 것 없다. 축구가 태동한 잉글랜드도 디비전 시스템이 마련되기까지는 30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1888-89시즌 출범한 잉글랜드리그는 1892-93시즌 2부를 만들었고 1920-21시즌 3부를 출범시켰다. 고충이 있지만 K리그에도 분명 다가올 미래다.
자 이제 설레는 마음으로 4월21일을 기다리자. 그리고 맘껏 소리 지르고 응원하자. 대를 이어 충성할 우리 고장 팀의 출범과 미래를 위하여.
박문성 베스트일레븐 취재팀 차장/SBS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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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리그의 출범을 축하합니다~!!!! 짝짝짝....
첫댓글 ㅊㅋㅊㅋ
축하해요!!!
아자~
아자아자!!!
4월21일 제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