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뭐가 있니
장대성 나는 너를 어르고 달래 주었지 베개 밑에 묻은 식칼을 과도로 바꿔 주면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적이 귀신으로부터 방문을 걸어 잠그는지 아느냐고 나란히 누우면 팔꿈치가 닿는 침대 무드등의 얕은 빛이 어깨에 맺힐 때마다 우리는 각자의 악몽을 나누기 위해 손을 잡았지 어긋나며 흐르는 손금을 따라 빗길에 차를 몰다가 사람을 쳤어 개가 되어 밤새 누군가를 기다렸어 빛에 얼굴이 매몰된 사람이 네가 나를 찌를 거래 이불을 발로 차는 내 습관으로 우리의 꿈속에 한파가 찾아와 눈보라에 발목이 파묻힌 채 서로를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한다면 어쩌지 과일을 깎듯 서로의 피부를 쓸어내리다 문득 베개 밑에 묻어 둔 믿음이 두려워진다면 덜덜 떨리는 너의 어깨 너머에서 무드등의 불빛이 깜박거리고 내가 너의 귀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벽에 깃든 그림자의 몸집을 키운다 오늘은 손을 놓고 자자 우리가 서로의 어둠을 만드는 것 같아 너는 무드등의 스위치를 내린다 방은 관처럼 고요하고 어두워져 눈을 감지 않아도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 천장에 붙여 둔 야광별이 겨우 자신의 몸만큼만 빛을 뿜어낼 때 슬며시 눈을 감는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어제 꿈속에서 울던 양이 창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에게 자신의 언덕을 나눠주려고
―《문장웹진》 2024년 6월호 ----------------------- 장대성 / 1998년 광주 출생.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24년 계간 《파란》 신인상 시 부문, 2024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