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썼다가 댓글이 너무 긴 것 같아서 글로 남깁니다. 다투자고 올리는 말씀은 아니고 외국인 선수가 원해서 애칭을 쓴다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그렇지 않은데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밝히려고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논박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는 점 유념해 주세요.
등록명 제도에 따라 등록된 이름은 선수가 원했던 이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등록명 제도 논란에 도화선이 된 FC 서울이 마르코 두간지치 선수의 경우, 아래의 기사가 '둑스'라는 이름이 선수가 원했고 따라서 동의한 이름이라는 근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둑스의 본래 이름은 마르코 두간지치다. 애초 서울 구단은 ‘마르코’를 등록명으로 쓰고자 했다. 그러나 선수 측에서 전신 안양LG 시절 브라질 출신 마르코가 몸담았던 것을 확인한 뒤 새 등록명으로 둑스를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등번호는 45번이다...'「FC서울 유니폼 입은 마르코 두간지치, 등록명 ‘둑스’로 한 이유」 (스포츠서울, 2025년 2월 27일)
기사는 '둑스'라는 이름을 선수 측에서 '바란' 이름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선수가 원한 이름이라면 아무리 팬이라도 제 3자 입장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떤 오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해라고 말씀드린 것은 선수가 본명을 쓸 수 있는데도 좋아서 별칭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명을 쓸 수 있었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굳이 축구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고민을 하지 않고 본명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이번에 FC 서울이 영입한 '둑스(Marko Dugandžić) '의 경우, 우리 리그의 관행 상 풀네임을 쓰지 않아 구단에서 두간지치 대신 마르코로 등록하려고 했습니다. (마르코는 이름이고 두간지치가 성입니다. 외국에서는 사적인 관계에서 친분이 있으면 이름을 부르지만 공적으로는 성을 많이 씁니다. 우리 리그 특징이죠.) 그런데 예전에 똑같은 이름으로 등록했던 선수가 있었고 선수는 차선으로 주변과 상의를 거쳐 '둑스'로 정한 겁니다.
흔한 이름일수록 비슷하게 희생당한 선수들 많습니다. 예를 들어 히카르도라는 이름이 많아지자 이후 이름이 같은 선수들을 히칼도, 리카르도, 히칼딩요 등으로 고쳐썼고 호베르토로 등록한 선수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름 멀쩡한 선수를 호벨치로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디에고 1', '디에고 2' 하는 식으로 번호를 매기기도 했습니다. 그들 모두가 멀쩡한 본명을 놔두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낯선 한국인들이 자기들 편하겠다고 갖다 붙인 괴상한 이름을 더 쓰고싶어 했을까요? 선수 자신이 이전 소속팀의 팬들이 자기에게 붙여준 별명을 쓰기도 했지만 그것도 본명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차선책이었습니다.
선수가 동의한 것은 자신의 본명을 온전히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이름을 대신할 어떤 명칭을 사용해야 하므로 이러이러한 별명을 사용한다는 것이지, 자기가 K리그식 애칭이 대해 본명보다 더 깊은 애착을 느끼고 있으므로 본명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명을 쓰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또 선수가 원했던 것도 본명 대신 쓸 별명 A보다는 별명 B를 더 나으니 그것을 등록명으로 원한다는 것이지, 별명 B를 자신의 본명보다 원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가 있습니다. 선수 본인이 본명이 아닌 애칭을 정식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건 남미 출신 선수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K리그의 사례는 아니지만 위에서 예로 나온 페페, 카카, 나니, 헐크 모두 포르투갈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 출신들입니다. (카카와 헐크는 브라질 출신이고 브라질도 포르투갈어를 씁니다.) 포르투갈어를 이름은 구성이 길고 특이합니다. '이름 + 중간이름 + 어머니 성 + 아버지 성' 으로 구성되거든요. (위 선수들을 예로 들면 페페의 풀네임은 Képler Laveran Lima Ferreira이고 카카는 Ricardo Izecson dos Santos Leite, 나니는 Luís Carlos Almeida da Cunha 그리고 헐크는 Givanildo Vieira de Souza입니다.) 이렇게 이름이 워낙 길다보니 2~3어절로 끊기가 오히려 애매해서 이름이나 중간이름 중 적당히 하나를 고르거나 아예 애칭을 쓰곤 합니다.
그럼 K리그 등록명 제도도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는데요. 우리 리그는 남미 출신 선수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 선수들이 원치 않아도 애칭을 쓰도록 반 강요하고 있고 외국 선수 호명법에 있어서 도대체가 원칙이라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선수는 본명을 불러주고 어떤 선수는 본명에서 약간 바뀐 이름으로 부르며 또 어떤 선수는 본명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그 이름이라는 것이 선수 본인의 의향보다 구단이나 연맹 입장에서 행정 편의적 발상에서 붙여야 했고 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면, 나아가 그러한 관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 이것은 단순히 팬들의 의아함과 불쾌함을 넘어서 그 외국 선수를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태도부터 결여된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외국선수를 '용병'이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느낍니다. 내 말만 맞고 남들은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같은 사람인데 쓰다 버리는 도구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단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입니다. 입장 바꿔서 레비가 손흥민을 토사구팽하려는 것처럼 굴면 본인이 아닌데도 우리는 화를 내잖아요?)
등록명 제도는 정말 오래되었고 케케묵은 문제입니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고쳐야 할 제도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맹목적으로 따르자는 것도 아니고 사대주의도 아닙니다. 달라진 시대에 우리 리그 팬들이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입니다. 이 불편함에 지금 당장은 공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수 있지만 앞으로 더 심해질 겁니다. 팬들의 눈높이와 우리 리그의 괴리가 너무 커지기 전에 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신....
'둑스'가 구단 반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인지 선수의 자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분명한 근거도 없이 추측하고 있지 않냐는 말씀이 있네요. 확실히 기사에는 이 과정이 어땠는지에 대한 확실한 언급이 없었고 제가 관계자도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차선책이라는 말을 썼는데요. 이게 구단과 선수가 대립하고 선수가 싫다는 거 억지로 굴복시켰다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 아닙니다. 이적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정해진 일이었겠지요. 무슨 첨예한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둑스'라는 이름은 선수 마음 속에서 두 번째 선택이었을 거라는 점을 전달하기 위한 표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논리적인 이유인데 굳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좀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는데요. 그래도 말씀은 드려볼게요.
만약 선수 본인이 둑스라는 별칭을 고른 것이 차선책이 아니라면, '둑스'가 선수가 자발적으로 고른 첫 번째 선택이거나 제 3옵션 이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둑스'는 첫 번째 옵션일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 '한국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라 다른 이름을 쓰고싶은데 당신, 이름을 뭘로 할래요?' 라는 질문을 듣기도 전에 '저는 '둑스'라고 합니다. 그게 제 이름이죠. 저는 둑스로 등록해주실 것을 원해요.'라고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요.
그 이유는 먼저, 누구도 본명을 제쳐두고 다른 것을 자신의 공식적인 명칭으로 먼저 고려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본명은 부모님이나 다른 존재에 의해서 태어날 무렵에 주어지는 것이라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리그에서 사용할 K리그식 별칭은 만들기 전까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고 아직 알지 못하는 이름을 본명보다 먼저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둑스'가 세 번째 옵션 이하일 수도 없습니다. '둑스'가 세 번째 옵션 이하일 수 있으려면 첫 번째 옵션과 두 번째 옵션 등이 존재해야 하는데, 일단 '둑스'가 첫 번째 옵션도 두 번째 옵션도 아니라는 점만 언급이 됐지 그것들의 존재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둑스'가 FC 서울로 이적하기 전부터 지인들과 사용했던 별명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두간지치가 뛰었던 팀에서는 '두간지치'라는 이름만 사용했습니다. 이건 이 선수가 본명인 '두간지치'를 '둑스'보다 우선 고려해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점은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상식에 비춰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만약 '황희찬'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황소'라는 발음을 가진 단어가 있는 어떤 나라의 리그에 이적을 했는데, 그 나라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이고 덜 친숙하다는 이유로 다른 이름을 써야겠다는 말을 듣기도 전에 '제 이름은 황소입니다. 황희찬이라는 본명이 있지만 황소를 제 이름으로 등록하길 원해요.'라고 말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둑스'가 정말 선수의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기꺼이 선택된 것인지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 말이 꼭 맞다는 건 아닙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비약이 심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틀린 말을 하지는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가 뭐라고 맞는 말 옳은 말만 골라서 할 수 있겠어요. 다만 등록명 문제에 있어서 선수의 명백한 선호나 예외를 제외하면, (당장 일본 선수를 영입했는데 이름이 '이토 히로부미'면 협의해서 적당한 이름으로 고쳐서 써야 할테니까) 최소한 선수의 본명 안에 들어있는 이름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두간지치의 경우 둑스를 본인이 바란것으로 알고있는데 '차선으로 상의를 거쳐' <= 요 내용은 어디 기사에 있나요?
그니까요ㅋㅋㅋ 황당...
서울은 옛날부터 딱히 선수 이름 창조를 하는 스탠스는 아닌 걸 봐서...
어느정도 공감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팀들이 선수 등록시 선수와 논의하고 선수와 의사소통을 한 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만 보면 선수는 a로 하고 싶은데 구단이 b로 하라고 하니까 싫지만 어쩔수 없이 한다고 느껴지네요.
발음이 어렵거나, 발음상 좋지 못한 의미가 내포되는 등의 이유로 본명과 다른 이름으로 등록되는 경우도 있고요.
특히 브라질 선수들이 가장 많이 그러죠
세징야가 본명에 안 들어가 있는 자신의 애칭이듯이
@엄지공주 오무지 아 세징야도 애칭이였군요. 처음 알았네요
@엄지공주 오무지 아 어쩐지 브라질리언 치곤 이름이 생소했는제 예명이었군요
좀 제발 개인의 호불호로 선수의 의중을 넘겨 짚지좀 마세요
글 겁내 긴데 결국 다 님 뇌피셜이자 억측이고, 본인이 원해서 바꿔달라했다는데 뭔문제인지? 이런게 조금 더 나가면 음모론일텐데? 오바 좀 자제요
?
뭔말인진알겠는데
굳이 확인안된 추측을 붙여서 글이 망함
추측성으로 글 안쓰셔도
등록명제도는 충분히 많은사람들이 고쳐야한다는 공감대를 갖고있는주제인데 아쉽네요
등록명 제도가 애초에 없으면 정할 일도 없긴 함
이런글도 쓸수 있죠. 그러니까 토크방아닙니까..우리 다들 팬들이지 무슨 전문가, 공인 아닙니다. 가끔 보면 너무 댓글들 날을 세워요. 제발 다들 좀 릴렉스하고..유머러스도 하고 편하게 의견 나누는 국내토크방 되었으면 합니다. 어차피 우리 다들 어디 갈데도 없어요. 팀커뮤빼면.
이미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 내용인데 본인이 아마도 그럴것이다 라는걸 확정해서 글을 쓰시니까요.
저는 글 자체가 날 서 있어서 댓글도 그렇다고 생각되요....
전 충분히 합리적인 추론에 의한 글이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쓴 글인 것 같은데요.
원래라면 서구권은 그냥 패밀리네임 쓰는게 자연스럽고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K리그는 높은 확률로 아래 절차를 거쳐 원래의 개성이 사라진 인위적이고 한국인(그것도 구세대) 취향의 등록명으로 결정됩니다.
1. 구단의 입김이 강합니다(이것도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하신다면 뭐 할 말 없습니다만, 수십년의 K리그 역사를 보면 너무나도 합당한 추론이라 생각합니다)
2. 그런데 구단의 기준은 항상 한국인 입장에서 부르기 쉬운 3음절 이내이면서 발음하기 쉽고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입니다
3. 이런 과정에서 패밀리네임, 퍼스트네임, 미들네임 순으로 고려할거고 여기에도 마땅한게 없으면 2번의 기준으로 약간의 변형을 해서 등록합니다
4. 이런것도 마땅치 않으면 그냥 아예 별명을 만들거나 기존 선수의 애칭을 활용합니다.(솔직히 애칭도 진짜 널리 쓰이는 애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만 애칭이지 별로 쓰이지 않는 것도 많을거고)
보도된 기사들 대부분 구단에서 쓰고 언론사에 뿌리는겁니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곧이곧대로 믿을만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두간지치 쓰면 되는걸 왜 둑스로 쓰는지..
이런글 굿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