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제가 이곳에 올린 자연 문화 그리고 집을 재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하는 문제와 개인 사정으로 그간 자주 찾지 못하였습니다. 바쁜 사정이 조금 정리되면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주제는 아마도 폐사지에 대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한국전통음식인 '맥적'에 대한 것입니다. 얼마 전에 한참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대장금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집사람이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 본 것입니다. 갑자기 무슨 음식타령인가 하겠지만 음식또한 중요한 문화현상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음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가끔은 음식에 대한 글도 올리려고 합니다.
'맥적'을 먹고보니 우리의 고유의 맛을 보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금은 딱딱하지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맥적에 대하여
몇 일전부터 집사람이 '맥적'을 해먹어야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요사이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왔다고 하였다. 대장금의 인기가 대단한 것은 알지만 사실 우리 집에서는 '대장금'을 보지 않기 때문(안보면 간첩이라고 하던데)에 어떠한 요리가 '대장금'에 소개되었는지 알 지 못한다. 이 요리도 집사람이 요리사이트에서 찾아 낸 것이다 '맥적'의 한자는 모른다 그러나 옛날에 해먹었던 돼지고기 구이라고 하니 아마도 '짐승이름 맥( )'에 '고기구울 적(炙)'을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여간 토요일 집사람이 퇴근하면서 신촌의 백화점에서 '맥적'용으로 돼지고기 '목심'을 사왔다. 일요일 고기를 재어 놓았다가 수요일이 되서야 구워 먹었다. 레시피는 인터넷 요리사이트에서 구했다고 한다. '맥적'은 돼지고기를 부추와 달래를 넣고 조청, 된장, 간장으로 한 양념에 재어 구워먹는 것이다. 레시피만 보아도 된장과 간장이 중요한 기본 재료이었기 때문에 옛날에는 이렇게 만들어 먹었겠다하는 생각이 든다. 집사람이 된장은 '윤증고택의 된장'으로 간장은 '장곡사 현진산장'의 재래식간장을 이용하였다고 하였다.
삼 일간 재어 놓았기 때문에 맛은 충분히 배었다. 단지 숯불에 구워 먹어야 하는데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렌지용 구이판을 이용하여 1차로 애벌구이를 하고 '테팔'의 불고기판을 이용하여 한번 더 구웠다. '테팔' 전기 불고기 판은 숯불구이나 직화 만큼은 안되지만 그런 대로 굽는 맛을 내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는 삼겹살을 먹을 때 꼭 이용하는 구이판이다.
맛을 보니 이제까지 먹었던 돼지고기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생각보다 된장의 냄새도 없고 돼지고기의 누린내도 없었다. 맛이 담백하고 깊은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아쉬운 점은 달래를 넣었다고 하는데 요사이 달래가 자연에서 채취하는 것이 아니어서 예전과 같은 매콤하면서도 알싸한 맛과 향이 없다는 것이다. 조청으로 맛을 내었기 때문에 거의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 요사이 단맛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나 집사람이나 너무 단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가 좋다.
집사람이 이러한 양념으로는 처음 해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조금 짰다. 집사람이 다음부터는 간장을 조금 덜 넣겠다고 하였다. 짠맛만 없다면 다른 어떤 돼지고기구이보다 담백하고 깊은 맛이 있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을 음식이다. 우리 집에서 자주 해먹는 삶은 돼지고기의 경우 담백해서 많이 먹게 된다. '맥적'도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삼겹살보다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도 먹어보고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집사람이 단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요사이처럼 단맛에 길들여 있는 젋은이들에게는 그리 환영받을 것 같지 않다고 하였다. 동감이다. 결국 '맥적'을 상품화해서는 성공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데 동의하였다.
상품화한다는 것과 맛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기호라는 것은 사람마다 많은 편차가 있어서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맛본 '맥적'도 그러한 것이다. 이 '맥적'도 조청대신 설탕을 많이 넣는다면 현대인의 취향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대로의 '맥적'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단 것에 질리신 분이거나 깊은 된장 맛에 익숙하신 분에게는 꼭 이 '맥적'을 추천하고 싶다. '맥적'을 먹어보고 우리 집에서는 자주 해먹어도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맥적'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고기의 질도 질이지만 좋은 된장과 재래간장이 필수이다. '매적'에 사용한 윤증고택의 된장(판매하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종부에게 얻어온 것입니다.)은 수 백년의 전통을 이어온 최고의 맛이고 현진산장의 간장도 국산 콩으로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다른 어느 곳의 간장보다도 맛이 좋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좋은 된장과 간장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맥적'의 맛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음식도 세상이 변화되는 것에 따라 변화된다는 것을 깊게 느끼게 된다.
제가 잘 못 썼습니다. 이틀입니다. 우선 집사람도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어 음식을 먹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으로는 고기는 오래 재어 놓아도 맛이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양념이 배어 깊은 맛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기 맛도 즐기려면 재는 시간이 많은 것은 좋지 않습니다.
첫댓글 선생님의 '집'이야기 독자인데 안오시기에 궁금했습니다. 이번에는 '음식'이라... 아무튼 선생님 음식 이야기와 폐사지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근데 삼일 씩이나 고기를 재어놓으시다니, 한복려 선생의 말로는 두어 시간이면 족하다고 하던데...
제가 잘 못 썼습니다. 이틀입니다. 우선 집사람도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어 음식을 먹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으로는 고기는 오래 재어 놓아도 맛이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양념이 배어 깊은 맛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기 맛도 즐기려면 재는 시간이 많은 것은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