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where, in what form, shall we meet again
Konstantin Heuer Pierre Pouria Eghdami 임찬희
연주 소리 퍼커션 SORIPERCUSSION 최소리 곽아영 이안드레 오지성
2023. 7. 8 / 토 / 7:00 pm 노들섬 다목적홀 숲
· 주최 이덕빈, 현대문화기획 ·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 예매처 인터파크티켓 1544-1555 / 예스24공연 1544-6399 · 입장권 전석 2만원 (학생 50%) · 공연문의 02) 2266-1307
[PROGRAM]
Konstantin Heuer New piece for percussion quartet and live electronics (2023) *
Pierre Pouria Eghdami Schistosité for percussion quartet and 4-channel electronic sounds (2023) *
임찬희 없음 없는 없음 nichts ohne nichts for percussion trio and live electronics (2023) *
* 초연
연주회에 대한 글
우리는 개인이 다르고 문화가 다름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시대를 살고 있다. 동시에 개인이 다르고 문화가 다름에 대하여 결국 아는 시대이다. 우리에게는 이 다양성과 다름의 인정에 대한 과제가 있고 그러므로 다름의 의미가 천천히 사라지는 길 앞에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인가. 어쩌면 우리는 우주의 태초부터 이미 존재해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우주의 역사를 함께 살아가고,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또 다른 사건들을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이기도 하고 동시에 우주인 우리. 우리의 인종이, 국가가, 문화가, 언어가, 개인이 서로 다름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로 다름의 크기가 엇비슷하다면 서로 다름의 가치는 사라진다는 사실은 오히려 우리에게 서로 무심하라고 말한다. 각자 가진 특정한 성격의 앎은 다시 특정한 형태로 정의 내리려고 한다. 그러므로 생기는 프레임은 누군가에,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특정한 틀 안에 갇히게 하고 굳게 한다. 다름에 대한 앎을 다시 모른다면, 그것을 지운다면 어떨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서로에 대한 판단을, 정의 내림을 그만 둘 수 있을까. 단지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를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이러한 의문을 안고 우리는 20세기 한국 단색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를 떠올렸다. 1913년에 태어난 그는 한국 전쟁 후 그에게 외딴 나라인 미국으로 건너가 이방인으로 수십 년을 살다 죽었다. 예술가로서 서로 다름을 피부로 처음 겪었던 그는 오히려 다름에 집중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의 닮음에 집중했다. 그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where, in what form, shall we meet again)의 수많은 파란 점은 작고 네모난 빈 공간 안에 있고, 네모난 빈 공간 바깥은 다시 파랑으로 차 있다. 이것은 하늘의 별 같기도, 아주 작은 세포 같기도 하다. 나의 아주 깊은 내면 같기도 하고, 거대한 우주의 한 가운데 같기도 하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 방향이 없이 그저 부유하듯 존재하는 우리와 닮았다. 어설프게 엉켜서 서로를 지탱하고 또 자연스럽게 자유롭다.
개인과 개인, 문화와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개인을 이루는 물질과 그 물질 중에 제일 작은 것으로서는 서로 같거나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작은 것은 쉼 없이 움직이고 진동한다. 그게 무엇이든 진동은 (인간에게 들리지 않더라도) 파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났을 때, 그리하여 그 둘에게 움직임이 일 때, 들리는 소리로서 뻗어간다. 이 소리는 이 두 존재의 만남으로부터이고 두 존재가 가진 진동의 합성이다. 악기의 연주 소리는 인간과 물질의 만남으로부터이고 이 둘의 합성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의 만남이 소리가 되어 울림이 되어 또 다른 물질들의 도움으로 바깥으로 뻗어나감은 탈공간성과 탈시간성, 동공간성과 동시간성의 합일이다. 이것으로 두 존재의 존재성으로서의 소리가 우리에게 닿아 감각되고 또 우리 내면 깊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외부 감각과 내부 감각의 만남으로 우리는 왠지 저릿하다.
소리의 색을 무지갯빛으로 표현하자면 7개의 색이 수만 가지 색이 되었을 때 이 다양성의 무의미함이 도래하고 다양성의 값이 상실한다. 우리는 다양한 것 같지만 우리는 닮아있다. 서로 비슷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 다양성을 팽창시켜야 하고,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다름을 안다는 건 역설적이게도 서로 비슷하다는 말이다. 이것은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동시성에 대한 것이다. 고유성과 탈고유성, 해체와 재구성, 그다음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역설의 역설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다양성의 무의미함을 위해서 국악과 서양 타악을 아우르기에 탈지역성과 범문화성을 획득한 소리 퍼커션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묘한 단순성은 다양성을 다양성으로 넘어섰기에 가능하다.
현시대는 우리에게 수많은 손을 선사한다. 전자음악과 그 도구들은 현시대의 단면이다. 이 음향장비의 적극적인 예술적 활용은 소리의 가능성을 넓히고 그 지경을 와해시켜 우리의 예술 세계 인지에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이 두 도구 - 타악기와 전자 장비 - 는 음악가들에게 아주 추상적이며 아주 구체적일 수 있는 재료이기에 그 경계에 머물고, 또다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각 문화가 가진 특징으로 인해 생기는 프레임을 와해시키고 우리는 그 너머의 추상적이며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를 다시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와 그에 앞선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 그 시절 유심초의 노래로, 그리고 지금 여기서 살아 존재하는 우리.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은 어쩌면 순간의 만남이고 다시 영원 같은 만남이다. 이렇듯 과거는 살아서 미래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아주 처음에 아주 작은 하나였고, 여기에서 인간이 되어 다시 만난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PROFILE]
소리 퍼커션 SORIPERCUSSION sori-percussion.com 최소리 곽아영 이안드레 오지성
소리 퍼커션의 예술활동은 연결과 융합이라는 두 키워드로 대표됩니다. 국내외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협업을 통해 한국 전통 타악기 음악을 현대 음악, 전자 음악, 무용, 미술, 영상 등 다양한 예술 장르와 하나로 녹여내는 작업을 선보여왔습니다. 또한 국제 워크숍과 자료집 제작으로 대표되는 연구·교육 활동으로 타악기음악에 대한 지식 체계를 연주 실제와 연결하여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소리퍼커션의 목표는 동시대의 예술가들에게 한국 타악기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다양한 관객에게 한국 음악을 뿌리로 새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Konstantin Heuer 콘스탄틴 호이어 konstantinheuer.com
1989년 독일 라이프치히 출생의 작곡가 콘스탄틴 호이어 Konstantin Heuer 는 음악은 수용과 감성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음악이 청취자에게 섬세한 감각과 감정적인 정직함, 형식적인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되길 희망한다. 주로 관현악과 보컬, 실내악 작품과 춤과 몰입을 위한 전자 음악을 작업한다. 그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클래식 문학과 가믈란(Gamelan)과 마캄(Maqam)으로부터 배우고, 확장된 순정률(Extended Just Intonation)과 혼합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해 연구한다. 그의 멘토로는 Marco Stroppa와 Marc Sabat이 있다. 그는 Ircam Cursus를 이수하였고 Gaudeamus Prize를 수상한 바 있다.
Pierre Pouria Eghdami 피에르 포리아 에그흐다미 pierrepouriaeghdami.com 페르시아 작곡가 피에르 포리아 에그흐다미 Pierre Pouria Eghdami는 소리의 극단, 음악 테크놀로지, 실험적 전자 음악, 악기의 메커니즘과 그 신체성에 대해 작업한다. 그는 형태학적 특성과 인지적으로 통일된 음색의 분리를 강조하면서, 미정의된 음정/음정이 없는 음향, 그 물질과 힘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연주 개념을 탐구한다. 이로 인해 서로 이질적이고 분리된 요소들을 다시 구체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맥락으로 모으고 그것은 하나의 장치로서 작용한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다양한 각도와 극단에서 비롯된 데이터와 음향적 자료가 비틀어지고 융합되면서 그의 목표인 초월적인 음향 융합으로 나아간다. 그는 그의 음악을 이러한 음향 자료와 그들의 다차원적인 추진 요소를 소외와 점유, 방향과 비방향 속에서의 독특한 작업으로 통합하도록 노력한다. 그는 Mark Andre와 Franz Martin Olbrisch, Claus-Steffen Mahnkopf와 함께 작곡 및 전자음악을 공부하였다. 그의 음악은 유럽, 미국, 아시아 및 다양한 국제 페스티벌에서 연주되었고 여러 국제상과 장학금을 받았다.
임찬희 Chanhee Lim chanhee-lim.weebly.com
작곡가 임찬희는 자기부정으로 작곡에 접근하고 내적아방가르드로서 행동한다. 이것으로 그의 음악은 탈개인화, 탈존재화, 탈주관화로 나아간다. 현재 노스탤지어와 메타포의 의미, 네오 모더니즘의 실천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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