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들이기
우리말에서 독특한 표현으로 ‘뜸 들인다’는 말이 있다.
밥도 쌀이 익었다고 바로 먹지 않고 얼마 동안의 뜸을 들여야 맛이 있다.
간장과 된장,고추장도 모두 얼마 동안은 뜸을 들인 후 먹는다.
결국 뜸을 들인다는 것은 발효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를 ‘발효 문화’라고도 부른다.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한국문화는 ’기다리는 문화‘이다.
한국의 고전을 예로 들면,
춘향전과 심청전 모두 기다리는 이야기들이다,
사랑도 뜸을 들여야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얼른 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인 후 고백한다.
‘기다린다’는 것은 다소 지루하기는 하지만 즐거운 일이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다방에서 애인을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뜸 들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잘 알 것이다.
극장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려 본 사람은,
뜸 들여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음을 안다.
기다림에는 희망이 들어 있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다면 ‘뜸 들임’은 희망을 낳는 일이다.
‘뜸 들임’은 인생의 훈련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빨리빨리 시대가 되어 무엇이나,
속전속결로 나가지만 빠른것이
결코 성공이라 말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빨리 가기 위해 지름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
지름길과 샛길이 빨라서 좋은 길처럼 보여도
결과를 보면 역시 정도를 걸어야 한다.
요즘 세계를 호령하는 바둑을 보면 정수를 두어야 한다. 속임수나 꼼수는 즉시 응징을 당한다.
뜸 들여 사는 것이 정도다.
종교도 모두 기다리는 과정을 밟는다.
명상, 묵상, 묵념, 좌선 등도 모두가 진리를 깨닫기 위해,
뜸 들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다려야 깨달음이 온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길고 긴 바티칸의 돌계단을 무릎으로 기어서 올라가는, 힘들고도 오랜 과정을 통해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로마서1:17)는 신앙의 근본 진리를 깨달아 개신교가 탄생했다.
’믿음‘이란 뜸을 들이는 것이다.
예수는 천국 복음을 전하기 전에 한적한 광야에 나가
40일 동안 명상을 한 후 그 일을 시작했다.
역시 뜸을 들인 것이다.
생각하고 명상하고 기도하는 일이 곧 '뜸 들이는 일’이다.
속담에 ‘급하면 돌아 가라’는 말이 있다.
’돌아간다‘는 것은 시간도 더 걸리고 힘도 더 들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직행이 좋아 보여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구글 앱 지도 경험상)
특히 인생항로는 뜸을 들일 줄 알아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아브라함처럼 서두르면 이스마엘을 낳는다)
벌써 금년도 말이 가까워 온다,
조급한 마음보다 여유를 가지고,
뜸을 들이는 마음가짐과 여유있는 자세로 우리도 세월에 뜸을 들이며,
가는 세월과 오는 세월들을 관망하며 뜸을 들이고 여유롭게 지세웁시다,
당신의 '뜸'을 응원합니다.
건강하세요.
-지인이 보내 준 톡에서-
여백 /정동원
https://www.youtube.com/watch?v=-1x6lnp6xAo
어이쿠야
무슨 놈의 눈이 이리 많이 내렸나?
습기 먹음 눈
치우기도 힘들다
엊저녁 뒤척이다 세시도 못되어 일어났다
어제 노령바둑 총회하며 조사장이 했던 말이 마음의 평정을 잃게 한 것같다
처음 나와 알게 되어 수담과 주담 나누고 내 귀촌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조언도 받곤 하는 사이였으며 곧잘 내 일을 도와주어 참 고마운 동생처럼 생각해 왔는데
마음이 비틀리니 여럿이 하는 술자리에서 같이 자리하면 자기의 어려움을 나에게 말했을 때 내가 자길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을 꺼내곤 한다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해도 내 말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운다
주위 사람들은 조사장이 그런 사람이니 못들은 척하라지만 쉽지가 않다
내가 저한테 무얼 그리 잘못했을까?
그리고 무얼 도와주지 않했을까?
승훈이와 관계는 사적인 관계라 그저 좋게 잘 지내면 안되겠냐고 말한 것 뿐인데
그렇게 한 말이 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긴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었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만 하니 이거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도저히 내가 들을 수 없는 말까지 들어가며 무려 일년 가까이 지내왔는데 마지막 년말 총회에서 또 끄집어 내어 열변을 토하는 걸 보고 그게 내 마음을 상하게 한 것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과 다툼을 벌여 크게 속상한 적이 없었는데
귀촌해 와서 옆집 유사장과 7년여를 다투고 그로 인해 별장집과도 4년여를 모른 척 지내 왔다 그게 모두 해결되고 나니 이번엔 조사장이 내가 자기를 지지해주지 않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회모임에서 일년여를 씹고 있다
회원들은 내 속을 안다며 잊으라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저리 해대니 속이 상한다
좀 고집스러운 줄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래 회장도 관두었으니 의무적으로 나가던 바둑 모임을 멀리 해야겠다
당분간 거리를 두어 버려야 조사장과의 관계가 좀 괜찮아질지 모르겠다
바둑을 두지 않더라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일은 많으리라
일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이제 세시
넘 일찍 톡보내기가 미안해 컴에서 톡을 열어 보냈던 톡 내용을 삭제
그도 꽤 시간걸린다
컴의 톡을 지우고 나서 핸폰을 열어 톡 내용을 지웠다
핸폰에 톡이 많이 쌓여 있어 작동이 느려진다
문자는 공간을 별로 차지하지 않지만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공간을 크게 차지해 속도가 느리다
핸폰에서 지우기는 컴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다 지우지 못했다
다섯시가 넘길래 톡을 보냈다
톡을 모두 보내고 나니 여섯시가 넘었다
어느새 한해가 저문다
나와 함께 했던 한분 한분 얼굴이 떠 오른다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시고 있겠지만 년말 안부라도 물어보는게 좋겠다
더구나 오늘은 밤새 눈이 내려 함박눈이 수북하게 쌓이기도 해 그리운 사람들이 더 생각난다
한분 한분 얼굴을 떠 올리며 한해가 가는 아쉬움, 새핸 기쁨과 건강 평화를 기원한다며 안부문자를 보냈다
주고 받는 안부 문자가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아닐까?
김동생 전화
안부 문자 받고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단다
고맙다
김동생이 여기 있을 때 조사장이랑 셋이 어울려 수담과 주담을 즐겨 나누었다
유독 정이 많은 동생이다
조사장과 나 사이가 틀어져 아쉬움이 많다고
이젠 그만 잊어버리고 다시 좋게 지낼 수도 있는데 마음을 열지 않으니 지쳐간다며 당분간은 바둑모임도 멀리하고 싶다 했다
어쩜 거릴 두어야 다시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둑두자 전화하고 모임 나왔을 땐 한수 두자고 말하니 그게 더 싫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며 언제 기회되면 얼굴 한번 보자며 끊었다
혹 김동생이 여기에 있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안부를 모두 보내고 나니 아홉시가 다 되간다
집사람이 아침을 차려 놓았다
병치 지짐을 데우지 않았지만 맛이 있다
병치 지짐에 맛있게 한술
옷을 따뜻하게 입고 목폴라와 모자 쓰고 겨울 장갑 낀 뒤 동물 밥 주러 나와 보니
마당의 눈이 거의 무릎까지 쌓였다
와 밤사이 엄청 내렸다
눈밀대로 병아리장까지 길을 내보는데 허리가 아프다
겨우 병아리장까지만 길을 내고 닭장은 낼 수 없어 눈속을 그대로 걸어 내려갔다
하우스에도 눈이 많이 쌓였다
하우스 비닐을 흔들어 대충 쌓인 눈을 아래로 흘려 보냈다
여기에 더 쌓이면 하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
닭들에게 미강과 싸래기를 주고 눈으로 미강을 버무려 주려 했더니 안된다
연못에 내려가 물을 떠오려니 눈길이라 꽤 어려웠다
눈 내리고 물이 꽁꽁 얼면 닭 건사하기도 힘들다
병아리장 닭들도 싸래기와 미강을 주었다
알을 낳았는데 쥐구멍 앞에 있다
쥐들이 가져가려고 했나보다
쥐구멍을 막아 버려할건데...
베란다에서 길로 내려가는 곳을 눈밀대로 밀었다
다행히 집앞까지 도로는 재관동생이 아침 일찍 트랙터로 눈을 밀어주었다
정말 고맙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에 있는 눈을 밀대로 밀려면 땀꽤나 흘렸겠다
잠깐 눈을 밀었는데도 허리와 고관절이 아파 더 이상 못하겠다
겨우 길까지만 밀었으니 이젠 녹기만 기다려야지하며 털고 들어 왔다
이장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전화하니 받질 않는다
문자로 집앞 도로 눈을 치워 주어 고맙다고
집사람은 재관동생에게 직접 전화해 고맙다고 했단다
그래 고마운 마음은 표현해야겠지
어느새 열시가 훌쩍 넘었다
집사람이 머리 염색을 해주겠다고
날씨 좋았음 읍내 목욕탕 가서 염색했을 건데 눈 내려 나갈 수가 없다
염색하고 머리 감고 나니 좀 괜찮아 보인다
항상 이리 단정하게 다닐 수는 없을까?
지인들이 보내준 안부 문자를 읽었다
보내준 문자에 정이 뚝뚝 묻어 난다
모두다 고맙다
우리네 삶이 그런 정으로 행복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돼지고기를 구웠다
집사람은 먹지 않는다기에 나만 맛있게
오늘은 목욕장 문여는 날
추우니 따끈한 욕탕에 몸을 담그면 좋을 듯
점심때라 사람도 많지 않을 것같다
택시 불러타고 집사람과 같이 목욕장으로
어? 목욕탕에 명절 때처럼 사람이 많다
모두들 나처럼 생각했나 보다
반신욕을 좀 하고 샤워한 뒤 일찍 나왔다
집사람이 나왔길래 택시 불러서 집으로
이런 날은 차 운행이 어렵다
오늘까지 100원 택시 탈 수 있는 횟수를 다 사용했다
점심으로 닭죽을 데워 한술
집사람은 커피와 빵으로 때운다고
닭죽이 아주 진해 물을 더 부어 먹었다
두시가 훌쩍 넘었다
간간히 눈발 날린다
낮잠 한숨
일어나니 다섯시가 다 되었다
이거 뭐야 무려 세시간 가까이 낮잠을 자다니
집사람이 김치전을 지져 주겠다고
그도 맛있겠다니 금방 지질 수 있다며 준비한다
안장학사 전화
안부 전화 했단다
이제 퇴근하려고 한단다
아니 오늘은 주말인데다 정교육장님 결혼식 있었는데 근무했냐니 결혼식인줄도 모르고 하루가 어떻게 가버렸단다
그래 전문직이란게 일 속에 파묻혀 개인 시간을 내기가 그리도 어려운 자리지
난 전문직을 어떻게 지내왔을까?
아무리 바빠도 좋아하는 술은 매일 마셨는데...
어떻게 그리 할 수 있었을까?
눈코뜰새 없이 바빠도 몸을 생각하고 여유를 가져보라는 하나마나한 소릴 했다
익은 김치와 대파 버섯을 송송 썰어 넣고 지진 김치전이 맛있다
여기에 막걸리 한잔이면 딱인데...
그래도 일년은 참자 했으니 이를 꽉 물어야지
금주하기 시작한 게 오늘까지 3개월 20여일째
앞으로 8개월 10일은 참아야 일년을 참아 낼 수 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과연 지켜낼 수 있을까?
큰애 전화
낮에 내가 전화했는데 받질 못했다며
년말 휴가 받아 쉬고 있단다
장염이 걸렸다기에 몸관리를 잘하라고
엄마 고희가 다다음주 수요일인데 평일이라 너희들 오기가 그럴 것 같다며 차라리 다음주 토요일이나 금요일에 하면 어떻겠냐니 그러는 것도 좋겠다며 동생과 상의해 보겠다고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달빛에 쌓인 눈이 반짝인다
님이여!
갑진년 마지막 주일
아쉬움보다 즐겁고 재미있었던 일들만
기억 저편에 저장하시면서
오늘도 님의 하루가 평화로우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