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 / 이해인
찔레꽃 아카시아꽃 탱자꽃이
모두 흰빛으로 향기로운 5월
푸른 숲의 뻐꾹새 소리가 시혼을
흔들어 깨우는 5월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신록의 숲으로 들어가
그동안 잃어벼렸던 나를 만나고 싶다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생명의 축제를
우선은 나 홀로 지낸 다음
사랑하는 이웃을 그 자리에 초대하고 싶다
5월 어느날 /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에 익어가는 어디 쯤
너와 함께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오월의 신록 /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5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5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꽃들은 서로 화내지 않겠지
향기로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싸우지 않겠지
예쁘게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겠지
사랑만 하니까
비가 오면 함께 젖고
바람 불면 함께 흔들리며
어울려 피는 기쁨으로 웃기만 하네
더불어 사는 행복으로 즐겁기만 하네
꽃을 보고도 못 보는 사람이여
한철 피었다 지는 꽃들도
그렇게 살아간다네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