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삼매ㆍ완전몰입ㆍ무한열정… 강한 기업을 키우는건 결국 리더
◆ 히든챔피언 이야기 / ⑤ 리더의 조건 ◆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은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성장률과 수익률, 생존 능력과 기술력 등 여러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다. `기업가 기질과 리더십`은 다른 요소보다 기업 성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히든챔피언 최고경영자의 성향은 다음과 같다.
◆ 첫째, 회사와 자신 간의 구분이 없다
뛰어난 예술가에게 생활과 작품 활동이 분리되지 않듯이 히든챔피언 지도자들은 회사 일에 몰두한다. 젤리곰 사탕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하리보(Haribo)의 한스 리겔 사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는 회사와 늘 하나였다"고 말한다. 하인츠-호르스트 다이히만(Heinz-Horst Deichmann)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구둣방을 동명의 유럽 최고 제화업체로 성장시킨다. 그는 "난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도 가죽 냄새를 즐겼다"며 "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구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경영스타일을 `삼매(三昧)경영`이라 한다. 책 읽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독서삼매(讀書三昧)에 빠졌다고 한다. 이는 사람과 책이 하나가 된 상태, 즉 주관과 객관의 구분이 없어진 경지를 말한다. 이런 경지 속에서 독서 효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영자도 철두철미하게 회사 일에 집중하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고 다른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통찰력과 지혜를 얻게 된다. 경영자의 이런 태도는 직원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준다. 고객들에겐 존경심과 신뢰감을 불러일으킨다. 애사심이 큰 직원들과 회사에 호감을 갖는 고객들의 존재는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 둘째, 집중적으로 목표를 향해 매진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고 저명한 2명의 학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들은 한 가지 목표에만 전념하는 태도(single-mindedness)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본보기다. 이들을 편집광(monomaniac)이라고도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더 재밌게 살겠지만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은 사명의식을 가진 편집광들이다."
히든챔피언 지도자들에게도 딱 들어맞는 얘기다. 그들은 사명의식에 불타는 편집광들이다. 만약 그들을 새벽 2시에 깨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으면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잘 만들어 효과적으로 시장에 내보낼 수 있을까"란 대답이 나올 것이다.
드러커는 위대한 성공에는 특별한 사명감을 품고 집중적으로 매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는 히든챔피언을 설립한 1세대 경영자들에게 적당한 말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명감에 불탄, 완전 몰입을 통한 그들의 경쟁력은 막강하다.
◆ 셋째, 두려움이 없다
히든챔피언 최고경영자들은 대체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지 않았다. 외국어 구사 능력도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을 정복한 것은 참으로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많은 것을 한 판에 거는 무모한 도박꾼들이 아니다. 도박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걸림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위험과 맞서는 힘이 강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한다.
◆ 넷째, 활력과 끈기가 있다
히든챔피언 리더들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활력의 원천은 앞서 언급한 목표와 자신 간의 일체감일 것이다. 한 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목표나 위대한 목적만큼 개인이나 회사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히든챔피언 리더들의 내면에는 정열의 불꽃이 활활 타고 있다. 이는 퇴임할 나이가 될 때까지, 아니 그 나이를 넘어서도 여전하다. 높은 목표를 갖고 부지런히 일하는 리더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열광시킨다. `고백록`으로 유명한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폰 히포(Augustinus von Hippo, 354~430년)`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내면에서 열정이 불타오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리더의 넘치는 활력과 끈기가 직원들에게 강한 동기와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것이다.
◆ 다섯째, 남에게 영감을 준다
예술가는 혼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혼자서 만들어낼 수 없다. 경영자는 많은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경영자는 회사 내부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히든챔피언 지도자들의 결정적인 능력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명에 열광케 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움직이는 힘이다. 이런 능력은 풍채나 말솜씨 등 외적인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남들보다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단지 회사와 그들 간의 통합, 목표지향성, 넘치는 활력 등이 다른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움직이는 결정적인 동력이 되는 것이다.
[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