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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비장이 마련했다는 여염집은 골목길을 돌아서 작은쪽 대문이 달린 집이었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었는지 눈은 쌓여 있지 않고 그 대신 골목길이 질퍽거렸다.
"여깁니다.
사또."
하고 공방 비장이 대문을 두들기자, 작은 계집종이 초롱에 불을 밝히고 마중을 나왔다.
사또는 당나귀에서 내리면서,
"배비장만 남고, 너희들은 물러가라."
하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배비장은 가슴이 방망이질 하는 걸 간신히 참으며 엉거주춤 사또의 뒤를 쫓아 들어갔다.
"수청기생은 몇이나 와 있는고."
사또가 계집종에게 물었다.
원래 이런류의 질문은 아전에게 조용히 무물을 노릇이나, 그러나 워낙 다급했던지 김경은 그것부터 물어본다.
"셋이야요."
"셋이라고, 그럼 배비장 너는 아까내가 일러준것 처럼 계집을 잘 감별 했으렸다.
몸도 고달프니 냉큼 한명을 드려 보내라."
하고는 먼저 큰 사랑 쪽으로 성큼 성큼 사라졌다.
배비장은 어둠 속에서 잠시 우뚝서 있었다.
그러자,"호호호 호호호. "
하고 교성이 그의 귓가에 부딪치면서, 그의 손목을 양쪽에서 끌어당긴다.
역한 분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만히 보니 기생들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그를 앞뒤로 끌고 밀고 야단이다.
곱게 화장한 얼굴은 한결같이 반달처럼 눈썹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입술은 빨갛게 연지를 발랐는데 그 입술사이로 보인 잇몸이 상아처럼 반짝거렸다.
한기생이 머리 기름 냄새나는 검은머리를 그의 턱밑에 들이대고 방긋 웃었다.
"한양 낭군님!
어디로 가는 사또 이신가요?"
"제주."
"어머나!
정말이에요?"하고 기생은 갖은 아양을 떨며, 배비장의 간장을 녹였다.
배비장은 이런 일이 생전 처음이라, 그것도 모두 예쁘기만 보이는 세 기생 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이 반은 나가 얼떨떨 했다.
"그런데 어느 기생을 먼저 사또님 수청으로 들여 보낼까?
얼굴도 그만하면 모두 미인이요.
봄도 호리호리한 수양버들처럼 가냘프다."
배비장은 안방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그 생각이 가슴을 태산같이 억누른다.
방안은 기생이 사는 여염집 답게 정갈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커다란 거울과 자개를 박은 반닫이 장이 있고, 벽에는 가야금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곱게 기름칠을 한 장판엔 푹신한 요와 이불이 정갈하게 깔려 있었다.
윗목엔 술상이 차려져 상보를 덮어 놓은것 같았다.
"어머! 어께에 눈 좀 봐.
어서 그 활 옷과 요도(腰刀)를 끌르세요."
하고는 한 기생이 그의 뒤로 돌아가더니 가슴을 지그시 밀어붙이며 활 옷을 벗기려했다.
배비장은 기생들의 분냄새에 취해 정신이 가물가물 했다.
그는 술집으로 돌아 다닐 때 반 건달 소리를 들으며 우쭐데었으나, 실상은 계집들에게 소박을 받고 실속이 없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는 문득 중국의 기서 호색소설 금병매에 나오는 시가 생각났다.
二八佳人 体似酥(이팔가인 체사효)
腰间长剑 斩愚夫(요간장검 참우부)
虽然不见 人头落(수연불견 이두락)
暗裸招君 骨髓乾(암리초군 골수건)
이팔의 어여쁜 여인의 몸은,흡사 누룩과 같아 자기도 모르게 취해 그 허리에 찬 칼로 목을 떨어뜨린다.
비록 그 머리 떨어지는 것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골수가 말라 들어간다.
배비장은 한번 그 싯귀를 되뇌이며 머리속으로 다짐한다.
절대로 기생들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그런데 지금은 동지섣달 어떤 수청 기생을 사또에게 들게할까?
모두 마르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않으니 참 난처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또 한 기생이 그의 손을 끌어 자기 젖가슴에 대면서,"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계세요?"
하고 물었다.
배비장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용기를 내어서 물었다.
"그대들 중에서 누가 몸무게가 제일 무거우냐?"
"어머, 그걸 어떻게 알아요.
손님 한번 달아보세요."
하고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사또께서 추운 날에는 그대들 중에서 제일 푹신하고 뜨뜻한 사람을 좋아하신다네."
배비장은 나름대로 사또가 마음에 들어하는 기생을 수청들게 하고자 열심히 고르는 중이다.
그러자 기생들은 배를 잡고는
"어머머, 어머 어머."
하면서 방을 떼굴떼굴 구르며 웃음보를 터뜰였다.
그런데 그때 방문이 쾅하고 열렸다.
그곳엔 상투바람인 사또가 눈을 부라리며 씩씩대며 서 있었다.
"이놈아, 이 한장활 놈아!
네 놈은 사또를 얼려 죽일 작정이냐?"
하고 호통을쳤다.
배비장은 얼른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말했다.
"사또님! 사또님이 좋아하실 계집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만 계시옵소서."
그러나 사또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닥쳐라, 겨울엔 이불 한장으로 얼어죽기 쉽상이다.
뭘 꾸물대고 있느냐?
거기 계집 세명 모두 등대하도록 하여라."
하고는 방문이 쾅하도록 세게 닫고는 돌아가 버렸다.
배비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어쩐지 세 여인 모두를 사또 수청 들게 보내는 것이 아쉽고 허전한 심정이 드는 것이었다.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