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홍의현
목수가 되고 싶었던 나무가 있었다
햇살 붙잡는 돋을양지*도 아닌 곳에 자리를 잡고
한때는 망치질 소리로 골짜기 내내 흔들었을
늘그막의 목수가 키웠던
푸릇한 나무 한 그루
성글고 뾰족한 잎으로 가지를 내고
차가운 계곡물 소리로 담금질하다
스스로 매몰찬 도끼날이 되어 떨어지던 날까지
그 푸르렀던 눈 섶을 기억해 내기까지
자라지 못하는 나무
아하 나는 물푸레나무였구나
서늘한 별빛을 이고 푸른 눈물을 쏟아야 하는
당신의 물푸레나무
스스로 회초리 치며 단단해지는
나는 나무였으므로
여전히 물푸레나무일 것이므로
그 가슴에 흘렀을 푸른 물소리를 듣습니다
* 돋을별이 비치는 양지(陽地)
시집 『물푸레나무』 2024 청어
망향(望鄕)
홍의현
서툰 잠이
목침 밑에 떨어져 서늘해지면
잠들지 못하는
귀뚜라미 날갯짓이 세상을 흔든다
돌배나무 이파리 덜그럭거리는 앞마당엔
밤새 구선봉의 나무꾼이라도 다녀가는지
메마른 참나무들 숨소리 거칠고
서늘한 불빛마저 처마 끝에 물끄럼해
부르고 불러 붙잡아도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답답한 꿈결에
일으켜 몸을 가누니
수척한 별들이
시원스레 비로봉을 넘는구나
시집 『물푸레나무』 2024 청어
홍의현 시인
강원 고성 출생
시집 『물푸레나무 』
한국문인협회원. 강원문협 이사. 고성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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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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